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5일 일요일

병렬 컴퓨팅의 대가 진 암달 별세

진 암달Gene Amdahl(관련 기사)이 별세했다.

암달의 법칙으로 유명한 진 암달은 "옆동네" 사람이다. 나는 진 암달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내가 병렬 컴퓨팅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이라기보단 내가 다니는 교회당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우리 교회(이민 한인 교회)가 세들어 있는 교회당이 임마누엘 루터교회다. 진 암달이 바로 이 교회 회원이었다. 듣기로는 진 암달의 지원으로 교회당이 지어졌다고 한다. 동네 교회지만 정말 아름다운 교회다.

임마누엘 루터교회 예배당 전경

예배당 안에서 밖을 본 모습

가끔 예배당을 보면서 진 암달을 떠올릴 것 같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주소는 다음과 같다.
Immanuel Lutheran Church
14103 Saratoga Ave, Saratoga, CA 95070
평소에는 문이 잠겨있어서 예배당을 보지는 못한다. 한인들이 예배하는 일요일 오후 1시쯤 오면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2015년 11월 7일 토요일

식인문화의 수수께끼

대학시절, (서고가 있는) 도서관에서 죽치고 아무 책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게 한스  아스케나시Hans Askenasy의 "식인문화의 수수께끼"(원서는 Cannibalism: From Sacrifice to Survival)였다. 별로 유명한 책은 아니다.

저자는 인간의 역사와 문화에 깊이 새겨진 식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며 풀어냈다. 읽기 거북한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평생에 남을 충격을 받았다. 식인 이야기 자체도 충격이었다. 그런데, 인간이 '나' 그리고 '우리'밖에 있는 사람들을 괴물(식인종)로 규정하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식인이라는 주제에 집착한다는 이야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되새김질하게 되는 부분이다.

(정치든 종교든 회사든 인종이든)다른 사람을 괴물로 규정하는 순간 내가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내 의식의 뒷편에서 끊임없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저자 한스 아스케나시는 유대인으로 나치 홀로코스트 생존자다. 또 다른 저서 "Are We All Nazis?"(우리말 번역본은 아직 없나보다)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보통 엽기적인 사건의 범죄자들을 보며 짐승같다는 표현을 쓴다. 마치 그런 행동들이 우리 인간보다 하등한 동물들의 특징인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실상은 극단적인 엽기스러움은 인간에게만 보인다. 이 정도로 서로에게 야만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은 자연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틀림없는 진실 하나는 인간이야말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그 어떤 생명체보다 독하고 잔인한 종이라는 것이다."
“We generally describe the most repulsive examples of man's cruelty as brutal or bestial, implying that such behavior is characteristic of less highly developed animals than ourselves. In fact, however, the extremes of brutal behavior are confined to us: there exists no parallel in nature to our savage treatment of each other. The unmistakable truth is that man is the most vicious and cruel species that ever walked the earth.
- Hans Askenasy, Are We All Nazis?

2015년 11월 1일 일요일

무서운 이야기

애들 재울때 이야기를 해주거나 노래를 불러주곤 한다. 할로윈을 맞아 (평소 겁이 많은) 막내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실제로는 영어로 해줬는데 한국어로 옮긴다.

"괴물이 한 아이(막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바로 너야라고 얘기하듯이)를 찾아왔어. 괴물이 아이에게 말했어. 네가 나보다 작으면 잡아먹고 나보다 크면 살려주겠다. 그리고 키를 쟀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는 괴물보다 작지 않았어. 크지도 않았어. 괴물은 아이와 키가 똑 같았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는 괴물을 먹어치우기 시작했어. 다 먹어치우고 괴물의 얼굴만 남았어. 그리고 괴물의 얼굴을 들여다봤어. 괴물은 그 아이의 얼굴을 갖고 있었어. 괴물이 그 아이였던거야."

막내의 눈이 동그래졌다. 옆에서 엿듣던 중학생 첫째는 "아빠, 이거 좀 무서운데요...".

그냥 끝내면 잠을 못잘 것 같아서 조금 설명을 해줬다. "There are no monsters. No ghosts. They are all your creations. You yourself create monsters and ghosts. If you are scared of them. You are scared of yourself. They live in your imagination. Eat them."


즉석에서 만들어낸 이야기였지만,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어디에서인가 들어본적이 있는것 같다. 정확히 어느 이야기였는지 집어내진 못하겠다. 간단한 이야기지만 생각해볼 것이 많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면, 오늘 이야기하지 못한 숨은 배경에 대해서 이해하게 될까? 아마 오늘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겠지.

2015년 10월 1일 목요일

쓸데없는 오늘의 영어 - ad hominem

인신공격의. (논쟁에 있어서) 상대 주장의 내용이 아니라 상대방의 성격 등을 공격하는 행위.

ad hominem은 라틴어로 to the man 또는 to the person을 뜻한다. 보통 시사 게시판에서 논란이 큰 주제를 다루거나 논쟁이 겪해지면 인신공격으로 보일만한 대화가 시작된다. 이때 It's an ad hominem attack.이라면서 한번 꺽어줄 필요가 있다.

비슷한 단어로 ad feminam이 있다. 'femi'는 female을 가르키며 '여성'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상대방의 논리를 공격할 때 쓴다.

다음은 인터넷에서 찾은 ad hominem 예제다. ^^;
"That's not an ad hominem attack. You idiot."

2015년 9월 16일 수요일

'사제' 시계로 유명인사가 된 14세 미국 소년 이야기

오늘 미국에서는 14세 무슬림 소년이 화제가 되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NPR(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텍사스주의 고등학생이 직접 만든 시계를 자랑하려고 학교에 가져왔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학생의 이름은 아메드 모하메드Ahmed Mohamed이고 평소에도 만들기를 좋아하는 학생으로 유명했다.

집에서 직접 전자 시계를 만들어서 가져갔는데 선생님이 폭탄으로 오해하고 경찰을 불렀단다. 경찰은 수갑을 채워서 학교에서 끌고 나갔고 심문 후 사제 폭탄이 아니란걸 확인하고 돌려보냈다. 여기서 끝일 줄 알았는데 억울하게 심문을 당하고 돌아온 소년에게 학교는 3일간 정학을 내린다. 그저 전자 장비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학생을 테러리스트로 오해한 것도 모자라 '사제' 전자 시계를 가져온 죄로 학교에서 벌을 준 것이다.

이 소식이 미국 SNS에 알려지자 단박에 전국이 떠들석해졌다. #IStandWithAhmed(난 아메드편이다)라는 해시태그를 단 메시지들이 수없이 올라왔다. 나도 기사를 읽고 황당해서 기사를 공유하고 트위터에 한마디 거들었다(오타: '찾다' -> '찼다').

그리고 회사에 왔는데 오후쯤 되니 사내 게시판 한쪽이 떠들석했다. 구글에서 아메드를 구글 과학 경진대회Google Science Fair에 초청하는 트윗을 트위터에 날렸기 때문이다. "헤이 아메드- 이번 주말에 있는 구글 과학 경진대회에 자리 하나 만들어놨는데 한번 올래? 그 시계 가져와봐! #IStandwithAhmed"

이건 별거 아니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놀러오라고 초청했기 때문이다. "시계 짱이다, 아메드. 백악관에 가져와볼래? 네 또래 애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어. 이게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NASA에서도 공개초청을 했다. 아메드가 수갑차고 끌려나갈때 NASA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ㅋ

꿈을 키워주어야 할 학교가 종교와 인종이라는 배경으로 한 학생의 장래를 망치는 사건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미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상징적 사건이 되는 것 같다. 나와 관계없는 사건일수도 있지만, 엔지니어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미국이라는 나라에 기대를 하게 만든 사건이다.

누구는 백악관이 정치쇼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구글이 '물타기 마케팅'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럴수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 쇼에 마케팅이라면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메드 모하메드 학생이 엔지니어(또는 과학자)로 성공하기 바란다.

2015년 9월 3일 목요일

영어 배우기 싫어요

부모가 평생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이 있는데, 우리 첫째 아이가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던 순간도 그 중 하나다.

2009년 여름에 미국에 도착했을 때 큰 아이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한 학기만을 다니다가 온 상태였다. 한국에 있을 때 다니던 유치원에서 영어 알파벳과 간단한 영어 단어를 배운 것 빼고는 영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에 오니 2학년으로 배정되었다. 미국은 보통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배정된 학교는 ELD가 없는 학교였기 때문에 2학년 정규반에 들어갔다. 아이를 잘 가르쳐주어서 지금도 잊지 못하는 2학년 선생님은 미세스 트레비노였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봤다.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단다. 개인 영어 교사를 붙여줄까 물어봤더니 영어 공부하기 싫단다. 도리어 왜 영어를 알아야 하냐고 반문했다. 철렁했다. 싫다는데 억지로 영어공부를 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교에서 심각하게 지시를 따르지 않았단다. 첫째는 학교에서 종이접기를 많이 했다. 말을 못하는 첫째가 쉬는 시간에 혼자 지내면서 종이접기를 했는데 다른 아이들이 많이 신기해 하며 칭찬을 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업시간에도 종이접기를 하다가 걸린 것이다. 선생님이 종이접기를 하지 말라고 지적을 했는데 알아듣지 못했다. 여러번 말을 듣지 않자 접던 종이를 빼앗았는데 첫째가 강하게 낚아채면서 거부하더란다. 나중에 왜 그랬냐고 물어봤더니 무슨 말인지 몰랐고 선생님이 자기 종이를 빼앗아가길래 순간적으로 막은 거란다.

