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7일 토요일

식인문화의 수수께끼

대학시절, (서고가 있는) 도서관에서 죽치고 아무 책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게 한스  아스케나시Hans Askenasy의 "식인문화의 수수께끼"(원서는 Cannibalism: From Sacrifice to Survival)였다. 별로 유명한 책은 아니다.

저자는 인간의 역사와 문화에 깊이 새겨진 식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며 풀어냈다. 읽기 거북한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평생에 남을 충격을 받았다. 식인 이야기 자체도 충격이었다. 그런데, 인간이 '나' 그리고 '우리'밖에 있는 사람들을 괴물(식인종)로 규정하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식인이라는 주제에 집착한다는 이야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되새김질하게 되는 부분이다.

(정치든 종교든 회사든 인종이든)다른 사람을 괴물로 규정하는 순간 내가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내 의식의 뒷편에서 끊임없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저자 한스 아스케나시는 유대인으로 나치 홀로코스트 생존자다. 또 다른 저서 "Are We All Nazis?"(우리말 번역본은 아직 없나보다)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보통 엽기적인 사건의 범죄자들을 보며 짐승같다는 표현을 쓴다. 마치 그런 행동들이 우리 인간보다 하등한 동물들의 특징인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실상은 극단적인 엽기스러움은 인간에게만 보인다. 이 정도로 서로에게 야만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은 자연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틀림없는 진실 하나는 인간이야말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그 어떤 생명체보다 독하고 잔인한 종이라는 것이다."
“We generally describe the most repulsive examples of man's cruelty as brutal or bestial, implying that such behavior is characteristic of less highly developed animals than ourselves. In fact, however, the extremes of brutal behavior are confined to us: there exists no parallel in nature to our savage treatment of each other. The unmistakable truth is that man is the most vicious and cruel species that ever walked the earth.
- Hans Askenasy, Are We All Na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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