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6일 수요일

'사제' 시계로 유명인사가 된 14세 미국 소년 이야기

오늘 미국에서는 14세 무슬림 소년이 화제가 되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NPR(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텍사스주의 고등학생이 직접 만든 시계를 자랑하려고 학교에 가져왔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학생의 이름은 아메드 모하메드Ahmed Mohamed이고 평소에도 만들기를 좋아하는 학생으로 유명했다.

집에서 직접 전자 시계를 만들어서 가져갔는데 선생님이 폭탄으로 오해하고 경찰을 불렀단다. 경찰은 수갑을 채워서 학교에서 끌고 나갔고 심문 후 사제 폭탄이 아니란걸 확인하고 돌려보냈다. 여기서 끝일 줄 알았는데 억울하게 심문을 당하고 돌아온 소년에게 학교는 3일간 정학을 내린다. 그저 전자 장비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학생을 테러리스트로 오해한 것도 모자라 '사제' 전자 시계를 가져온 죄로 학교에서 벌을 준 것이다.

이 소식이 미국 SNS에 알려지자 단박에 전국이 떠들석해졌다. #IStandWithAhmed(난 아메드편이다)라는 해시태그를 단 메시지들이 수없이 올라왔다. 나도 기사를 읽고 황당해서 기사를 공유하고 트위터에 한마디 거들었다(오타: '찾다' -> '찼다').

그리고 회사에 왔는데 오후쯤 되니 사내 게시판 한쪽이 떠들석했다. 구글에서 아메드를 구글 과학 경진대회Google Science Fair에 초청하는 트윗을 트위터에 날렸기 때문이다. "헤이 아메드- 이번 주말에 있는 구글 과학 경진대회에 자리 하나 만들어놨는데 한번 올래? 그 시계 가져와봐! #IStandwithAhmed"

이건 별거 아니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놀러오라고 초청했기 때문이다. "시계 짱이다, 아메드. 백악관에 가져와볼래? 네 또래 애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어. 이게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NASA에서도 공개초청을 했다. 아메드가 수갑차고 끌려나갈때 NASA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ㅋ

꿈을 키워주어야 할 학교가 종교와 인종이라는 배경으로 한 학생의 장래를 망치는 사건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미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상징적 사건이 되는 것 같다. 나와 관계없는 사건일수도 있지만, 엔지니어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미국이라는 나라에 기대를 하게 만든 사건이다.

누구는 백악관이 정치쇼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구글이 '물타기 마케팅'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럴수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 쇼에 마케팅이라면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메드 모하메드 학생이 엔지니어(또는 과학자)로 성공하기 바란다.

2015년 9월 3일 목요일

영어 배우기 싫어요

부모가 평생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이 있는데, 우리 첫째 아이가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던 순간도 그 중 하나다.

2009년 여름에 미국에 도착했을 때 큰 아이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한 학기만을 다니다가 온 상태였다. 한국에 있을 때 다니던 유치원에서 영어 알파벳과 간단한 영어 단어를 배운 것 빼고는 영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에 오니 2학년으로 배정되었다. 미국은 보통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배정된 학교는 ELD가 없는 학교였기 때문에 2학년 정규반에 들어갔다. 아이를 잘 가르쳐주어서 지금도 잊지 못하는 2학년 선생님은 미세스 트레비노였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봤다.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단다. 개인 영어 교사를 붙여줄까 물어봤더니 영어 공부하기 싫단다. 도리어 왜 영어를 알아야 하냐고 반문했다. 철렁했다. 싫다는데 억지로 영어공부를 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교에서 심각하게 지시를 따르지 않았단다. 첫째는 학교에서 종이접기를 많이 했다. 말을 못하는 첫째가 쉬는 시간에 혼자 지내면서 종이접기를 했는데 다른 아이들이 많이 신기해 하며 칭찬을 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업시간에도 종이접기를 하다가 걸린 것이다. 선생님이 종이접기를 하지 말라고 지적을 했는데 알아듣지 못했다. 여러번 말을 듣지 않자 접던 종이를 빼앗았는데 첫째가 강하게 낚아채면서 거부하더란다. 나중에 왜 그랬냐고 물어봤더니 무슨 말인지 몰랐고 선생님이 자기 종이를 빼앗아가길래 순간적으로 막은 거란다.

