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5일 목요일

단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의 특수 교육

우리집 막내 아이는 왼쪽 귀가 기형으로 태어났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기형인 귀 때문에 태어나서 바로 뇌 검사를 받아야 했다. 태아 시절 귀가 발달할 때 문제가 있었다는데 이건 뇌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 심각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막내를 임신했을 때 우리는 기형아 검사를 하지 않기로 했었다. 검사를 권하는 의사 선생님께 설령 기형아임을 안다해도 아이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하지않고 낳을 거라고 하였다. 그렇게 낳은 아이인데 세상에 나오자마자 이상이 있는지 검사를 해야한다니 가슴이 철렁했다. 다행히 뇌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막내답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귀여웠다. 그렇지만 우리 막내아이는 3살이 훌쩍 넘도록 말을 잘 못했다. 막내가 한살때 미국에 와서 우리말과 영어 사이에서 혼란스러운가보다라고 생각하기에는 어휘의 양이 적고 발음이 많이 어눌했다. 자기가 말하는 바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해서 짜증내는 경우도 많았고 프리스쿨preschool에서 친구들과 의사소통을 못해서 마음 아픈 일도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가벼운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때로 기죽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프리스쿨 담임 선생님도 소아과 병원의 선생님도 언어 치료speech therapy를 받을 것을 권했다. 알아보니 산타클라라 카운티Santa Clara County(쿠퍼티노시는 산타클라라 카운티 소속)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SELPA(Special Education Local Plan Area)라는 특수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SELPA는 출생시부터 22세 사이의 장애아를 위한 무료 프로그램이다. 산타클라라 SELPA담당자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편지를 보냈다. 이후 교육부 담당자에게 연락을 받고 절차를 밟아서 그해 9월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언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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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Jun 4th, 2012
To:  Michele OOOO
SELPA Director
Santa Clara County Office of Education

From:  Dong-Hwi Lee
OOOO OO Drive, #OO, San Jose 95129
(408) OOO-OOOO

RE: Speech delay
Dear SELPA director,

I’m writing to you because I have a concern with my 4-year old son’s speech delay.
His pediatrician and preschool teacher recommended IEP program offered by school district, so here I am requesting an assessment for OOO Lee’s language development.
You can reach me at OO@gmail.com or (408) OOO-OOOO (cell).

Thank you,

Dong-Hwi Lee
(Father of 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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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치료 선생님은 그 분야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분이었다. 막내를 직접 테스트하고 장기간 면담을 하면서 아이의 언어 수준이 표준 언어 발달단계로 보면 두 살 정도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한지 짚어주었다.

그리고 교육과정과 부모가 유의할 사항에 대해서 서류를 한장 한장 넘겨가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가 다른 주로 이사를 가더라도 지금 넘기는 서류만 들고가면 국가에서 제공하는 무료 특수 교육을 어디에서나 받을 수 있다, 이 아이에 대한 평가 결과와 특수교육 여부는 모두 개인정보 보호를 받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경우에도 해당 학교나 담임교사에게도 아이의 특수한 상태에 대해서는 비밀로 지켜지고, 교육부에서 특수교육 교사를 따로 제공한다고 알려주었다. 또, 필요한 경우 아이와 부모에게 정부에서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무료 식사도 신청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아이를 특수교육 과정에 넣으면서 감동을 받았다. 특수교육 과정 신청절차에서 그 누구도 우리에게 미국 체류 신분이나 우리 가족의 소득 상황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가 중심이었고, 이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과 동일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몸으로 체험했다.

미국은 모든 게 돈으로 움직인다. 캘리포니아 학생 10명당 1명꼴로 특수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특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에는 적지않은 예산이 들어간다. 캘리포니아는 20%에 가까운 교육예산이 특수교육에 쓰인다. (우리 아이를 특수교육 과정에 넣을 당시를 기준으로)대공황 이래 최대의 경제 위기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만한 의지가 있다는 얘기다.

막내는 1년 동안 꾸준히 교육을 받았다. 아이의 특수 교육에는 부모들의 참여도 필요하다. 매주 숙제가 나오면 부모가 아이와 함께 숙제를 해야 한다. 그 주간의 주제에 대해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에 대한 방법까지도 편지의 형태로 아이손에 딸려온다.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었다. 나도 부모로서 상당한 정성을 쏟아야 했다.