사실 미국학교에서 선생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그렇지 않은 학교가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마는).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학생에겐 주의를 주고, 그래도 따르지 않으면 벌로 학교 사무실에 보내어지고, 그 다음엔 교장 사인이 들어간 경고장을 부모에게 보낸다. 부모는 아이에게 조치를 취하고 경고장에 사인을 해서 학교에 돌려보내야 한다. 첫째의 행동은 평상시라면 교장에게 보고되고 경고장이 날아와야할 정도로 심각한 행동이었지만 선생님이 첫째를 이해하고 많이 참은 것이었다. 그래도 첫째는 영어를 배울 생각이 없었다.

아빠의 회사일 때문에 어쩔수 없이 미국에 따라온 아이가 선생님 얘기도 알아 듣지 못하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잠자리에 드는 아이에게 평소처럼 기도를 해줬는데 뜻밖의 얘기를 했다. 영어공부가 하고 싶다고. 왜 영어 공부가 하고 싶은 지 물어봤다. 오늘 반친구 T가 학교에서 울었단다. 난 T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첫째의 옆자리에 앉은 짝꿍인데 몇 번 첫째를 놀리기도 하고 조금 힘들게 했던 아이였다. 그 T가 오늘 교실에서 울었는데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웠단다. T를 달래 주고 싶었는데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 아이의 이름밖에 없더란다. 답답했다고. 처음으로 영어를 배우고 싶어졌단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종이접기만 하던 아이가 우는 짝꿍을 보며 영어를 배우고 싶어졌다는 이야기를 할때 살짝 울컥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

나는 영어 강사를 수소문해서 매주 한 시간씩 2년간 영어 교습을 받도록 해주었다. 첫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천천히 학교에 적응해 나갔다.

2015년 9월 1일 화요일

미국 학교 입학하기 (5) - 영어 교육반ELD

영어 교육반ELD(English Language Development) Class는 꼭 가야하나? 

비영어권 가정의 학생들은 캘리포니아 교육부에서 일괄적으로 실시하는 CELDT(California English Language Development Test)시험을 매년 치러야 한다. 시험을 통과할 때까지. CELDT는 듣기listening, 읽기reading, 쓰기writing, 말하기speaking 시험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학년에 맞는 난이도를 기준으로 학생의 영어 능력을 측정한다. 초등학교 입학시 학생 인적 사항을 제출하는 데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기입하도록 되어 있다. 학교는 이를 기준으로 성적이 충분히 나올때까지 CELDT를 의무적으로 치르도록 유도한다.

캘리포니아는 비영어권 출신 학생들이 많아서 학군에서 ELD(English Language Development) class라는 영어교육반을 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학군마다 ELD를 운영하는 학교가 따로 있다. 따라서, 집근처 학교에 ELD학급이 없으면 해당 학군의 다른 학교로 배정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사람들은 ELD 학급을 좋아하지 않는다. ELD학급은 표준 수업과정보다는 영어 학습이 우선이기 때문에 수업내용이 쉬워서 아이들의 교과 실력이 크게 늘지 않는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ELD학급은 비영어권 아이들만 모인 곳이라 사실 영어실력도 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비영어권 중에서도 중남미 출신 학생들이 많아서 학급의 평균적인 교과 학습 능력이나 수학 능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ELD를 피하거나 가급적이면 짧게 다니다가 정규반으로 배정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ELD를 다니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 출신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인 자녀를 여러해 동안 ELD에 보내서 영어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경향이 있다. 초등학교에서 너무 몰아붙이지 않고 학교와 미국생활에 적응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ELD도 의미 있는 교육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자녀를 ELD가 아닌 정규반으로 보내고 싶으면 학교 교장과 이야기하면 된다. 내 경우는 아이들이 CELDT를 통과하지 못해서 ELD에 배정되었었다. CELDT성적표를 가지고 교장을 찾아갔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 시험을 통과는 못했지만 성적만 놓고 보면 경계선에 있는 셈이고 정규반에서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아이라고 설득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정규반에서 잘 적응했다.

결론적으로 처음 미국에 오는 학생의 경우 적응을 위해서 ELD에 가는 것도 괜찮은데 가능하면 6개월에서 1년정도로 짧게 지내다가 교장과 이야기하여 정규반으로 넣는 것이 좋겠다. 아예 처음부터 정규반으로 보낼 수도 있겠는데 아이와 부모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바로 내가 그렇게 아이를 보낸 경우인데 처음에 받았던 스트레스에 대해서 나중에 이야기 해보겠다.

관련글

미국 학교 입학하기 (1) - 학년 배정
미국 학교 입학하기 (2) - 거주지 배정 학교 찾기
미국 학교 입학하기 (3) - 이사 시점과 학교 등록
미국 학교 입학하기 (4) - 입학신청시 학교에서 요구하는 서류

2015년 8월 31일 월요일

쓸데없는 오늘의 영단어 - guesstimate

guesstimate: 어림짐작. 추측.
estimate보다는 좀 더 주관적인 추측을 할때 쓴다. 개발자들이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는 통계 수치 등의 숫자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떤 때는 정확한 수치를 알기는 힘들지만 대충이라도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것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my guesstimate이라고 시작하면 된다.

예문:
My guesstimate is half the machines in the system produced incorrect results.
해당 시스템을 구성하는 컴퓨터들의 절반정도는 잘못된 결과를 냈다고 짐작한다.

Cook's guesstimates have stood up remarkably well to nearly forty years of comparison with the results gathered by historians, anthropologists, archaeologists, and economists. - Why The West Rules For Now, pg. 155, Ian Morris
쿡의 추측은 근 40년간의 역사가, 인류학자, 고고학자, 경제학자들의 연구결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뛰어나다.

2015년 8월 30일 일요일

미국 학교 입학하기 (4) - 입학신청시 학교에서 요구하는 서류


학교 입학 신청시 필요한 서류는 세 가지 종류다. 학령 증명proof of age, 예방 접종 기록immunization records, 거주지 증명proof of residence이다.

학령 증명은 생년월일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하나면 된다. 출생증명서(병원에서 발행하는 증명서는 제외), 여권, 세례 증서, 또는 부모의 출생 진술서affidavit 중 하나다. 참,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학생은 여권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예방 접종 기록과 결핵 검사 결과TB test를 준비해야 한다. 예방 접종 기록은 한국에서 영문으로 준비해 오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대로 제출은 못하고 미국병원에서 미국식 양식에 맞게 옮겨 적어야 한다. 이것을 미국에서는 transcribe한다고 말한다. 병원에 예약해서 한국에서 가져온 예방 접종 기록을 전사transcribe하도록 한다. 결핵 검사는 미국 병원에서 해야 한다.

거주지 증명은 다음 표의 A 목록과 B 목록에서 각각 한 항목씩 총 두 항목의 문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A 목록에서 PG&E 청구서[1]와 임대계약서를 준비하고 B 목록에서 운전면허증을 제출하는 식이다.

A 목록
- PG&E 청구서와 재산세 청구서(주택 소유자의 경우)
- PG&E 청구서와 임대계약서(월세등의 임대계약자의 경우)
- 부모의 거주진술서

B 목록
- 현 주소가 기재된 운전면허증
- 은행내역서
- 자동차 등록증 또는 보험 서류
- 월급 명세서

위 표의 내용은 주마다 학군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해당 학군 웹사이트에서 등록 요구사항registration requirements 항목을 찾아서 확인하자.

거주지 증명이 약간 복잡해 보인다. 혹시 우리나라처럼 위장전입같은 거주지 허위기재가 많아서 그런걸 아닐런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 보이긴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차근차근 알아보면서 준비하면 다 할 수 있다.

그리고 혹시라도 서류를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걱정하지 말자. 미국에서는 심지어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반드시 공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다. 서류가 미비하다고 학교에서 거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백신 접종 서류 준비

캘리포니아에서는 학교 입학시 백신 접종 기록과 결핵 검사 결과를 요구한다. 외국에서 온 모든 학생(유치원부터 고등학교)은 의사가 작성한 예방접종기록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는 경우 한국의 병원에서 영문으로 백신 접종 기록을 받으면 좋다. 백신의 이름이 영어 약자여서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니 가능하면 영문으로 받아온다. 