사실 미국학교에서 선생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그렇지 않은 학교가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마는).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학생에겐 주의를 주고, 그래도 따르지 않으면 벌로 학교 사무실에 보내어지고, 그 다음엔 교장 사인이 들어간 경고장을 부모에게 보낸다. 부모는 아이에게 조치를 취하고 경고장에 사인을 해서 학교에 돌려보내야 한다. 첫째의 행동은 평상시라면 교장에게 보고되고 경고장이 날아와야할 정도로 심각한 행동이었지만 선생님이 첫째를 이해하고 많이 참은 것이었다. 그래도 첫째는 영어를 배울 생각이 없었다.

아빠의 회사일 때문에 어쩔수 없이 미국에 따라온 아이가 선생님 얘기도 알아 듣지 못하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잠자리에 드는 아이에게 평소처럼 기도를 해줬는데 뜻밖의 얘기를 했다. 영어공부가 하고 싶다고. 왜 영어 공부가 하고 싶은 지 물어봤다. 오늘 반친구 T가 학교에서 울었단다. 난 T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첫째의 옆자리에 앉은 짝꿍인데 몇 번 첫째를 놀리기도 하고 조금 힘들게 했던 아이였다. 그 T가 오늘 교실에서 울었는데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웠단다. T를 달래 주고 싶었는데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 아이의 이름밖에 없더란다. 답답했다고. 처음으로 영어를 배우고 싶어졌단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종이접기만 하던 아이가 우는 짝꿍을 보며 영어를 배우고 싶어졌다는 이야기를 할때 살짝 울컥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

나는 영어 강사를 수소문해서 매주 한 시간씩 2년간 영어 교습을 받도록 해주었다. 첫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천천히 학교에 적응해 나갔다.

2015년 9월 1일 화요일

미국 학교 입학하기 (5) - 영어 교육반ELD

영어 교육반ELD(English Language Development) Class는 꼭 가야하나? 

비영어권 가정의 학생들은 캘리포니아 교육부에서 일괄적으로 실시하는 CELDT(California English Language Development Test)시험을 매년 치러야 한다. 시험을 통과할 때까지. CELDT는 듣기listening, 읽기reading, 쓰기writing, 말하기speaking 시험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학년에 맞는 난이도를 기준으로 학생의 영어 능력을 측정한다. 초등학교 입학시 학생 인적 사항을 제출하는 데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기입하도록 되어 있다. 학교는 이를 기준으로 성적이 충분히 나올때까지 CELDT를 의무적으로 치르도록 유도한다.

캘리포니아는 비영어권 출신 학생들이 많아서 학군에서 ELD(English Language Development) class라는 영어교육반을 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학군마다 ELD를 운영하는 학교가 따로 있다. 따라서, 집근처 학교에 ELD학급이 없으면 해당 학군의 다른 학교로 배정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사람들은 ELD 학급을 좋아하지 않는다. ELD학급은 표준 수업과정보다는 영어 학습이 우선이기 때문에 수업내용이 쉬워서 아이들의 교과 실력이 크게 늘지 않는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ELD학급은 비영어권 아이들만 모인 곳이라 사실 영어실력도 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비영어권 중에서도 중남미 출신 학생들이 많아서 학급의 평균적인 교과 학습 능력이나 수학 능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ELD를 피하거나 가급적이면 짧게 다니다가 정규반으로 배정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ELD를 다니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 출신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인 자녀를 여러해 동안 ELD에 보내서 영어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경향이 있다. 초등학교에서 너무 몰아붙이지 않고 학교와 미국생활에 적응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ELD도 의미 있는 교육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자녀를 ELD가 아닌 정규반으로 보내고 싶으면 학교 교장과 이야기하면 된다. 내 경우는 아이들이 CELDT를 통과하지 못해서 ELD에 배정되었었다. CELDT성적표를 가지고 교장을 찾아갔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 시험을 통과는 못했지만 성적만 놓고 보면 경계선에 있는 셈이고 정규반에서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아이라고 설득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정규반에서 잘 적응했다.

결론적으로 처음 미국에 오는 학생의 경우 적응을 위해서 ELD에 가는 것도 괜찮은데 가능하면 6개월에서 1년정도로 짧게 지내다가 교장과 이야기하여 정규반으로 넣는 것이 좋겠다. 아예 처음부터 정규반으로 보낼 수도 있겠는데 아이와 부모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바로 내가 그렇게 아이를 보낸 경우인데 처음에 받았던 스트레스에 대해서 나중에 이야기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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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 입학하기 (2) - 거주지 배정 학교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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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 입학하기 (4) - 입학신청시 학교에서 요구하는 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