1년 후 막내는 다시 언어 능력 테스트를 보았고 언어 능력이 또래 아이들 표준을 능가하면서 특수교육 프로그램을 졸업할 수 있었다. 막내는 1년 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졌고 프리스쿨과 유치원kindergarten에서 인기있는 학생이 되었다. 그전보다 훨씬 더 활발해졌다. 이제는 너무 말이 많아서 고민할 정도가 되었다. 초등학생이 된 막내는 책에 빠져서 엄마 말을 듣지 않는다고 엄마가 스트레스트를 받는 정도다. 막내는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면서 쿠퍼티노 학군 교육감이 언어능력 성취도가 높은 아이에게 주는 상을 받았다. 부모가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상을 받은 본인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도 그 상장을 한번씩 쳐다보며 미소짓곤 한다.

미국 사람들은 미국 교육의 경쟁력이 한국과 같은 나라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고 걱정한다. 실제로 평균적인 미국 학생의 학업 능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뒤진다. 그런데도 나는 미국 교육에서 희망을 본다. 장애가 있어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 교육정신에서(적어도 취지면에서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에서는) 나는 희망을 보았다. 장애가 있건 없건, 백인이건 흑인이건, 불법체류자건 시민권자이건, 부모가 부자이건 가난하건 모든 아이는 배울 권리가 있다. 

나는 미국의 특수교육과정을 경험하면서, 공교육의 목적은 장애가 있건 없건 모든 아이들이 성숙한 시민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있다고 믿게 되었다. 공립학교는 잘 하는 학생을 더 잘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뒤쳐지는 학생을 포기하지 않고 평범한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설령 가망이 전혀없는 학생이라 할지라도.

미국이 이 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

2016년 2월 11일 목요일

미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글은 <실리콘밸리 견문록>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지구 문명은 어느 정도 수준이며 미래는 어떤 모양일까. 미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를 토대로 방향성을 분석하여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미래는 사람들이 소망하는 낙원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영화처럼 로봇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될것인가.

문명의 발전 단계 

구소련의 천문학자 니콜라이 카르다쇼프가 제안한 카르다쇼프 척도라는 것이 있다. 우주 문명의 발전 단계를 문명의 에너지 사용량을 토대로 분류한 것이다. I, II, III 유형의 3단계로 구분한다. 1 단계는 행성에 내리쬐는 별 에너지, 우리로 치면 지구에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를 완전히 사용하는 단계다. 약 10에서 100페타와트 정도를 사용하는 문명이다. 이 정도 문명은 날씨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행성 전체를 지배한다.

2단계는 행성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고 이젠 항성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명이다. 약 400요타와트(4 ×10^26 와트)의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다른 별의 핵융합 반응을 자유롭게 조절하고 블랙홀에서 에너지를 만들수 있는 문명이다.

3단계는 인접한 항성의 에너지뿐만 아니라 은하내 1조개에 이르는 항성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명이다. 4 ×10^37와트 정도이다. 수치가 너무 커서 단위를 구분하는 명칭이 없다. 대략 1 요타와트의 40조배 정도로 말그대로 천문학적 단위다. 인류가 3단계 문명에 이르면 우주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존재가 된다고 할까. 이론에만 존재하는 문명이지만 아마 삶과 죽음의 경계는 없어지고 신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카르다쇼프 척도에 의하면 현재 인류문명의 1단계에 이르지도 못한 상태다. 단계 0이라고 할까. 좀 더 세밀하게 구분하면 에너지 소비량 기준으로 0.7단계 정도라고 한다. 인류는 우주의 기준으로 볼때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문명이라는 얘기다. 과연 앞으로 100년 이내에 1단계 문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너무 먼 미래라 별 감흥이 없다.

좀 더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 있을까?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

미래학 분야에서 존경과 비판을 동시에 받는 사람이 있다. 2045년이 되면 인간은 불사의 존재가 된다고 주장하며 그 때까지 살기위해 비타민을 매일 복용한단다.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등 인간이 기술의 발전을 따라잡을 수 없는 특이점이 곧 도래한단다. 특이점을 지난 세상을 준비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싱귤래리티Singularity라는 대학도 설립했다.