캘리포니아 학교에서 요구하는 백신의 종류와 접종 횟수를 아래에 정리한다(표로 정리하면 보기 좋은데 블로거에서 표에 관련된 기능을 찾지 못했다).
  • 소아마비Polio: 4회
  • DTP (디프테리아Diphtheria, 파상풍Tetanus, 백일해Pertussis): 6세 이하 5회(4살 이후 한번 이상 접종 기록이 있으면 4회도 가능) , 7세 이상 4회(2살 이후 한번 이상 접종 기록이 있으면 3회도 가능). 캘리포니아 교육부에서 7학년의 경우 Td 부스터를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MMR (홍역Measles, 볼거리Mumps, 풍진Rubella): 1-6학년과 8-12학년은 1회, 유치원과 7학년 입학생은 1살 이후 2회
  • B형 간염Hepatitis B: 4-6세의 아동은 3회 
  • 수두Varicella: 1회.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는 13-17세의 학생은 2회.
  • Td 부스터Td Booster: 7학년에게 권장 사항
예방접종과 관련된 원문은 구글 검색에서 [Guide to immunizations required for school entry in California](대괄호 [ 와 ] 는 빼고 검색한다)라는 검색어로 찾거나 다음의 URL을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넣어서 확인한다. 아래 자료는 교육부 문서는 아니고 비영리 단체인 서터 의료재단에서 이해하기 쉽게 만든 PDF문서이다.

예방접종기록외에도 결핵검사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결핵검사는 최근 12개월 내에 실시해야 하며 반응검사가 음성이어야 한다.

보험이 있으면 평소에 다니는 소아과 병원에서 예방접종, 예방접종기록 전사transcribe 그리고 결핵 검사도 할 수 있다. 참고로, 무료 진료소에 가면 예방접종과 결핵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무료 진료소는 저소득층을 위해 자원봉사로 운영되기 때문에 진료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예약도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운틴뷰 시에는 마운틴뷰 로타케어 무료 진료소 Mountain View Rota Care Free Clinic(http://www.rotacarebayarea.org/clinics/mountain_view.html)가 있는데 반드시 예약을 해야하고 그것도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2시에만 예약 전화를 받는다.

한국에서 오는 경우 주의할 점

★ 두 번째 홍역 및 MMR을 맞았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1차 접종만 하고 있음에 유의하여 두 번 접종하였는지를 사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수두 접종도 두번을 맞았어야 한다. 이는 다른 곳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오는 경우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이주해 온 어떤 분은 자녀가 이미 수두를 앓았던 경험이 있어서 학교 담당자와 이야기해서 두번째 접종을 면제받았다고 한다. 다만 그 분은 수두를 앓은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현지 병원 의사의 추가 서류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 한국에서는 3차례의 간염 예방접종을 각각 다른 병원에서 받을 경우, 기록이 누락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단다. 미리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

[1] PG&E 청구서: 전기, 가스 등의 공과금 청구서. PG&E는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유틸리티 회사중 하나다. 지역에 따라 유틸리티 공급 회사가 다르다. 따라서, 각 지역의 유틸리티 회사에서 오는 청구서를 제출하면 된다.

2015년 8월 29일 토요일

쓸데없는 오늘의 영단어 - manspreading외

옥스포드 사전에 신조어가 여럿 들어왔단다. 몇 개만 골라봤다. 쓸데없는 단어들로만.

manspreading: 쩍벌리기. 쩍벌남 행태.
쩍벌남은 세계적 현상. 동양이나 서양이나 남자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증거.

brain fart: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는 상태. 실수. 뇌방귀.
예문: I’m having a brain fart and can’t spell his name correctly. 나 지금 머리에서 방귀만 뀌는지 걔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

butt-dial: 실수로 전화걸기. 엉덩이가 뒷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 버튼을 눌러서 전화가 걸리는 것. 엉걸기.
예문: I have had several people butt-dial me, from former girlfriends to my brother. 나한테 엉거는 사람들이 많아. 옛날 여자친구부터 동생까지.

rage-quit: (게임 등에서)화가나서 갑작스럽게 퇴장하는 행위. 게임을 엎다. 랜선을 뽑다. 디스걸고 나가다. 개즐퇴장*.
예문:
Bill: His computer crash? 걔 컴퓨터 다운되었어?

Rob: No, he rage quit" 아니, 디스걸고 나갔어.



* 제가 신조어 하나를 만들어봤습니다. ^^;

2015년 8월 28일 금요일

미국 학교 입학하기 (3) - 이사 시점과 학교 등록

1. 해당 학군의 학생 등록 주간enrollment week에 거주지 학교neighborhood school를 찾아간다.

쿠퍼티노의 정규 등록 주간은 보통 2월초에 있다. 정규 등록 절차를 받으려면 적어도 2월초에는 쿠퍼티노 학군 경계에 살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때의 등록은 8월말에 시작하는 학년도를 위한 것이다.

한국에서 전학오는 경우, 바로 거주지 학교를 찾아간다. 방학 때는 학교 사무소가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데 학군 사무소에 문의하면 언제 해당 학교에 찾아가야 하는지 알려줄 것이다. 다른 학생들이 이미 등록한 상태이기 때문에 거주지 배정 학교라 할지라도 인기있는 학교라면 이미 학교 정원이 다 찼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는 학군내 다른 학교에 배정을 받는다. 다른 학교에 배정을 받더라도 거주지 배정 학교에 자리가 나면 돌아올 수 있다.

2. PG&E청구서, 출생증명서 등 입학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방문한다.

PG&E 청구서[1]는 현 거주지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출생증명서는 아이의 학령을 증명한다. 학교 등록을 하려면 이런 서류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입학신청시 필요한 서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설명한다.

3. 학군내에서 거주지 배정 학교이외의 학교를 가고 싶을 경우. 

학교의 학생 등록 담당자에게 얘기하여 등록 서류와 뽑기표lottery ticket을 받는다. 학군내에서는 다른 학교에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학생 선발에 있어 거주지가 학교 경계에 있는 학생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 학교마다 수용가능한 비거주지 학생 수가 정해져 있다. 학군은 학급당 학생수, 인종 구성 비율 등을 고려하여 각 학교의 비거주지 학생 수용 인원을 결정한다.
  • 학교의 수용가능한 인원보다 더 많은 수가 신청할 경우 뽑기에 의해서 무작위로 학생을 선발한다. 이때는 빨리 등록한 사람이나 늦게 등록한 사람이나 차이가 없다. 그런데 해당 학교에 형제가 이미 다니고 있거나 부모의 직장이 학교 근처이거나 특수 교육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우선권이 주어진다.

4. 다른 학군의 학교에 다니고 싶을 경우.

가능하긴 하나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교육 조례Ed Code 제46600항에 의해 합법적인 이유, 즉 특수 교육, 이중 언어 등의 이유가 있으면 개별적case-by-case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또, 교육 조례 제48204항에 의해 부모의 직장을 거주지의 개념으로 해석하여 현 거주지와 다른 학군이라도 부모의 직장 근처의 학교에 다니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다른 학군을 선택해야 할 만한 합법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5. ELD 배정을 위한 영어 능력 시험CELDT

가정에서 영어가 기본언어가 아닌 학생은 모두 CELDT라는 영어 능력시험을 치르고 성적에 따라 ELD에 배정하도록 되어 있다. ELD는 영어 언어 교육 프로그램English Language Development의 약자인데 ELD학급이 따로 있는 학군도 있고 정규 과정 학생과 같이 공부하다가 정해진 시간에 따로 나와서 영어를 배우는 학군도 있다. 쿠퍼티노 학군은 ELD학급이 따로 있다. 그런데 모든 학교에 ELD학급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ELD에 가기위해서 거주지 배정 학교가 아닌 학교로 배정되는 경우도 있다.

학교 등록시 학교에서 학생 등록 서류의 가정내 기본 언어가 영어가 아니면 학군 사무소에 가서 CELDT를 치르라고 안내할 것이다. 길면 몇 시간 동안 영어 시험을 치르고 거기서 ELD에 가야하는지 알려줄 것이다. ELD에 대한 내 경험은 나중에 설명한다.

[1] PG&E 청구서: 전기, 가스 등의 공과금 청구서. PG&E는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유틸리티 회사중 하나다. 지역에 따라 유틸리티 공급 회사가 다르다. 따라서, 각 지역의 유틸리티 회사에서 오는 청구서를 제출하면 된다.

관련글

미국 학교 입학하기 (1) - 학년 배정
미국 학교 입학하기 (2) - 거주지 배정 학교 찾기
미국 학교 입학하기 (4) - 입학신청시 학교에서 요구하는 서류
미국 학교 입학하기 (5) - 영어 교육반ELD

2015년 8월 26일 수요일

쓸데없는 오늘의 영단어 - bummer

bummer: 아쉽다 또는 쩝.

미국애들 가끔 bummer라는 단어를 쓰는데, 좀 아쉬울 때 쓰는 단어다. 재미있는 점은 Google Translate에서 'bummer'로 검색하면 '게으름 뱅이'로 번역하는데, 'bummer!'라고 느낌표를 붙이면 '안됐다'로 번역해준다.

