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3일 목요일

제2차 기계 시대 - 변화의 시대

다음주면 이세돌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기의 바둑대결을 펼칩니다. 여러분은 누가 이길것 같나요? 인공지능과 우리의 미래에 대해 썼던 글을 하나 소개합니다. 과연 인류는 발전하는 인공지능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기술발전은 인류역사에서 변곡점을 만들어왔다. 어떤 기술이 역사를 바꿔왔을까. 엘빈 토플러는 “제 3의 물결”이라는 책에서 농업혁명이 첫 번째 물결이었다면 산업혁명이 두 번째 물결이고 정보혁명이 세 번째 물결이라고 주장했다. 농업혁명은 사회를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바꿈으로서 인류 문명이라는 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물결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시킨 산업혁명이다. 마지막 물결은 1950년이후 정보사회로의 변화를 말한다.

한편, MIT 교수 에릭 브린뇰슨앤드류 맥아피는 다른 관점에서 기술발전이 인류역사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증기기관 이후의 시대를 제1차 기계시대로 보고 컴퓨터 시대를 제2차 기계시대로 규정했다. 이들은 세계 인구변화와 사회발전추이를 주목했다. 시대별 세계 인구변화를 보면 오랜 기간 별 변화가 없다가 최근 천년동안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9세기부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보인다.

그림 1. 인구변화율 
저작권: 공개 도메인, 위키피디어(http://en.wikipedia.org/wiki/Sustainability)

인구만 급격하게 변화한 것이 아니다. 역사학자 이안 모리스Ian Morris의 사회개발지수(Social Development Index)라는 것이 있다. 사회개발지수는 에너지 포획량, 도시 개발, 전쟁 능력, 정보 처리 능력을 기준으로 사회의 개발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다. 이안 모리스에 따르면 사회개발지수도 최근 몇백년간 갑작스럽게 증가했다.

브린뇰슨과 맥아피는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사회발전의 이유로 1781년 증기기관의 발명을 든다.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이 되었고 사회전반을 변화시켰다. 생산성, 즉 동일한 투입량에 대한 생산물의 비율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증기기관이 모든 산업에 뿌리내리는 데 몇 십년이 걸렸지만 그 이후 인류 문명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의 노동과 동물의 힘만을 이용할 수 있었던 시대에서 기계의 힘을 빌어 불가능하게 보였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증기기차와 증기배로 더 빨리 더 자주 더 멀리 여행하게 되었고, 공장은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자리잡아 중산층을 낳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것이 제1차 기계 시대의 시작이다.

제1차 기계시대, 저항, 번영

제1차 기계시대인 산업혁명을 살펴보자. 증기기관이 산업혁명 시대의 공장을 접수하면서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했다. 동시에 저임금 단순노동자를 공장밖으로 몰아냈다.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기계를 도입하는 것이 더 큰 이윤을 만들어내면서 노동자들은 기계로 대치되었다. 노동자의 근육이 기계와의 경쟁에서 밀린것이다.

19세기초 영국 방직 공장에서는 공장 노동자들이 방직기계를 파괴하고 공장을 불태우는 상황이 벌어졌다. 러다이트 운동이 그것이다. "기계에게 죽음을. 기계는 우리 미래와 꿈을 짓밟아"라는 구호로 영국사회를 휩쓸었던 러다이트 운동은 기술발전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기술발전으로 만들어진 부를 어떻게 분배해야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후 증기기관은 전동기와 내연기관으로 발전하면서 더욱 생산성을 높였다. 그렇지만 기술발전이 노동자들을 벼랑끝으로 몰고가리라는 염려와 달리, 노동자들은 신기술이 가져온 새로운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되었다. 제1차 기계시대가 진행되면서 부의 총량과 개인에게 돌아가는 소득이 모두 불어났고 실업률은 떨어졌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특히 미국에서) 중산층이 다수로 등장하고 이들이 민주주의의 핵심이 되었다. 말하자면 기술 발전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영역까지 바꾸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컴퓨터 기술의 특징 - 디지털, 기하급수, 조합 혁신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인간이 정보를 다루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증기기관이 근력을 대체했다면 컴퓨터는 뇌의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다. 증기기관이 인류역사의 변곡점을 만들면서 제1차 기계시대를 열었다면 이번에는 컴퓨터가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면서 제2차 기계시대를 연 것이다. 컴퓨터 기술이 가진 특징은 무엇일까?

