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6일 목요일

하이쿠 - 출간 뒷얘기

일본의 정형시중에 하이쿠라는 시의 형식이 있습니다. 각 행마다 5, 7, 5음절씩 총 17음절로 이루어진 시입니다. 군더더기가 하나 없이 극도로 정제된 형식이지요.

스티브 잡스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를 위한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그에 대한 글을 쓰긴 했지만 오마주라고 부를 수 있는 다른 무엇을 하고 싶었던거에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떠오른 것이 하이쿠였어요. 스티브 잡스는 평소에 일본의 선불교에 심취했었고 일본 문화의 극도로 절제된 아름다움을 좋아했었죠. 하이쿠야말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존경을 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티브 잡스의 칼라풀한(다채로운이라는 말보다는 칼라풀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려 보이네요) 인생을 하이쿠로 써서 책에 넣은거에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책을 편집해서 보니까 인쇄체로 된 제 하이쿠가 이질적인 느낌이 났어요. 왠지요... 그래서 제 손으로 직접 쓰기로 결심하고 수십장을 연습했어요. 나름 용을 썼지요. 그런데 손으로 쓴 하이쿠를 책에 삽입해보니 이번엔 인쇄체로 된 책의 다른 내용들과 어울리지 않는거에요. 아...

결국 포기하고 출판사의 편집 디자이너분께 맡겼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이번에 나온 책에 들어가 있습니다.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시죠? 직접 찾아보세요. ^^;;

제가 직접 쓴 글씨를 이곳에 공개합니다. 거칠면서 부드럽고, 단순하면서 물결치고, 충만하면서 여백이 있는 작품을 만든다고 썼는데 이제보니 그리 마음에 들지 않네요.

아무도 관심주지 않을 부분에 들어간 노력이 아까워서 슬쩍 털어놓습니다. ^^;;

P.S. 하이쿠 처음 써 본거에요. 시인도 아니고.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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