무슨 얘기 하다가 아쉽다는 의미의 감탄사로 bummer!라고 말한다. '안됐다'보다는 '쩝.'이 어울릴려나. 아니면 '아까비'?

미국 학교 입학하기 (2) - 거주지 배정 학교 찾기

학교를 찾을 때 두 가지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할 계획인데 학군을 먼저 정하고 집을 찾는 경우와 집이 정해진 상태에서 학교를 찾는 경우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학군의 범위와 배정학교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학군 범위와 배정학교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알아보려는 학군의 이름으로 구글에서 검색을 한다. 예를 들어, 쿠퍼티노의 경우 [Cupertino Union School District Map]으로 검색하면 첫번째 검색결과가 다음의 URL이다.

http://www.edline.net/pages/Cupertino_Union_SD/About_the_District/District_Map
쿠퍼티노 학군의 학군 경계 지도
저작권자: www.edline.com

이 지도를 잘 보면 쿠퍼티노 학군임에도 산호세 서쪽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쿠퍼티노 시의 일부는 빠져있기도 하다. 따라서 정말 원하는 학군이 있다면 학군 지도를 먼저 파악하고 해당 학군에 포함되는 거주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새 집으로 이사를 오면 주소지에 배정된 학교를 찾아야 한다. 거주지의 학군을 알고 있다면 학군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거주지 학교 검색 도구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쿠퍼티노는 Cupertino Union School District Street Directory 웹페이지에서 거주지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쿠퍼티노 학군 거주지 학교 검색 Cupertino Union School District Street Directory

여기에 주소를 입력하면 다음과 같이 배정 학교를 알려준다.

거주지 학교 검색 결과

좀 더 다양한 학군을 검색하고 싶으면 greatschools.org를 이용하면 된다. 학교 및 학군 경계 지도Schools and District Boundaries Map 웹페이지에서 주소를 입력하면 거주지 학교와 그 학교의 경계 지도를 보여준다. 다만, 이 사이트는 학군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보여줄 확률이 높다. 아래의 그림도 잘못된 정보를 보여주는 예이다. 4430 Albany Drive, San Jose에 배정된 학교는 Dwight D. Eisenhower가 아니고 De Vargas이다.

greatschool.com의 학교 및 학군 경계 지도 서비스

주의 사항: 학군 지도나 거주지 기반 학교 검색 도구는 오래된 정보나 잘못된 내용이 있기도 하니 마지막에는 항상 학군 사무소나 해당 학교에 직접 문의하여 확인을 받아야 한다.

관련글

미국 학교 입학하기 (1) - 학년 배정
미국 학교 입학하기 (3) - 이사 시점과 학교 등록
미국 학교 입학하기 (4) - 입학신청시 학교에서 요구하는 서류
미국 학교 입학하기 (5) - 영어 교육반ELD

2015년 8월 20일 목요일

미국 학교 입학하기 (1) - 학년 배정

미국에 처음 건너올때 큰 애가 한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왔다. 나머지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왔다. 미국 학교에 아이들을 입학시키려니 막막했다. 좌충우돌하며 아이들 모두 미국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보냈고 이제는 첫째와 둘째가 중학교에 다닌다.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이니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경험자로서 실리콘밸리에 처음 아이를 입학시키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까봐 몇자 적는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6년, 중학년 3년, 고등학교 3년으로 초중등교육이 짜여져 있다. 우리 아이들이 속한 쿠퍼티노 학군은 초등학교 5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4년제이다. 초등학교는 5학년을 마지막으로 6학년부터는 중학교 과정이다. 6학년부터 8학년(우리로 치면 중학교 2학년)까지 3년간 중학교를 다니고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4년간 고등학교 과정이다. 아직 의무교육 과정은 아니지만 미국의 초등학교는 유치원Kindergarten과정도 무료로 제공한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는 곧 유치원 과정이 의무교육이 될 예정이다. 참고로, 학제는 주마다 다르고 학군마다 다르다. 본 글의 예는 쿠퍼티노 학군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겨울방학이 길고 봄에 학년이 시작한다. 미국학교는 보통 긴 여름방학을 마치고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시작하는 학년을 2015학년도라고 부른다. 미국은 2015년 가을에 시작하는 학년을 2015-2016학년도라고 한다.

2015-2016학년도의 각 학년별 입학연령은 다음과 같다. 입학연령은 2015년 9월 1일을 기준으로 하는데 학년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니 캘리포니아 교육부California Department of Education 웹사이트(http://www.cde.ca.gov/)를 참고하자.
유치원: 5살, 생일 기준 2009년 9월 2일 - 2010년 9월 1일
1학년: 6살, 2008년 9월 2일 - 2009년 9월 1일
2학년: 7살, 2007년 9월 2일 - 2008년 9월 1일
의  방식으로 1년씩 더하면 각 학년별 입학연령을 계산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학교나 정부에서 학령기의 아이를 거부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학교 담당자가 반 배정을 위해 하루이틀 정도는 지체할 수는 있으나 대기자 명단에만 넣고 무작정 기다리게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해당 학교에 자리가 없는 경우 대기자 명단에는 올려두고 같은 학군내의 다른 학교를 소개해주도록 되어 있다. 집 근처 학교에 자리가 없는 경우 다른 학교에 잠시 다니다가 자리가 날때 돌아올 수도 있다.

관련글

미국학교 입학하기 (2) - 거주지 배정 학교 찾기
미국 학교 입학하기 (3) - 이사 시점과 학교 등록
미국 학교 입학하기 (4) - 입학신청시 학교에서 요구하는 서류
미국 학교 입학하기 (5) - 영어 교육반ELD

2015년 8월 18일 화요일

한글과 문맹률

외국에서 지내다보면 모국에 있을때 막연하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객관적으로 다시 정리될 때가 있다. 어제 중국 출신 직원들과 얘기 했던 내용이 그런 경우인데 문자와 문맹률에 관한 것이다.

한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역사적으로 한자는 엘리트의 문자였고 한국의 문맹률이 매우 높았다고 했더니 중국도 이전에는 한자가 엘리트의 문자였단다. 중국도 옛날에는 글을 못 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가 현대에 들어와서 문맹률이 크게 낮아졌단다. 현재 중국의 식자율(글을 읽는 사람의 비율)은 90%를 넘었다고(위키피디어에 의하면 95%) 한다. 이견이 있을수는 있지만 대체로 중국의 한자가 배우기 가장 힘든 문자라고 볼때 문맹률(또는 식자율)은 문자의 난이도와는 크게 관계가 없을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잠깐동안의 대화에서 맺은 결론은 문자의 난이도보다는 의무교육이 식자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한글이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자이고 배우기 쉬운 것은 맞으나 문맹률을 엮어 찬양하다보면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15년 8월 16일 일요일

미래 예측이라는 독

한국에서 실리콘밸리에 오는 분들이 꼭 하는 질문이 있다. 미래에 관한 것이다. 어떤 산업이 유망할 것 같으냐. 구글의 5년후는 어떤 모습일 것 같으냐. 구체적으로 묻는 경우는 '빅데이터' 기술 전망은 어떤가. '자율 주행자동차'의 미래는 어떤가 등이다.

상황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꼭 이렇게 시작한다. "저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잘 모릅니다. 5년이 아니라 6개월 앞도 모르지요." 나만 이런 대답을 하는게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현자로 불리는 에릭 슈미트도 미래에 관해 얘기할때 나와 비슷한 말을 했던 적이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나 국회에 계신 분들의 생각은 다른가보다.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이라는 제목으로 3D 프린터네 핀테크네 빅데이터네 드론이네 미래 산업을 예측하여 육성하기 바쁘다.

창조경제 실현할 13가지 '미래먹거리'는?
새누리 "핀테크 키운다" …진흥법 발의·특위 구성 추진

무슨 일을 하든 (틀리더라도) 미래를 예측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미래 예측이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경우다. 왜냐하면 이 바닥에서 그 분들이 가장 무지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기분이 나쁘겠지만 정말 그렇다. 내가 일하는 분야를 담당하는 공무원들과 이야기해볼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충격을 받을 정도로 담당분야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았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순환보직제도 때문에 실무 경험을 충분히 쌓을 시간이 없고, 갑(정부)을(총판의 총판)병(총판)정(실제 개발사)으로 이어지는 계층구조 때문에 전문 지식을 얻을 기회가 없다.

한편, 미래 예측을 잘하나 못하나 이분들에게는 이득도 손해도 없다. 이를테면, 3D 프린터 시장이 폭삭 망해도 이분들은 피해를 보지 않는다. 반대로 그 시장이 몇 십조 몇 백조 규모가 되어도 이분들에게 돌아가는 건 없다. 책임질 일이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억지로 육성을 하다보니 실제로 될 분야의 신생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진작에 도태되어 없어질 기업이 정부 지원금에 붙어 연명하는가 하면 제대로 경쟁하며 성장해야 할 기업은 왜곡된 생태계에서 오히려 체질이 약해지고 만다.