얼핏 들으면 무한동력기관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미치광이로 보이지만 이 사람은 세계 최초로 스캐너, 광학문자인식기OCR, 전자악기인 신디사이저를 개발했고 현재는 구글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진행중이다. 바로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다. 미국 PBS방송사가 역대 미국 최고의 발명가 16인으로 뽑았고,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기술분야 최고영예인 미국 기술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레이 커즈와일의 이야기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기술 분야에서 빛나는 업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주장이 기술분야, 특히 컴퓨터 분야의 발전 과정을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커즈와일은 1900년초부터 현재까지의 컴퓨터 성능의 변화를 주목했다. 일초에 1,000불(100만원)짜리 컴퓨터가 수행할 수 있는 계산량을 연도별로 조사해보면 신기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컴퓨터 성능향상의 변화가 커지는 것이다. 수학에서는 이런 변화를 기하급수적 증가라고 부른다. 기하급수적 증가의 특징은 어느 지점을 지나면 증가의 범위가 너무 커져서, 그래프로 그릴 경우 수직으로 지붕을 뚫고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특이점이라는 것은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을 거듭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인간이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시점을 말한다.

커즈와일은 2029년이 되면 인간 뇌는 완전히 분석이 끝났고 인공지능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2045년이 되면 인간이 기계와 결합하면서 인류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때가 되면 나노봇이 인간의 뇌에 들어가서 인터넷과 연결시켜주기 때문에 인간의 지식과 생각은 거의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위해 고생할 필요 없이 나노봇이 들어있는 알약을 복용하면 나노봇들이 뇌를 자극하여 순식간에 언어를 습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컴퓨터 성능. 머지않아 인간의 두뇌를 능가한다.
저작권: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커즈와일 테크놀로지Kurzweil Technologies, Inc.

너무 나갔다고 생각하는가? 컴퓨터, 나노공학, 뇌공학의 발전속도를 보면 아예 허황된 얘기가 아닐 수 있다. 최첨단 기술회사에서 일하는 나도 깜짝 놀라는 기술들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노라면 털끝이 설 때가 있다.

그럼 미래는 터미네이터 영화에서처럼 각성한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로봇 군대의 공격으로 인류는 멸종직전으로 가게될 것인가? 대체로 사람들이 신기술을 접하고 떠올리는 것들이 이런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분야의 신기술 말이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심한 경우에는 기술개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일부 종교인들은 종말을 얘기한다. 뭐, 그럴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미래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진행형이다.

실리콘밸리의 그늘 - 소득 불평등

이 글은 <실리콘밸리 견문록>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구글 직원들은 평소처럼 출근버스에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은 주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직원이 아닌 몇 사람들이 버스를 에워쌌다. 시위대였다. 공공 시설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는 팻말을 들었다. 버스는 한참을 붙들려 있다 풀려났다. 이 날 시위는 미전역에 화제가 되었고 이후로도 여러번의 시위가 이어졌다.

몇 일후 근처 오클랜드시에서는 구글 직원들을 태운 버스에 벽돌이 날아들었다. 창문이 깨졌지만 다행히 사람은 다치지 않았다. 구글 뿐만 아니라 애플 등 기술기업의 직원을 출퇴근 시키는 버스들이 연쇄적으로 봉변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엔지니어의 집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주변에 살고 있는 이웃에게 “감시, 통제, 자동화로 부도덕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여기 살고 있다는 전단지가 뿌려졌다.

구글 버스 시위대의 구호는 이렇다. 구글 등의 사기업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공공 버스 정류소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얼핏 보면 셔틀버스가 잠깐씩 버스 정류소에서 사람들을 태우는 것이 돌을 던지며 시위까지 할 일인가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버스정류소 시위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지역의 수면아래에 소득 불균형이라는 더 큰 문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구글 등의 기술 기업들이 정류소 이용료를 샌프란시스코시에 납부하는 것으로 버스 정류소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아메리칸 드림이 이루어지는 곳

미국을 이끌어 가는 도시 4개를 뽑으라고 하면 금융의 뉴욕, 정치의 워싱턴, 문화의 LA, 그리고 기술의 실리콘밸리를 들 수 있다[1]. 실리콘밸리는 행정구역상의 도시는 아니지만, 개념상 큰 도시로 간주하자. 실리콘밸리는 전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는 특별한 곳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국적도, 인종도, 성별도, 종교도 관계없이 오직 아이디어와 실력만으로 회사를 만들어 성공할 수 있다.