디지털이다
컴퓨터 세상의 정보는 모두 디지털이다. 디지털은 물리적 세상에 두 다리를 내리고 사는 인간에겐 피부에 와닿지 않는 개념이다. 디지털 정보는 손에 만져지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정보는 거의 공짜로 복제가 가능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복제한 정보가 원본과 완벽하게 같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정보는 지구상에 어느 곳으로든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다. 무한 복제, 무(無)열화, 실시간 전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아날로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개념이다. 음반산업을 예로 들자. 아날로그에서는 음반을 복사하여 낱장을 팔때마다 이익을 남겼다. 음반을 복제 생산하는 데에는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어릴적에 친구가 빌려준 카세트 테이프를 공테이프에 복사했던 기억이 난다. 복사본은 항상 원본에 비해 품질이 떨어졌다. 복사본을 복사하면 품질이 더 떨어진다. 이런식으로 복사를 하다보면 듣지못할 수준이 된다. 그래서 매장에서 판매하는 원본을 구입하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어떻게 되었나. 클릭 한번으로 음악을 완벽하게 복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세상에서 아날로그를 기준으로 음악파일을 복제할때마다 비용을 청구하는 음반사가 있다면 장사가 될까.

기하급수다
컴퓨터 업계에서는 유명한 무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발견하여 1965년에 발표한 법칙이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은 2년마다 두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무어는 이 법칙을 발표할 당시에 앞으로 한 10년 정도는 이 법칙이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로서는 대담한 미래 예측이었다.

그런데 무어의 예상과 달리, 무어의 법칙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직접회로의 성능이 2배로 증가하는 기간이 2년에서 18개월로 줄었고 지금은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물리적 세상은 대부분 선형적으로 변한다. 공을 공중에 던지면 대충 어느 지점에 떨어질지 예상할 수 있다. 크게 보면 공이 날아가는 속도는 선형적이기 때문이다(공의 속도는 변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머리로는 기하급수를 이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적응하기는 어렵다.

기하급수적 증가라는 것은 깊게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일이다. 예를 들어, 1년에 두 배씩 성장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첫해에 1만큼 생산했다면 다음해에는 2를 생산하고 그리고 다음해에는 4를 생산할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10년이 지나면 1024만큼 생산을 하게 된다. 이해가 안되는가. 2를 10번 곱해보자. 1024다. 또, 10년이 더 지나면 1,048,576(~백만)이 되고 또 10년이 지나면 10억이 넘어간다. 이제 감이 오는가. 기하급수적 증가는 초기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폭발이라는 단어로밖에 표현이 안되는 상태가 된다.

컴퓨터 세상의 거의 모든 산업이 기하급수적 그래프 위에 놓여있다. 불과 20년전 방 하나를 가득채웠던 세계 최고의 수퍼컴퓨터는 이제 우리가 매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휴대전화의 성능앞에 무릎을 꿇는다. 인터넷에 공개된 지식도 거의 매년 두배씩 증가한다. 인터넷을 통해 주고 받는 데이터의 양도 매년 두배씩 증가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날로그 시대의 사고방식으로는 디지털 기술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조합 혁신이다 
십 몇년전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직장선배가 그랬다. 인터넷에 더 이상 혁신은 없다고. 나올 것은 이미 다 나왔다고. 어떤면에서는 맞는 말이다. 당시에도 그랬고 그 이후로도 인터넷에 새로 등장하는 서비스들은 이미 그전에 써먹었던 아이디어였다. 아이러브스쿨이 있었고 프리챌이 있었고 싸이월드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마이스페이스가 있었고 페이스북이 있었으며 트위터가 있었다. 이미 써먹은 아이디어를 계속 우려먹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혁신의 기본 성질이다. 기존에 있던 것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든 것 말이다.

2007년 처음 발매된 아이폰은 거의 15년전에 개발된 애플의 뉴턴이라는 PDA를 떠올리게 한다. 뉴턴은 실패하고 사라졌지만 PDA를 시장에 소개한 최초의 제품이었고 PDA시장의 다음 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 포켓 PC로 이어졌다. 하지만 포켓 PC도 대중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대중화에 성공하지 못했던 PDA와 휴대전화를 조합하여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냈다. PDA나 휴대전화나 이미 있는 기술이지만 이것을 조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것이다.

다른 기술들은 어떤가. 손목 시계는 천년이 넘은 기술이다. 이것을 컴퓨터와 조합하여 스마트 시계라는 혁신을 만들었다. 자동차가 컴퓨터와 결합하여 자율주행 자동차로 거듭났다. 안경은 어떤가. 오래된 안경 기술이 컴퓨터와 결합하여 구글 글래스가 되었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그랬던가. 새 것은 없을지 모르나 새로운 조합은 항상 있다.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는 “경제 성장은 사람들이 자원을 가지고 더 나은 가치를 만드는 방식으로 다시 짜맞출때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제2차 기계시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백만번도 더 써먹었던 기술들을 새롭게 조합하면서 혁신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자동화, 연결된 세상 

우리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인류가 경험할 것이 두 가지 있다. 일반 지능을 갖춘 인공지능의 출현과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살펴보자.