미래 예측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미래 산업을 끌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무지하고 무책임한 정부의 그늘 아래에서 미래 예측은 독이 된다.

오늘도 '미래 먹거리'에 대한 기사가 보인다. 얼마나 배가 고픈지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미래 먹거리' 타령이었는데 지금도 날마다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2015년 8월 9일 일요일

구글의 핵심 문화 - 피어 리뷰

구글+에 올렸던 글을 모아서 재포스팅합니다. 저에게 구글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를 하나만 뽑으라면 피어 리뷰를 고르겠습니다. 왜 그런지 알려드리겠습니다.

=====     =====     =====
Peer Review는 동료 평가로 번역이 되지만, 동료 평가보다는 ‘피어 리뷰’로 쓰는편이 저의 느낌상 더 나아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피어 리뷰로 쓰니 이해해 주세요.

구글이 성공하는 데 피어 리뷰 문화가 절대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피어 리뷰 문화가 구글의 핵심인 채용, 성과 평가 그리고 코딩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피어 리뷰는 학계에서는 일반적인 프로세스

피어 리뷰는 학계 특히 과학/공학 분야에서는 일반적인 프로세스입니다. 논문을 컨퍼런스나 저널에 싣기전에 해당 분야의 다른 연구자들이 논문을 리뷰하고 필요한 경우 수정/보완하여 논문을 최종 출판합니다. 피어 리뷰는 해당 분야의 수준과 신뢰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프로세스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Peer_review

코드 리뷰

코드를 작성하고 코드 베이스(소스 코드를 저장하는 저장소)에 체크인하기 전에 반드시 동료로부터 코드 리뷰를 받아야 합니다. 팀 분위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코드 리뷰를 매우 철저하게 합니다. 시스템의 전체적인 구조에서부터 성능 향상을 위한 조언, 적절한 라이브러리의 사용, 유닛 테스트 그리고 공백의 개수와 주석의 오타까지 모두 리뷰를 합니다. 리뷰어는 한번에 많게는 수십여개에 이르는 개선 사항을 알려주고 리뷰를 받는 사람은 리뷰어가 보낸 의견에 대해 개선을 하거나 자기 의견을 달아 다시 리뷰어에게 보내는 식으로 몇 번을 주고 받은 후에야 비로소 체크인이 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코드 리뷰과정은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작업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서 신뢰할 수 있는 코드를 작성할 수 있고, 리뷰를 받는 쪽이나 리뷰를 하는 쪽이나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며, 코드의 작성자가 사정상 부재중일 때에도 그 코드를 리뷰했던 동료들이 무리없이 코드를 유지보수할 수 있게 됩니다.

회사 전체를 놓고 보면 코드 리뷰를 통해 코딩 스타일과 문화가 전체 구성원에게 전파됩니다. 구글의 소스코드는 중앙집중화된 코드베이스에 모두 저장되어 있는데 다른 사람 또는 다른 팀에서 작성한 코드도 모두 같은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고 같은 코딩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글에는 유닛 테스트, continuous build system, coding style checker, dependency monitor 등 다 헤아리기 힘든 소스코드 관리 기술과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동화된 시스템위에 피어 리뷰를 기반으로는 하는 코드 리뷰 프로세스가 있었기 때문에 신뢰성있고 확장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성과 평가

매년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성과 평가때는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저를 평가하고 저 또한 동료들을 평가해줍니다. 피어 리뷰가 필요한 성과 평가는 보통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할 수 있습니다. 성과 평가에는 평가 대상자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기여도, 결과, 프로젝트의 중요성 등을 적고, 대상자의 직무상 강점 그리고 좀 더 개발해야 할 영역에 대해서 정확하게 평가합니다.

성과 평가 기간에는 제가 저를 평가해 줄 리뷰어를 선택하고, 요청을 받은 리뷰어들이 저에 대해 정직하게 평가해줍니다. 이때 리뷰어 중에는 요청을 받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매니저는 피어 리뷰에서 그리 큰 역할을 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나 현실적으로는 피어 리뷰 결과를 가지고 다른 매니저들을 설득해야 하므로 성과 평가 체계에서 여전히(아니면 당연히) 중요합니다.

성과 평가 기간에는 부담이 많이 되지만 서로에 대해서 정직하고 정확하게 평가를 해줍니다.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됩니다. 제가 했던 일에 대해 정확히 아는 동료들이 평가를 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습니다. 또 제 작업 내용을 정확히 아는 동료들이 제가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알려주기 때문에 수긍하면서 저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동료들과 함께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저를 평가할 사람들이니까요.

피어 리뷰 기반의 성과 평가 체제의 장점은 실무적 수준에서 제대로 된 업무 평가와, 수직적 보고 체계가 아닌 수평적 동료 체계에서의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회사 전체를 놓고 보면 코드 리뷰와 마찬가지로, 누가 일을 잘하는지 또는 누가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평가 표준이 피어 리뷰를 통해 전체 구성원에게 전파됩니다.

채용

회사는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니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 회사를 운영하는 데 첫째되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피어 리뷰 문화는 사람을 뽑는 데에도 적용됩니다.

구글에 지원하는 사람들을 면접하는 면접관들은 그 후보자가 채용이 되었을 때 같이 일하게 될(같은 팀이 되는 것은 아니고 같은 부문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 면접은 엔지니어가 직접 합니다. 한 두명의 엔지니어만 면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대여섯명의 엔지니어가 차례로 면접을 합니다. 면접이 끝나면 해당 후보자와 같이 일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적어서 채용위원회에 보고합니다. 채용위원회 또한 대부분 엔지니어들로 구성됩니다. 레쥬메부터 면접 결과까지 모든 것을 종합해서 함께 일하고 싶은지를 판단합니다.

후보자가 입사했을 때 함께 일할 사람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에 채용과정을 훨씬 신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함께 결정을 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책임을 나눠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함께할 동료를 테스트하는 인터뷰 과정에서 (엔지니어의 경우) 기술적인 질문을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보다 똑똑하고 내가 보지 못한 다른 세상을 보여줄 사람인지 점검합니다. 채용위원회도 입사후보자가 회사에 채용될 경우 뛰어난 엔지니어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지 검토합니다. 그 후에도 검토 절차가 더 남아 있지만 동료가 될 사람들이 후보자를 평가한 결과가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채용 절차에서도 함께 일하고 싶은 인재상이 인사부서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동료들이 공유하는 문화로서 회사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됩니다.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구글이 이렇게 성공한 데에는 피어 리뷰 문화가 핵심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규모와 영향력이 십몇년만에 이 정도로 클 수 있었던 것도, 이 정도 규모에서도 독특한 문화와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모두 피어 리뷰의 공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고 피어 리뷰 문화에도 문제점이 있습니다. 문제점이라기 보다는 문제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느리고 방어적인 프로세스

프로세스가 느려지고 의사결정이 보수적 또는 방어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프로세스가 느려지는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장기적으로 신뢰성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이득이 있으므로 감내할만하지요. 그런데 의사결정이 방어적으로 변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채용과정을 예로 들면, 여러명이 모여서 동등한 입장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되므로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반대를 하는 후보자는 보통 떨어집니다. 채용의 과정이야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사람은 뽑지 않는 것이 좋다는 철학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때로는 몇 가지 문제가 있더라도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다같이 동의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좋을 때가 있습니다.

위기 대응 능력

데이터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할 때 피어 리뷰가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극단적인 예로 위기상황의 비행조종사들을 들 수 있습니다. 비슷한 수준의 조종사들이 에어버스를 조종하다 회복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들을 놓치고 결국 추락한 사례가 있습니다.
https://plus.google.com/106545388800257341911/posts/UkZxDff7FNQ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누군가 절대 권력과 무한의 책임감을 가지고 결단을 내려야 추락하는 비행체를 구할 기회가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런 토론은 무의미합니다.

다행히 제가 경험했던 구글은 위기때마다 잘 대처해 왔습니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고 난 후에 사후검토(Postmortem)를 철저히 하여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대처해야 했는지 기록하고 그 기록 또한 피어리뷰를 받도록 하여 조직 전체가 배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옹고집은 어디에나 있다

워낙 똑똑한 사람들을 모아서 그럴까요? 아니면 똑똑한 사람들을 모아도 그 중에는 반드시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코드 리뷰를 진행하면서 답답한 일들이 발생하는데요. 코드의 동작이나 속도 그리고 가독성에 아무 상관이 없는 사소한 것들을 가지고 몇 일동안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서로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것이죠.