꼭 회사를 창업해야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실리콘밸리는 미국내에서 엔지니어에게 가장 많은 몸값을 제시한다. 아마도 전세계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다. 스포츠 선수 몸값이 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률은 어떤가. 실리콘밸리의 주요 도시인 산호세의 실업률은 5%대로 미국 최저 수준이다. 참고로, 미국 의회 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는 실업률 5%를 “완전고용”이라고 본다. 실업률, 평균소득[2] 등으로 보면 실리콘밸리는 희망의 땅으로 보인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비싼 주거비, 물가 

실리콘밸리 주민들의 지출에서 가장 큰 부분은 무엇일까? 월세다. 미국에는 전세라는 개념이 없으니 집주인이 아니면 월세 세입자다. 음식과 함께 집은 생존과 사회생활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 주민들은 집세로 얼마나 지출하고 있을까. 부동산 업체 리얼팩츠RealFacts에 따르면 산타클라라 카운티(실리콘밸리의 핵심 지역)의 2014년 평균 월세는 우리돈으로 2백3십만원 정도란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매월 2백만원 이상이 집세로 나가니까.  1년이면 2천 7백만원이 넘는 액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세가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평균 월세는 전년에 비해 9%가 늘었다.

집 값이 오르면 물가도 오르기 마련이다. 실리콘밸리지역은 교통비, 의료비, 식료품비, 공과금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생활비가 높다.

소득 하위 계층의 증가 

실리콘밸리에 흘러오는 막대한 부는 소득 상위 계층에 집중되는 듯 하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을 떠받쳐온 중산층이 실리콘밸리에서 힘을 잃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인구가 62%에서 55%로 줄었다. 그리고 시간당 16불(17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무려 31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 하루 8시간씩 일주일에 5일을 꼬박일해도 한 달에 2600불(280만원)을 못 번다는 얘기다. 월세만 내기도 빠듯한 액수다.

시간당 10불(최저임금은 9불이다)을 받는 계약직 노동자는 초과근무를 해도 집을 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맥도날드 점원 뿐만 아니라 부자 기업을 위해 일하는 셔틀 운전사, 경비원, 요리사들도 계약직 노동자다. 계약직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을 마음대로 정할수도 없고 일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일정이 짜이기 때문에 받는 임금이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 일부 노동자들은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해 다쳐도 병원을 갈 수도 없고 집에 있는 아이를 놔둔채 회사의 일방적인 스케쥴에 맞춰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부가 상위 계층에 집중되는 현상을 소득 불균형Income Inequality이라고 부르는 데 소득 불균형은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의 문제다. 소득 불균형은 미국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미국 의회 예산처 보고서에 의하면 1979년부터 2007년까지 30년간 상위 1%의 소득은 275% 증가한 반면 하위 20%는 18%밖에 늘지 않았다고 한다.

짙어지는 그늘 

실리콘밸리는 소득불균형 문제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세계에서 뽑혀온 기술 엘리트들은 스포츠 스타 못지 않은 임금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무료 점심, 고급 의료 보험, 무료 셔틀, 유급 병가, 충분한 출산 휴가 등 더 많은 것을 누린다. 거대 기술 기업의 직원들은 일상 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할인 혜택을 누리고 더 넓은 선택권과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글의 주요 의제인 주택문제로 돌아가보자. 전세계에서 모여든 고소득 계층이 목돈이 생기면 하는 일이 주택 구입이다. 주택 수요가 급증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실리콘밸리 지역의 주택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보니 주택 가격이 올라가고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도 증가했다. 집을 사려고 돌아다녀보면 막대한 현금을 들고 오는 중국 사람들과 경쟁을 하면서 호가listing price보다 20%정도 웃돈을 주고도 집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러다 보니 이 지역에서 이전부터 살던 토박이들은 갈수록 집을 산다는 건 꿈꾸지 못하고 월세로 만족해야 하는데 월세마저 자고 일어나면 천장을 뚫고 있으니 절망스럽지 않을까.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변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기술 엘리트에 대한 분노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난 솔직히 답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엔지니어로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대의에 나를 맡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첨단 기술과 담이 없어진 세계가 소득 불균형을 심화하고 중산층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한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그래도 난 여전히 기술과 열린 세계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고 싶은데 가슴 한 구석에선 죄책감이 자라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22번 호텔[3] 

자정이 지난 금요일 새벽 어느 버스 정류장, 산호세에서 출발하여 팔로알토로 향하는 22번 버스에 허름한 차림의 사람들이 천천히 타고 있었다. 모두들 노숙자들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운행하는 22번 버스를 사람들은 22번 호텔Hotel 22라고 부른다. 집 없는 이들이 2달러를 내고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곳이다. 