인공지능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컴퓨팅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장족의 발전을 하면서 특정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서기 시작했다.

1997년 IBM에서 개발한 딥블루Deep Blue 슈퍼 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과 맞붙었다. 카스파로프는 역대 최고의 체스 선수로 알려져 있었다. 경기는 딥블루의 승리로 끝났고 이후 인간은 체스 경기에서만큼은 컴퓨터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컴퓨터 성능은 갈수록 좋아져서 예전 같으면 방 안을 가득채우고 있을 슈퍼컴퓨터를 이제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참고로, 삼성 갤럭시 S5 스마트폰에 내장된 그래픽 처리기는 딥블루 성능의 몇십배를 자랑한다.

제퍼디!Jeopardy!라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퀴즈쇼가 있다. 제퍼디! 퀴즈쇼 역사상 최강의 지식인은 무려 74번이나 연속으로 우승했던 켄 제닝스Ken Jennings다. 제닝스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다.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와서 11년동안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 제닝스에게 2011년 2월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이 도전장을 낸다. 정확히는 두 명의 역대 인간 챔피언에게 도전했다. 경기는 싱겁게 끝났다. 왓슨의 완승이었다.

제퍼디!는 간단한 퀴즈쇼가 아니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반어법, 중의법, 수수께끼, 농담, 미묘한 어감 등을 이해해야 하는 퀴즈쇼다. 단순지식을 묻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운명같은 일이지만 제닝스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프로그래머였다. 그는 컴퓨터가 소리를 듣고 언어를 이해하고 다시 사람의 언어로 반응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다. 퀴즈쇼에서 왓슨을 이긴다고 확신했단다. 컴퓨터 따위에게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날의 퀴즈쇼를 마치고 자신이 골동품처럼 느껴졌다고(“I felt obsolete.”) 고백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속도는 컴퓨터 전문가들의 예상마저 깨뜨리고 있는 것이다.

왓슨은 이제 분야를 바꿔 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일에 종사하고 있단다. 왓슨외에도 인공지능과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한때 인간의 두뇌로만 가능했다고 여겨졌던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야구경기를 보고 스포츠 기사를 작성해주고, 회계사를 대신하여 연말 정산을 하고, 심지어 자동차 운전까지 한다.

그 다음은, 일반지능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분야에만 특화된 인공지능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진짜 인간처럼 분야에 관계없이 스스로 학습하고 개념을 정립하여 실세계의 다양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진짜 지능이다. 딥마인드DeepMind와 같은 회사들이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일반 인공지능 개발에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추세로 보면 이 세대가 지나기전에 일반 인공지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세대가 경험할 또 하나는 전 인류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의하면 2014년 말에는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가 24억명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전세계 인구의 40%에 달하는 수치이다. 지금 인터넷 지도자들의 관심은 아직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는 나머지 60%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10억명의 인터넷 사용자the next billion Internet users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음 10억명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로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도 서서히 성장하고 있는데 아프리카는 주로 모바일 사용자를 중심으로 인터넷 사용자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전세계가 연결되고 일반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상향을 기대한다면 사람들은 노동에서 해방되고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 머슴이 하나에서 열까지 거들며 인간 주인은 여가를 즐기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 묵시록의 세상을 예상한다면 어느날 각성한 스카이넷이 조종하는 로봇군단이 핵전쟁을 일으키고 인간들은 멸종의 위기를 맞거나 컴퓨터가 만든 가상공간인 매트릭스안에 살면서 생체배터리로 전락할 것이다. 실제는 양 극단의 중간 지점쯤에 있을텐데 이상향이든 로봇제국이든 지금으로서는 조금 먼 미래다. 우리 세대에 나타날 기술이라면서 무슨 먼 미래냐고? 사실은 우리는 지금 이미 미래에 살고 있고, 인공지능의 출현과 인터넷으로 연결된 인류가 보게 될 현상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다. 걱정해야 할 일이 있다면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걱정해야한다.

기계와 경쟁하는 인간, 소득불평등, 부의 집중 

제1차 기계시대의 기술혁신은 생산성을 높여 부의 총량을 키웠다. 총량뿐 아니라 개인의 소득도 꾸준히 늘렸다. 증기기관 등에 의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비교적 빠르게 새로운 산업으로 정착했다. 자동차가 말과 마차를 도로에서 몰아내면서 마부의 일자리를 없앴지만 운전과 도로공사라는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었다. 기술은 자본과 전문기술에 편향적으로 부를 분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년간 사회의 허리로 중산층이 등장했고 소득이 비교적 고르게 분배되었다고 본다.