피어 리뷰의 약점은 수평적인 분위기에서는 옹고집이 왕노릇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자, 지금까지 피어 리뷰의 빛과 어둠을 살펴보았는데요. 저의 의견을 물으신다면 저는 피어 리뷰 시스템이 좋습니다. 제가 워낙 실수가 많아서 동료들을 많이 의지하기 때문에요. 원래 피어 리뷰의 단점중에는 저 같은 실수쟁이들이 동료들을 시간을 뺐는다가 포함이 되어야 하지만 의도적으로 뺐습니다. 동료들의 희생으로 저 같은 사람이 빛을 발할 수 있으니까요. ^^;; (동료에게 항상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2015년 8월 7일 금요일

Pay it forward

책을 쓰면서 가능하면 쉬운 단어를 쓰려고 노력했는데요. 예를 들면, contribute는 '기여하다'대신 '보태다'라고 썼지요. 그런데 어떤 때는 몇 주 동안 고민해도 맘에 드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pay it forward'였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주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음 사람에게 갚는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돌려갚기'라고 했는데요. 제대로 번역한 것 같나요? 솔직히 아주 만족스러운 번역은 아니고 아직도 어떤 말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 책에 들어갔던 'pay it forward'에 관한 이야기를 옮깁니다. 초고에서 발췌했기 때문에 출판된 책과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     =====     =====
1784년의 어느날 벤자민 프랭클린이 벤자민 웹이라는 사람에게 200프랑의 돈과 함께 편지를 보냈다. 프랭클린은 웹과 친분이 없었다. 단지 벤자민 웹이 곤경에 빠졌기 때문에 선의로 도움을 준 것 뿐이다. 편지의 내용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 돈을 그냥 드리는 것이 아니에요. 빌려주는 거에요.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가거든 제때에 빚을 갚을 수 있게 반드시 사업에 성공하세요. 그리고 당신처럼 곤경에 빠진 이를 만나면 당신도 그에게 내가 했던대로 돈을 빌려주세요. 그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 같은 일을 할 수 있도록요. 그 돈이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갔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돌려갚기다. 영어로는 'pay it forward'다. '되갚기pay it back'라고 하면 빌렸던 돈을 채권자에게 갚는 것이다. 그런데 pay it forward라고 하면 채권자가 아닌 제 3자에게 돈을 갚는 것이다. 모르는 이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은 이는 또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100만원을 빌려주었다 돌려받으면 그와 나 사이에 그냥 100만원이 갔다온 것뿐이다. 그런데 필요한 사람에게 100만원을 빌려주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게 되면 100만원이라는 절대적 가치외에 다른 것들이 생겨난다. 보람과 감사다. 그냥 주는 사람은 보람을 얻고 받는 사람은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된다. 이번에 받은 사람은 다음에는 베푸는 사람이 되어 보람을 맛보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갚을 것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의 호의 때문에 이만큼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인 곳을 사회라고 부르고 우리는 사회로부터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았다. pay it forward는 이런식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DNA에 새겨진 사회 환원 정신

pay it forward는 실리콘밸리 문화에 깊이 새겨져 있다. 실리콘밸리의 맏형 로버트 노이스는 페어차일드 반도체와 인텔을 설립하여 크게 성공했다. 그의 집에는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젊은 엔지니어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업에 투자도 했다. 말하자면 엔젤 투자였다. 투자하면서 받은 증서를 운동화 포장상자에 넣어두곤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얼마나 많은 회사에 투자했는지 그 조차도 짐작하지 못했다고 한다.

로버트 노이스의 식객중에는 젊은 스티브 잡스도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젊은 시절 좌충우돌하며 코너에 몰렸을 때 무작정 노이스의 집에 쳐들어와서 저녁식사를 하곤 했다. 심지어 노이스 가족의 가족여행에까지 따라다녔을 정도로 노이스를 의지했다고.

스티브 잡스가 세월이 흘러 로버트 노이스를 추억하며 이런 얘기를 했다. “내가 햇병아리였을 때 그(로버트 노이스)가 나를 그의 날개로 품어주었다.” 어리고 모난 스티브 잡스를 사심없이 도와주었던 사람들을 기억하며 그도 보답하리라 마음 먹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을 도둑놈들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구글과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래리 페이지에게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한다. 아직 젊은 래리 페이지에게 어떻게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지 진심으로 조언을 했다고 한다. 잡스는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에 내가 받은 것을 돌려주는 길paying back to the system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실리콘밸리는 로버트 노이스의 피를 잇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대가없이 나눠주기도 하고, 열정은 있지만 기반은 없는 창업가들에게 적잖은 돈을 투자하고 꼭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게 도와준다.

구글 창업자들이 처음 받은 수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를 공동창업한 전기공학 엔지니어 앤디 벡톨샤임Andy Bechtolsheim은 1998년 스탠포드 대학에 들렀다가 우연히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만났다. 페이지와 브린은 페이지랭크라는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검색엔진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구글이라는 회사가 생기기 전이었고 본인들도 자기들이 만든 검색 시스템이 세상을 바꾸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던 때다. 벡톨샤임은 젊은 페이지와 브린에게 선뜻 10만 달러(1억원 정도)짜리 수표를 건네주었다. 그 돈으로 구글이라는 회사가 정식으로 탄생했다. 구글은 15년후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되었다. 구글은 1조 5천억원의 기금을 가지고 구글 벤처스Google Ventures를 설립했다. 구글 벤처스는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의 벤처 기업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구글의 탄생을 도운 앤디 벡톨샤임의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앤디 벡톨샤임이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첫 워크스테이션인 Sun-1을 만들때 스탠포드 컴퓨터학과와 동네 전자 부품점에서 부품을 얻어다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선배들이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같은 회사들을 밀어주고 다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로 성공한 사람들이 구글과 같은 후배들을 밀어주면서 실리콘밸리 공동체가 된 것이다.

컴퓨터광들이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

컴퓨터광들은 영화나 TV 드라마에서처럼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밤새 프로그래밍을 하며 희열을 느낀다. 컴퓨터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밤새 프로그래밍을 하다보니 여자친구(또는 남자친구)들에게 인기도 없는 찌질이로 비치기도 한다. 찌질하다 못해 오죽하면 <딜버트>라는 만화에서 댁의 아들은 엔지니어가 될 운명이라고 진단하는 의사앞에서 딜버트의 엄마가 통곡을 했을까!

그런데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자선단체 중 하나인 빌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든 사람이 바로 학교 다닐때 사회성 결핍이라고 핀잔을 듣던 빌 게이츠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레리 페이지 등 기술 기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세상의 불평등이라는 그늘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매년 엄청난 액수를 기부하고 있다.

이런 기술 기업들의 자선 활동에는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이들의 자선활동에는 실용주의가 깔려있다. 기술 기업의 경영자들은 본인들의 성격때문인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방법을 모색한다. 물론, 기업홍보나 자신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도 있겠지만.

우리의 예상과 달리 자선단체에 흘러가는 기부금 전체가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가는 것이 아니다. 상당 액수는 단체장의 연봉을 포함하여 자선단체의 행정비로 나간다. 미국내 자선단체를 조사해보니 어떤 경우는 거의 3분의 2의 기금이 행정비로 쓰였다는 충격적인 조사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자선단체들은 집행내역 자체가 투명하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비효율적이거나 기부자들의 의도와 관계없는 선교활동에 사용된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은 중간에 브로커들을 모두 빼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 접촉하는 방식을 취하거나 빈곤계층의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지원하는 데 힘을 쓴다. 예를 들어, 저렴한 방법으로 물을 정화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 팀에게 상금을 준다던지, 말라리아 약을 개발한다든지, 구글 임팩트 챌린지(https://impactchallenge.withgoogle.com/) 등 현지에서 기술로 공동체를 살리려는 비영리 기관에 돈과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는 인터넷이 없는 아프리카 오지에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려고 성층권에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는 풍선을 띄우거나 무인 비행기를 띄우기도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방식의 자선활동이 흔하다. 아이디어와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로 모이고 무일푼의 청년들이 혁신적인 제품으로 성공하는 것은 밑바닥에 이런 사회환원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환원 문화는 남의 도움을 받아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성공해야할 대의명분을 제공한다. 채권자에게 빚을 갚기 위해 일하는 것보다 다음 세대에게 다시 도움을 주기 위해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200프랑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거쳐갔는지 모르겠다. 분명 여러사람을 거쳐갔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고 벤자민 프랭클린을 존경하는 미국인들에게 사회에 환원하는 정신을 깊이 심어주었다.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의 pay it forward문화는 실리콘밸리인의 DNA에 새겨졌고, 아무도 pay it forward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지만 공기처럼 당연한 일이 되었다.

2015년 8월 3일 월요일

스테이크 하우스 - 실리콘밸리 맛집(10)

오랜만에 실리콘밸리 맛집에 내용을 추가한다. 스테이크 하우스 경우, 원래는 유명하다는 Alexander's Steakhouse에 다녀와서 완성을 하려고 했다. 비싸기도 하지만 인연이 없는지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가볼 기회가 없어서 결국 포기. 다음에 가면 업데이트하기로 한다.
====================

팔로알토 선댄스Sundance The Steakhouse

1921 El Camino Real, Palo Alto, CA 94306
가격: 비쌈(30~60불), 특이사항: 정장까지는 아니라도 적당히 갖춰입는 게 좋다. 티셔츠는 무리.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보통 괜찮은 스테이크하우스하면 블랙 앵구스Black Angus를 많이 떠올린다. 블랙 앵구스의 스테이크 가격이 20불에서 40불 사이다. 팔로알토 선댄스는 더 비싼 식당인데 고기의 질이나 음식의 맛을 따질때 비싸게 주고 먹을만 하다.

