2015년 6월 4일 목요일

한국경제 인터뷰 기사와 자세한 내용

지난번에 한국경제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일반인도 프로그래밍 기술 익혀야…활용분야 무궁무진하죠"라는 제목으로 안정락 기자님이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서면으로 답변한 내용을 옮깁니다. 

1.본인의 어린 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소프트웨어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제 또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컴퓨터에 늦게 입문했습니다. 시골출신이라 어린 시절 컴퓨터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대학 입학때 1지망에서 떨어져서 2지망이었던 전남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우연히 들어갔습니다. 프로그래밍의 재미를 알게된 건 학부시절 F폭격기라는 별명이 붙은 전남대학교 이칠우 교수님의 C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으면서부터였습니다. 어려운 프로그래밍 프로젝트에서 오는 성취감이 대단했습니다.

2.구글에 입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지원했고, 채용 과정은 어땠습니까?

어려웠습니다. 입사지원부터 최종 합격 통지를 받기까지 4개월이나 걸렸습니다. 제가 입사지원한 것이 9년전쯤이었는데 지금은 채용절차가 많이 간소화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구글에 입사하기전에 국내 벤처기업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때도 IT업계에 있던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회사가 구글이었습니다.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도 모르고 레쥬메를 넣었고 여러차례의 관문을 거쳤습니다. 총 7번의 일대일 면접을 보았는데 모두 기술면접이었습니다. 면접관은 여러 나라의 구글 사무소에서 일하는 구글 엔지니어들이었습니다.

입사 지원할 때는 몰랐는데 회사에 출근하고 보니 제가 구글 코리아의 첫번째 엔지니어였습니다.

3.구글에서 한국인으로 지내면서 어떤 점을 가장 많이 느끼고 계십니까? 장, 단점은?

구글에도 한국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의 다른 나라 출신에 비해서 수적으로나 영향력면으로나 드러나지 않는 편입니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한국 사람들은 신중하게 일처리를 하고 조직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중함과 적응력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합니다. 틀려도 적극적으로 자기 주장을 펼치고 조직에 무작정 순응하지 않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인정받는 문화에서 한국인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어려워 보일때도 있습니다.

4.국내에서 SW를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구글과 같은 직장에 가고 싶어할 텐데,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구글이라는 회사는 어떤 회사입니까?

구글은 세상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특별한 조언은 없습니다. 저도 특별한 비결이 있진 않았습니다. 그저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으며 어려운 일에 도전하다보면 좋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될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좋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면 구글 뿐만 아니라 어느 회사라도 갈 기회가 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컴퓨터는 늦게 시작했지만 지난 20년간 항상 부족하다고 여기며 차근차근 걸어왔습니다. 어느 순간 주위 사람들이 저를 더 넓은 무대로 소개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도전했던 것들이 성공하기도 하면서 구글 본사까지 왔습니다.

5.최근에 쓴 책은 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실리콘밸리 견문록>이라는 책을 최근에 출간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구글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경험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엮었습니다. 60년전 과수원으로 가득했던 촌동네가 어떻게 실리콘밸리가 되었는지, 빠르게 변하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구글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었는지, 토익 성적 하나 없는 지방국립대 출신 엔지니어가 어떻게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정착했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6.일반인들도 SW 능력을 갖고 있으면 좋은가요? 좋다면 어떤 점에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반인들이 전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컴퓨터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수가 되었습니다. 컴퓨터 기술은 전기같은 일반 기술(general technology)입니다. 컴퓨터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죠. 우리는 학교에서 전기의 원리와 응용 기술을 기본으로 배우기 때문에 편리한 전기를 안전하게 쓸 수 있습니다. 컴퓨터의 동작원리를 이해하는 것도 편리한 컴퓨터 기술을 안전하게 쓰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더 나가면 일반인들도 간단한 프로그래밍 언어,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매크로같은 상대적으로 쉬운 언어라도 익히면 자기 분야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꼭 IT분야만이 아니라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7.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책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는데요, 한가지만 꼽으라면 억지로 실리콘밸리를 만들려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는 역사적 배경위에 특별한 사람들이 만나면서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냥 겉으로 보여지는 실리콘밸리 회사의 운영방식을 우리나라 기업에 무턱대고 도입하는 것은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실리콘밸리는 산업 육성 정책에 의해서 만들어진 곳이 아닙니다. 실리콘 트랜지스터, 마이크로프로세서, 개인용 컴퓨터 등은 컴퓨터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들인데 이런 기술들은 정부나 학계 전문가들이 키운 것이 아닙니다. 잡초처럼 갑자기 튀어나와 세상을 바꾼 것들이죠. 농경시대의 방식으로 미리 계획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면서 잡초를 뽑아버리면 혁신은 없습니다. 적어도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 문화는 만들 수 없습니다.

맞지 않는 실리콘밸리의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세계 어느 기업과도 공정하게 경쟁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