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5일 일요일

병렬 컴퓨팅의 대가 진 암달 별세

진 암달Gene Amdahl(관련 기사)이 별세했다.

암달의 법칙으로 유명한 진 암달은 "옆동네" 사람이다. 나는 진 암달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내가 병렬 컴퓨팅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이라기보단 내가 다니는 교회당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우리 교회(이민 한인 교회)가 세들어 있는 교회당이 임마누엘 루터교회다. 진 암달이 바로 이 교회 회원이었다. 듣기로는 진 암달의 지원으로 교회당이 지어졌다고 한다. 동네 교회지만 정말 아름다운 교회다.

임마누엘 루터교회 예배당 전경

예배당 안에서 밖을 본 모습

가끔 예배당을 보면서 진 암달을 떠올릴 것 같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주소는 다음과 같다.
Immanuel Lutheran Church
14103 Saratoga Ave, Saratoga, CA 95070
평소에는 문이 잠겨있어서 예배당을 보지는 못한다. 한인들이 예배하는 일요일 오후 1시쯤 오면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2015년 11월 7일 토요일

식인문화의 수수께끼

대학시절, (서고가 있는) 도서관에서 죽치고 아무 책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게 한스  아스케나시Hans Askenasy의 "식인문화의 수수께끼"(원서는 Cannibalism: From Sacrifice to Survival)였다. 별로 유명한 책은 아니다.

저자는 인간의 역사와 문화에 깊이 새겨진 식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며 풀어냈다. 읽기 거북한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평생에 남을 충격을 받았다. 식인 이야기 자체도 충격이었다. 그런데, 인간이 '나' 그리고 '우리'밖에 있는 사람들을 괴물(식인종)로 규정하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식인이라는 주제에 집착한다는 이야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되새김질하게 되는 부분이다.

(정치든 종교든 회사든 인종이든)다른 사람을 괴물로 규정하는 순간 내가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내 의식의 뒷편에서 끊임없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저자 한스 아스케나시는 유대인으로 나치 홀로코스트 생존자다. 또 다른 저서 "Are We All Nazis?"(우리말 번역본은 아직 없나보다)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보통 엽기적인 사건의 범죄자들을 보며 짐승같다는 표현을 쓴다. 마치 그런 행동들이 우리 인간보다 하등한 동물들의 특징인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실상은 극단적인 엽기스러움은 인간에게만 보인다. 이 정도로 서로에게 야만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은 자연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틀림없는 진실 하나는 인간이야말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그 어떤 생명체보다 독하고 잔인한 종이라는 것이다."
“We generally describe the most repulsive examples of man's cruelty as brutal or bestial, implying that such behavior is characteristic of less highly developed animals than ourselves. In fact, however, the extremes of brutal behavior are confined to us: there exists no parallel in nature to our savage treatment of each other. The unmistakable truth is that man is the most vicious and cruel species that ever walked the earth.
- Hans Askenasy, Are We All Nazis?

2015년 11월 1일 일요일

무서운 이야기

애들 재울때 이야기를 해주거나 노래를 불러주곤 한다. 할로윈을 맞아 (평소 겁이 많은) 막내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실제로는 영어로 해줬는데 한국어로 옮긴다.

"괴물이 한 아이(막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바로 너야라고 얘기하듯이)를 찾아왔어. 괴물이 아이에게 말했어. 네가 나보다 작으면 잡아먹고 나보다 크면 살려주겠다. 그리고 키를 쟀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는 괴물보다 작지 않았어. 크지도 않았어. 괴물은 아이와 키가 똑 같았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는 괴물을 먹어치우기 시작했어. 다 먹어치우고 괴물의 얼굴만 남았어. 그리고 괴물의 얼굴을 들여다봤어. 괴물은 그 아이의 얼굴을 갖고 있었어. 괴물이 그 아이였던거야."

막내의 눈이 동그래졌다. 옆에서 엿듣던 중학생 첫째는 "아빠, 이거 좀 무서운데요...".

그냥 끝내면 잠을 못잘 것 같아서 조금 설명을 해줬다. "There are no monsters. No ghosts. They are all your creations. You yourself create monsters and ghosts. If you are scared of them. You are scared of yourself. They live in your imagination. Eat them."


즉석에서 만들어낸 이야기였지만,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어디에서인가 들어본적이 있는것 같다. 정확히 어느 이야기였는지 집어내진 못하겠다. 간단한 이야기지만 생각해볼 것이 많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면, 오늘 이야기하지 못한 숨은 배경에 대해서 이해하게 될까? 아마 오늘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