참고로,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면 블랙 앵구스가 편하다. 블랙 앵구스가 더 넓직하고 상대적으로 밝다.

알렉산더스 스테이크하우스Alexander’s Steakhouse 

10330 N Wolfe Rd, Cupertino, CA 95014
가격: 매우 비쌈(50~300불), 특이사항: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소문
집 근처에 있는 스테이크하우스다. 소문만 들었고 가 본적은 없다. 매일 퇴근하면서 지나가는 식당인데 왠지 다른 세상의 식당이라는 느낌이다.

제일 싼 스테이크 메뉴가 40불이 넘고 왠만한 건 150불에 이르고 캐비어 메뉴는 1온즈에 250불이다! 1온즈는 28그램정도이다. 이런 식당들은 드레스코드가 있다. 옷도 정장을 입어줘야 한다. 가격이 비싸지만 음식맛은 괜찮은지 Yelp등의 평가 점수가 5점 만점에 4점으로 높은편이다.

참고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비싸고 유명한 음식점은 나파 밸리Napa Valley에 있는 프렌치 론드리French Laundry라는 프랑스 식당이다. 이곳은 예약자체가 미션 임파서블로 유명한 곳이고 예약 성공담이 인터넷에 떠다닐 정도다. 저녁식사 가격이 1인당 300불에 이른다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이곳에서 캐비어를 맛볼 날이 올까.

2015년 8월 2일 일요일

슈퍼인턴을 만나다

여름 방학이라 그런지 요즘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서 인턴제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 다음 글은 "슈퍼인턴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제 책 <실리콘밸리 견문록>에 실린 글을 발췌(정확히는 출판전의 초안을 복사한 것이라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하였습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에야 인턴 제도가 도입이 되었는데 요즘은 관공서부터 중소기업까지 보편적인 인력채용방식이 되고 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 운영하는 인턴 제도와 의미가 좀 다른 듯 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주로 대학생들이 방학동안 실무를 경험하는 데 의미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스펙을 위한 봉사나 기간제로 싼 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 제도로 보는 경향이 있나보다.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는 인턴이 회사의 천민이라는 느낌이었다. 드라마라서 좀 과하게 그려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미국의 인턴은 개념이 다르다.

미국 대학교는 여름 방학이 길다. 주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을수는 있겠지만 가을에 새학년이 시작된다. 겨울방학은 짧게 쉬고 봄까지 학교를 다니다가 여름이 시작될쯤 한 학년이 끝나고 긴 방학에 들어간다. 여름방학은 거의 3개월 정도로 상당히 길다. 여름 방학이 길어서 계획만 잘 세우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여름에 인턴을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회사들은 인턴 제도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업체들도 인턴들을 모셔와서 실제 업무에 투입한다. 실력있는 인턴들을 정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맡겨봄으로써 면접만으로 보기 힘든 업무 태도와 진짜 실력을 평가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진짜 최고의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것이다. 인턴을 지원하는 학생들은 이론으로만 배웠던 지식을 현장에서 적용해 봄으로써 현장이 필요한 능력을 기르고 인맥을 만들 수 있다.

인턴 제도는 구글에서 좋은 엔지니어를 뽑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다. 전세계 사무소에서 연간 수천명의 인턴을 채용하고 그 중 많은 수가 정직원으로 발탁된다. 우리 팀에서도 인턴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인턴이 하나 있다.

풀타임 엔지니어가 못 푸는 문제를 맡겨라?

구글에서 유명한 농담이 하나 있다. 너무 복잡해서 안 풀리는 문제가 나오면 옆 사람한테 이 문제는 남겨뒀다가 슈퍼 인턴한테 맡겨야 할 거 같다고 농담삼아 얘기하곤 한다. 농담이긴 하지만 실제로 인턴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은 경험만 부족할뿐 최고의 인재들이고 3개월간의 업무에서 깜짝놀랄만한 성과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인턴 채용 과정은 이렇다. 인턴 채용은 1년 전부터 시작한다. 인턴을 채용하고 싶은 팀은 인턴이 필요한 프로젝트 제안을 1년전에 제출한다. 프로젝트가 채택되면 해당 팀에서 인턴을 채용할 수 있다. 여름 인턴의 경우는 그 전 해의 가을부터 인턴 면접이 시작된다. 상당히 일찍 시작하는 셈이다. 따라서, 인턴 구직자도 구글에서 여름 인턴을 하려면 거의 1년전부터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엔지니어링 인턴 면접은 영문 레쥬메를 제출하고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기술 면접으로 들어간다. 기술 면접은 두 번의 전화면접으로 이루어지는 데 전화를 통해 45분에서 1시간 가량 기술 문제도 풀고 코드도 작성한다. 인턴이라고 해서 문제의 난이도가 낮지 않다. 정직원 면접 못지 않다. 여기서 통과하면 인턴 면접 합격자 풀에 들어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지막 단계가 남아있다.

인턴과 인턴 호스트의 짝짓기가 마지막 단계다. 인턴 호스트는 인턴 면접 합격자 풀에서 자기 프로젝트에 맞는 인턴을 뽑기 위해 호스트 매칭 인터뷰를 진행한다. 호스트 매칭 인터뷰는 인턴 호스트가 자기 프로젝트에 맞는 최고의 인턴을 찾는 프로세스이기도 하지만 인턴에게도 자기가 하고 싶은 고르는 프로세스이기도 하다. TV의 짝짓기 프로그램처럼 주목을 받는 인턴에게 인턴 호스트의 구애가 쏟아져 프로젝트를 골라 잡는 재미를 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모스크바 대학 출신 대학생 인턴을 유혹하다 

인턴 호스트는 자기가 일하는 팀과 인턴에게 맡길 프로젝트를 잘 팔아야 괜찮은 인턴을 구할 수 있다. 나도 여러명의 인턴을 차례로 만나서 얼마나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고 우리팀에서 일하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열심히 포장했다. 나는 호스트 매칭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는 열정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반 세일즈맨이 되는 것이다.

나는 만나는 인턴들에게 나와 일하면 전세계 어디에서도 다룰 수 없는 스케일의 데이터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심지어 구글내에서도 우리보다 더 큰 데이터를 다루는 팀은 별로 없다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우리팀이 관리하는 일부 데이터베이스의 규모와 데이터 증가율을 슬쩍 알려준다. 이 시점이 중요하다. 큰 고기를 잡기 위한 미끼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규모를 알려줄 때 눈에서 불이 켜지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가 1MB인것과 1GB인것은 규모에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대략 1,000배)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면 누구나 안다. 그러나 1,000배 차이의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성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실제로 경험을 해보지 않고 알기는 쉽지 않다. 물론 내가 얘기했던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어떤 인턴은 이런 규모를 듣고 요즘 하드 디스크 용량이 많이 늘어나서 그리 놀랍지 않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큰 고기가 아닌 것이다.

나는 건축에 대해서 모른다. 내가 볼때 비슷한 건축물이라도 경험있는 건축가의 눈을 번쩍 뜨이기 하는 대단한 건축물이 있을 것이다. 그런 건축물을 만들려면 얼마나 힘든지 경험해본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다. 나 같은 문외한은 그냥 지나치고 기억도 못하지만 말이다.

인턴 채용 시즌의 막바지에 왔을때다. 그때까지도 인턴을 구하지 못했고 거의 포기 상태가 되었다. 좋은 인턴들은 벌써 다른 팀에서 다들 모셔갔기 때문이다. 당해의 인턴 프로젝트는 접을 생각으로 별 기대없이 마지막 인턴 후보 하나만 만나보기로 했다.

구글 행아웃으로 화상 채팅을 시작했는데 상대는 모스크바에서 접속한 앳된 얼굴의 대학생이었다. 모스크바대학에서 수학과 컴퓨터 과학을 복수전공한 친구였는데 러시아 발음의 어눌한 영어때문에 내가 오히려 긴장이 될 정도였다. 이 친구가 쓴 논문에 대해서 설명을 간단하게 듣긴 했는데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리팀 프로젝트에 대해서 얘기해 주고 우리가 다루는 데이터베이스의 규모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때 나는 그 친구의 눈에서 불이 켜지는 걸 보았다. 놀라며 정말이냐고 묻는 그 친구의 모습에 반해서 나도 불이 붙어 한참을 얘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말주변이 없고 자신을 포장하지 못하는 친구여서 인턴 채용 시즌이 끝나갈 때까지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단계별 과제

여름 방학이 시작하고 러시아에서 우리 인턴이 날아왔다. 나는 우리 인턴을 위해 총 4단계로 구성된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첫 번째 단계는 몸풀기용으로 쉽지만 구글의 기술을 골고루 익힐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두번째 단계는 본격적인 핵심 프로젝트였고 3개월동안 마칠 수 있으면 내 기대치를 만족시키면서 실제로 회사에도 도움이 될만한 성과였다. 세번째 단계는 두번째 단계를 통과할 경우 할 수 있는 일인데 두번째 프로젝트를 더 크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것이었다. 네번째 단계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준비했다.