버스 뒤편의 구석진 곳에 아빠와 딸이 자리를 잡고 있다. 딸은 긴 좌석에 가방을 배게삼아 잠을 자고 아빠는 그 뒷좌석에서 앉은채로 잠을 청하고 있다. 아빠는 실직 상태고 노숙자를 위한 쉼터에 들어가고 싶지만 자리가 없어 기다리고 있다. 아빠와 딸은 밤새 덜컹거리는 버스안에서 아침을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5학년짜리 딸은 아침이 되면 스쿨버스로 갈아타고 학교에 갈 것이다.

아빠와 딸은 덜컹거리는 버스안에서 어떤 꿈을 꿀까.

[1] 매트 커츠의 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네 개는 어디일까요?" 참고. https://www.mattcutts.com/blog/four-city-theory/
[2] 본문에서 소개한 실업률, 평균소득 등의 통계 자료는 각각 다른 보고서를 참고로 했다. 또한, 경우에 따라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등의 개별 도시별 통계를 인용하기도 했다. 따라서, 각 통계치가 다른 기준과 조건을 갖고 있음을 미리 얘기해 둔다. 다만, 인용한 통계자료가 일반적인 실리콘밸리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고 글의 논지와도 맞다고 생각한다.
[3] 22번 호텔에 대한 산호세 머큐리 신문의 기사. http://www.mercurynews.com/bay-area-news/ci_24429126/homeless-turn-overnight-bus-route-into-hotel-22

2016년 2월 4일 목요일

양날의 기술 - 편리한 기술이 감시의 도구로

이 글은 <실리콘밸리 견문록>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2013년 6월 6일, 가디언The Guardian과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에 충격적인 기사가 올라왔다. 미국 국가안보국 NSA가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Verizon으로부터 매일 수백만건의 통화기록을 수집했다는 기사였다. 국외의 적으로부터 미국 국민을 보호한다는 NSA가 자국 국민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얼마나 통화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통째로 넘겨받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언제든 과거의 통화 기록을 꺼내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만으로도 경천동지할만한 일인데 이후로 밝혀질 일들에 비하면 이건 빙산의 일각이었을 뿐이었다.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

20대의 에드워드 스노든은 NSA의 시스템관리자로 일하면서 미국 정부의 상상을 뛰어넘는 통신 감청 및 수집 행위를 알게되었고 대략 170만건의 관련자료를 빼내 세상에 폭로했다. 2013년 6월 6일 이후, 아마도 인류역사가 계속되는 한 역사책에 영원히 남을 인물이다. 국경을 뛰어넘는 장벽없는 기술의 발전이 부패한 위정자와 행정권력에 의해 무시무시한 감시와 통제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에드워드 스노든만큼 극적으로 보여준 사람은 없었다.