제2차 기계시대도 부의 총량을 키우고 있다. 전보다 더 빠르게. 이번에는 컴퓨터가 지식 노동자들을 몰아내고 있다. 물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제1차 기계시대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GDP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반해 실제 가계 소득은 90년대 후반부터 갈수록 줄고 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전체 파이는 커졌는데 개인에게 돌아가는 파이조각의 크기는 줄었다는게 무슨 뜻인가.

그림 3. 실질 GDP 및 실질 가계 소득 중앙값 변화.
파란선은 1993년 기준 실질 GDP 증가 추이, 붉은선은 1993년 기준 실질 가계 소득 중앙값 증가 추이. 시간이 지날수록 GDP와 가계 소득이 벌어지고 있음.

부의 총량은 불었지만 늘어난 부는 극소수의 상위권 소득자가 가져갈 뿐만 아니라 통계적으로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나머지 계층의 그나마 있던 소득까지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산층을 이루던 블루 칼라, 화이트 칼라 노동자들이 로봇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경쟁하면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로봇 등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자본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의 디지털 엘리트 그리고 국경이 없어진 디지털 세상에서 성공하는 극소수의 혁신가들에게 부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모바일 사진 공유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1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에 팔렸을 때 직원이라고는 고작 15명 정도였다고 한다. 창업한지 불과 2년이 안된 회사였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기 몇 달 전에 상징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120년 넘게 사진과 카메라 시장을 이끌었던 코닥이 파산을 신청한 것이다. 전성기때는 사진 혁신의 아이콘으로 13만 5천명의 직원을 거느렸던 회사가 무너진 것이다.

코닥이 호령하던 시대에 찍었던 사진의 양은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찍히는 사진의 양에 비교할 수가 없다. 19세기 인류가 찍었던 사진의 총합보다 오늘 매 2분마다 찍는 사진이 더 많다. 페이스북에만 하루 3억장의 사진이 올라간다고 한다. 불과 15명의 혁신가들이 13만 5천명이 받들던 세상보다 몇 천배나 큰 우주를 창조한 것이다.  코닥과 인스타그램의 예는 디지털 혁신이 바꾸는 세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제1차 기계시대에도 기술혁신이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몰아냈었다. 하지만 농장과 공장에서 일터를 잃은 노동자들은 새로운 산업으로 재배치되었다. 제2차 기계시대에도 디지털 기술이 옛 일터를 없애면서 새 일터를 만들고 있다. 문제는 기술발전의 속도를 사회변화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매년 거의 두배씩 성장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 법, 사회변화는 제자리 걸음을 한다는 얘기다. 기술산업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혁신이 일어나는 데 정부나 사회도 이런 혁신이 가능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경쟁이 아니라, 기계와 함께

일반 인공지능이 등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 인류는 기계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사형선고는 내려졌고 형장에 붙들려 갈 순간을 기다린다는 얘긴가. 인간은 골동품이 되고 말것인가.

체스 얘기로 돌아가보자. 딥블루 사건 이후 프리스타일 체스라는 종목이 생겼다. 체스 경기에서 선수가 컴퓨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컴퓨터와 사람이 짝이 되는 것이다. 프리스타일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프리스타일 경기의 우승자는 체스 그랜드마스터도 아니고 최고성능의 컴퓨터도 아니었다. 더 주목할 것은 최고의 체스 선수와 최강의 컴퓨터 조합이 반드시 우승하는 것도 아니었다. 프리스타일에서 우승하는 팀은 사람과 컴퓨터가 협력하여 최고의 시너지를 내는 팀이었다. 이런팀에서 사람은 주로 전체적인 전략을 짜고 컴퓨터는 정확한 전술적 계산을 맡는다고 한다.

프리스타일 체스는 제2차 기계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 중요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인간은 기계와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는 순간 내리막길로 들어설 것이다. 반대로 기계를 이용하면 오르막길이 수월해진다. 기계의 힘을 빌어, 기계와 함께, 기계와 협력하여 더 큰 가치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문제는 기계의 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이냐다. 사회는 맹렬히 달려가는 기술에 두려움을 느끼고,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은 새 시대에 필요한 훈련을 받지 못하고, 교육 시스템은 산업혁명 시대의 틀에 묶여있고, 정부는 기술혁신을 따라가지 못하고, 정치인들은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할 때가 되었다.

인디언 격언에 “중요한 결정을 할때는 7세대 이후의 후손까지 생각하고 하라”는 말이 있다. 7세대면 한 150년 정도를 내다보고 고민을 하라는 얘기다. 지금 우리가 하는 결정이 과거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우리 아들 딸과 그들의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한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팀 오라일리Tim O’Reilly의 말을 인용하며 마친다.
“우리는 미래를 담보로 과거를 구할게 아니라, 과거로부터 미래를 지켜야 합니다.”
"Policy should protect the future from the past, not the past from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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