프리즘PRISM

에드워드 스노든이 언론에 제공한 자료들이 속속 세상에 나오면서 전화뿐만 아니라 이메일, 영상통화, VoIP(인터넷 전화), 사진, 동영상, 파일 전송, 소셜 네트웍 활동 등 거의 모든 인터넷 활동을 NSA가 감청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집 대상은 미국 국민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감청의 범위는 가히 전세계라고 할 만큼 광범위했다. 프리즘 프로젝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프로젝트가 수집하는 데이터가 소위 메타데이터로 불리는 누가 언제 누구한테 통신을 주고 받는지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통신 내용 자체까지 포함한다는 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세계적 인터넷 기업들이 미국의 FISA, 즉 해외 정보 감시법Foreign Intelligence Surveillance Act에 의해서 법원의 명령이 있을 경우 사용자의 정보를 국가 기관에 제출하도록 강제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인터넷 기업들은 사용자의 신뢰를 얻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사용자의 신뢰와 법의 준수 사이에서 기업들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물론 미국에 근거를 두는 이들 기업들이 어찌되었든 법이 명령하는 것을 지키지 않을 방법은 없다. 야후는 NSA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거부하여 재판장까지 갔지만 패소하고 법에 의해 사용자 정보를 제공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기업들은 법에 의해 NSA와 협력한다는 것을 밝힐 수도 없고 소송을 해도 미국의 사법 시스템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더우기 실재하는 테러리스트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에 적극적으로 대항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설령 인터넷 기업들이 정보의 제공을 거부하였어도 NSA는 기업 데이터센터를 해킹하여 원하는 자료를 빼내갔다고 한다. 일명 MUSCULAR 프로젝트였다. NSA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하나가 주목을 받았는데 구글의 망 구성도였다. 그림의 가운데 부분이 핵심이었다. 구글이 암호화를 하는 부분이 구글 내부 데이터센터와 외부 인터넷을 연결하는 GFE라는 부분이고 내부 데이터센터간 통신에는 암호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GFE를 설명하는 글, "SSL added and removed here! :-)"의 끝에 웃는 표정의 스마일리Smiley 아이콘이 그려져 있었다. 이걸 본 구글 엔지니어들은 분노했다. 중국 정부의 조직적인 해킹 공격에 대항하여 중국의 민권운동가를 지켜내며 군인들이 총을 들고 구글 데이터센터의 문을 열라고 협박해도 굴하지 않겠다는 구글 엔지니어의 자부심이 NSA의 웃는 아이콘 하나에 무너졌다. 그림속 이모티콘 ;-)이 이렇게 뼈아플수 있을까.

B2. NSA MUSCULAR 프로젝트 슬라이드 중 구글의 망 구성도 

구글 엔지니어들은 더욱 철저하게 암호화를 했고 데이터센터간의 통신뿐만 아니라 컴퓨터간에 주고 받는 데이터를 암호화했다. 그리고 이메일의 종단간end-to-end 통신을 암호화하는 소프트웨어도 오픈소스화하였다. 그리고 소스 코드에 "SSL-added-and-removed-here-;-)"라는 메시지가 보란듯이 들어있었다. 암호화(SSL)는 이제 구글의 GFE가 아닌 NSA가 중간에 가로채긴 힘든 이 부분에서 이루어진다는 조소였다.


B3. 미국 잡지 PCWorld가 발견한 구글 소스 코드내 문장

인터넷 감청은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감시 체계 

미국 정부가 감청을 한다는 사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은 법에 의해 이미 70년대부터 국외 통신에 대한 감청을 해왔다. 또한 자국 국민을 감청한다는 사실도 세계적으로 보면 새롭지 않다. 가깝게는 우리나라만 해도 민간인 사찰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종종 기사화되곤 하지 않는가.

주목해야 할 곳은 따로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감청의 범위와 대상의 규모가 상상하지 못할 수준이 되었다.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다.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을 통해 보내는 데이터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경로가 아니라 전송 비용이 최소가 되는 경로를 선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터넷 통신망에 있어서 미국은 로마제국이다. 전세계 통신망이 미국으로 연결되어 있고 상당량의 세계 인터넷 데이터가 미국을 통과하거나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앉아서 통신망에 귀를 대고 있으면 전세계 통신을 감청할 수준이 된 것이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인터넷을 통해 움직이는 지 상상해 보면 전세계인이 부처님 손아귀에서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속고 속이는 각국 정부 

프리즘에는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프리즘 프로젝트에 공조하는 나라에 대하여도 미국이 따로 감청을 했다는 점이다. 유출된 NSA 자료에 의하면 2013년 3월 한달 동안 독일내 통신 자료만 5억건이 수집되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수상을 미국 정보국이 10년 이상 감청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미국 대사를 소환하여 항의하였고 메르켈 수상이 오바마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평소 미국은 중국발 해킹 공격을 강하게 비판해왔는데 프리즘을 비롯한 광범위한 감청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뭐 묻은 개가 뭐를 욕하는 격이 되었다.

기술의 한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민들에게 질서와 안전을 부르짖는 권력자들의 생얼을 보여주었고 자신을 둘러싼 기술 환경이 권력자에 의해서 어떻게 악용되는지 보여주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반짝거리는 눈으로 기술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젊은 엔지니어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전세계의 엔지니어들이 실리콘밸리로 날아온다. 기술로 전세계를 연결하고 지구상 어디에서나 누구나 자유롭게 질좋은 정보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더 좋은 기술을 만들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소스코드를 공개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유치하고 순진하지만 이것이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데 그 기술이 평범한 시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전세계를 자유롭게 연결한 인터넷을 엿듣고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공개한 기술을 가지고 사람들을 압제할 도구를 만들었다.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은 기술이 안보라는 깃발 아래, 법과 제도에 부딪힐 때 얼마나 연약한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법이 강제한다고 하여도, 국가 안보가 걸린 문제라고 하여도, 사람들을 압제하는 기술을 만든 엔지니어들은 도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NSA가 저지른, 인류에 대한 범죄 

에드워드 스노든 폭로 이후의 세상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되었다. 아랍에서 일어난 재스민 혁명은 페이스북 등 인터넷이 평범한 시민들을 깨우고 독재자를 몰아내는 시민 혁명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혁명 시작후 5년이 지난 현재 재스민 혁명은 실패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이 사람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진정한 민주주의 도구라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에드워드 스노든 이후 사람들은 더 이상 인터넷과 기술 기업을 신뢰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찾는 수영장이 있다. 수영장 한 구석에서 와인을 마시며 지평선에 걸치는 붉은 태양을 보노라면 그렇게 좋을수 없었다. 수영장의 안전요원들은 혹시나 있을 사고에 대비하여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고마운 이들이다. 그런데 어느 날은 소세지같은 길쭉한 것이 물에 떠올랐다. 똥이었다. 누군가 수영장에 똥을 싼 것이다. 수영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허겁지겁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안전요원에게 이야기했더니 그가 하는 말이 충격이다. 오늘만 똥이 나온 것이 아니라 사실은 수영장 물에 똥이 항상 섞여 있었단다. 그리고 안전요원들이 일부러 수영장 물에 똥을 싸왔다고 한다. 헉! 이제 이 수영장에는 사람들이 놀러 올 것인가? 내일도 그 다음날도 안전요원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NSA가 해왔던 일들이 드러나면서 세상은 의심의 시대로 들어섰다. 미국 기업들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고 이것이 미국 산업에 영향을 주었다. 보잉으로부터 전투기를 구매하기로 했던 브라질은 NSA 사건 이후 구매계획을 취소하고 스웨덴의 Saab와 45억달러 전투기 구매계약을 했다. 이제 미국 IT기업들이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하려면 전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NSA의 요청에 의해 자신들의 네트워크 장비에 백도어를 심은 시스코Cisco사는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인터넷 종주국이었던 미국은 이제 세계 각국이 인터넷 관리의 힘을 지역 국가로 분산시키자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NSA는 단순히 미국 기업의 매출에 타격을 주고 미국의 기술 지도력을 떨어뜨린 것이 아니다. NSA는 세상을 불신의 시대로 떨어뜨렸고 기술의 밝은 미래를 작살냈다. 평범한 인터넷 사용자들이 친구와 채팅을 하고 가족과 영상통화를 할때 가슴 저 밑바닥에서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세상을 만든것이다.

기술, 국가, 인류

에드워드 스노든의 진짜 업적은 기술환경과 부패한 권력에 대해 눈 감고 있던 사람들을 깨운 것이다. 주인이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집을 지키라고 키우던 개들이 찢고 까부르고 난장판을 만들었다. 주인이 자고 있으니 세상이 지들 것인양 난리를 피우다 주인의 침대에까지 뛰어올랐다. 놀라 잠이 깬 주인 앞에 개들이 멈칫한다. 난장판이 된 방안을 둘러본 주인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주인의 고함 소리에 그제야 자신들의 위치를 깨닫는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쓰다듬어주었던 그 사람이 주인이고 자신들이 주인의 것들을 망쳐놨다는 사실을 깨닫고 꼬리를 감추고 만다.

법도 정부도 국가도 모두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시민이 주인이다. 시민이 먹여주고 재워주고 쓰다듬어주었던 권력이 기술을 가지고 시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려고 한다면 누가 주인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주인이 잠에서 일어나 눈을 떠야 한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시민을 깨우고 있다.


덧: 결론부의 개 비유는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분들께는 거북하게 들릴수 있습니다. 미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