첫 번째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모두 연계된 일로 준비했다. 따라서, 전 단계를 마치면 다음 단계를 시작할 준비가 되고 한 단계를 마치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더 큰 규모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내 목표는 인턴이 2단계까지 마치도록 하는 것이었다. 3단계는 기대 이상의 일이었고 4단계는 사실 나도 풀지 못하는 문제였다.

러시아에서 건너온 이 친구가 낯선 환경에 적응을 잘 할수 있을까 걱정은 했지만 직접 도와주지는 않고 거의 내버려두다시피 했다. 점심도 혼자 먹도록 방치했다(사실 일부러 방치한 건 아니고 무심한 내 생격 탓이다). 주위의 다른 미국 인턴들은 작은 일이라도 질문이 있으면 귀찮을 정도롤 물어보는데 우리 인턴은 질문을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지나가다 말을 걸면 구글의 코드베이스와 내부 문서 데이터베이스를 파헤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3개월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주어진 프로젝트를 끝내는데에는 짧은 시간이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땐 인턴 호스트에게 귀찮을 정도로 물어보는 것이 정도다. 걱정은 되었는데 그래도 방치했다.

그러더니 어느날 1단계를 끝냈다고 왔다. 그리고 2단계를 진행하고 있단다. 그리고 인턴 시작 후 한달쯤 지났을때 2단계를 끝내버렸다. 2단계 일을 수학적으로 검증하는 테스트까지 마쳤단고 한다. 우리팀의 일은 큰 규모의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라 검증을 하려면 통계적인 센스가 필요하다. 스스로 검증까지 마친것이다. 한달이 채 안되어서 기대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3단계도 인턴 생활 두달째에 끝내버렸다. 우리 인턴이 3단계에 들어섰을 때 내가 곤란해졌다. 4단계는 아이디어만 있었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그 문제를 어떻게 풀지 전혀 몰랐고. 결국 3단계가 끝났을 때 더 이상 할일이 없었다. 3단계 이후로는 우리 인턴이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진행했다. 인턴 일정이 끝나갈 때쯤에는 학교로 돌아갈 이 친구를 졸업후에 어떻게 구글로 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인턴 쫑 파티 

인턴 일정이 끝나갈 무렵에 구글 인턴들과 인턴 호스트들이 모여서 파티를 한다. 그 해에는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샌프란시스코만을 돌면서 파티를 했다. 정원 2,000명짜리 크루즈 여객선 위에서 식사를 하고 안개낀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을 보며 미래의 구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A4. 인턴들과 탔던 유람선, 샌프란시스코 벨 

사무실안에서 컴퓨터와 씨름하던 인턴들이 시원한 샌프란시스코만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구글이 일만하는 지루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턴 쫑 파티에는 구글 엔지니어링 부서의 최고 책임자도 참석한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나타나기도 하는데 여기저기서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선다.

우리 인턴은 이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직원으로 돌아오다

우리 인턴은 인턴 과정을 마치고 학업에 복귀하려고 모스크바 대학으로 돌아갔다. 우리팀은 이 친구를 뽑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몇 주후 마침내 회사에서 우리 인턴에게 정직원 제의를 했다. 학업을 다 마치면 구글로 오라는 제의였다. 이제 우리 인턴만 도장을 찍으면 되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소식이 없었다. 궁금하던 차에 회사 리쿠르팅 팀에서 경과를 알려주었다. 우리 인턴이 러시아의 얀덱스로부터도 제의를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얀덱스는 러시아 최고의 인터넷 소프트웨어 업체로 우리나라로 치면 네이버 같은 회사다. 나는 우리 인턴이 구글로 오기를 바랬지만 따로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 친구는 어디를 가나 성공할 수 있고 얀덱스가 더 좋은 기회라고 스스로 판단한다면 그것을 존중해주고 싶었다. 물론 나의 무심한 성격 탓도 있지만.

몇 달후 우리 인턴의 졸업이 가까워졌을 때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구글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보다 더 좋은 소식은 우리 인턴이 우리 팀을 선택해서 들어온다는 얘기였다. 인턴이 정직원으로 전환할때 자기가 원하는 팀으로 갈 수 있다. 보통 인턴들은 새 팀으로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일부러 우리 팀을 지정해서 온다는 얘기를 듣고 기분이 째질 지경이었다.

돌아온 우리 인턴과 함께 몇 년째 일하고 있다. 나는 기술적으로 위험한 결정을 할때 우리 인턴과 상의를 한다. 혹시 내가 확인하지 못한 문제점은 없는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묻기 위해서. 큰 규모의 데이터를 다루다가 수학적인 센스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우리 인턴에게 도움을 청한다. 어떤 때는 거의 강의 수준의 토의를 마치고 복잡한 문제가 이렇게 단순해질 수 있구나라고 깨달음을 얻는 경우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인턴 제도는 상승효과를 만들어낸다.

  • 첫째, 기업은 면접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천리마를 가려낼 수 있고 가려낸 천리마에게 회사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강하게 심어줄 수 있다. 
  • 둘째, 학생들은 대학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현장을 경험하고 여름방학동안 적지않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다. 
  • 셋째, 대학은 학생들이 현장의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여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 
  • 넷째, 정부는 외국에 있는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통로로서 국가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인턴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나는 실제로 러시아에서 인턴을 두 명이나 뽑은 경험이 있어서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인턴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면 학생, 기업, 대학, 국가가 동반 성장할 수 있다.

2015년 6월 8일 월요일

글을 쓰는 이유

생각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나는 글보다 말이 어렵다. 짧은 시간에 조리있게 말하는게 힘들고 맞는 단어를 생각해내는데 시간이 걸린다. 쓰고 싶지 않은 단어들(예를 들어, '개인적으로')이 꽤 있는데, 그에 반하여 가진 어휘는 빈약하다. 여기에 발성과 발음도 좋지 않아 말을 하는 것이 더 힘들다. 발성과 발음은 둘째 치고라도 나도 내가 하는 말이 무슨말인지 모를 때 부끄러워 숨고싶다. 생각이 정리가 안되어 있는 것이다.

나만의 페이스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글을 쓴다. 글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고칠 수 있다. 당장 딱 맞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지만 나중에 여러번 고치다보면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포지션을 정확히 할 수 있다. 글을 다시 읽어보면 포인트가 없이 중언부언했던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싶은 성향 때문인데 그러다보니 내 주장의 핵심이 사라져 버린다. 다시 읽으면서 핵심을 강조하고 쓸데없는 말을 지울 수 있다.

물론 말을 할때도 생각을 하지만 글을 쓰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을 다듬을 수 있다. 여러번 다듬어서 글을 완성하고 나면 말도 정리가 되지 않을까.

2015년 6월 4일 목요일

한국경제 인터뷰 기사와 자세한 내용

지난번에 한국경제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일반인도 프로그래밍 기술 익혀야…활용분야 무궁무진하죠"라는 제목으로 안정락 기자님이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서면으로 답변한 내용을 옮깁니다. 

1.본인의 어린 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소프트웨어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제 또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컴퓨터에 늦게 입문했습니다. 시골출신이라 어린 시절 컴퓨터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대학 입학때 1지망에서 떨어져서 2지망이었던 전남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우연히 들어갔습니다. 프로그래밍의 재미를 알게된 건 학부시절 F폭격기라는 별명이 붙은 전남대학교 이칠우 교수님의 C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으면서부터였습니다. 어려운 프로그래밍 프로젝트에서 오는 성취감이 대단했습니다.

2.구글에 입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지원했고, 채용 과정은 어땠습니까?

어려웠습니다. 입사지원부터 최종 합격 통지를 받기까지 4개월이나 걸렸습니다. 제가 입사지원한 것이 9년전쯤이었는데 지금은 채용절차가 많이 간소화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구글에 입사하기전에 국내 벤처기업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때도 IT업계에 있던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회사가 구글이었습니다.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도 모르고 레쥬메를 넣었고 여러차례의 관문을 거쳤습니다. 총 7번의 일대일 면접을 보았는데 모두 기술면접이었습니다. 면접관은 여러 나라의 구글 사무소에서 일하는 구글 엔지니어들이었습니다.

입사 지원할 때는 몰랐는데 회사에 출근하고 보니 제가 구글 코리아의 첫번째 엔지니어였습니다.

3.구글에서 한국인으로 지내면서 어떤 점을 가장 많이 느끼고 계십니까? 장, 단점은?

구글에도 한국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의 다른 나라 출신에 비해서 수적으로나 영향력면으로나 드러나지 않는 편입니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한국 사람들은 신중하게 일처리를 하고 조직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중함과 적응력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합니다. 틀려도 적극적으로 자기 주장을 펼치고 조직에 무작정 순응하지 않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인정받는 문화에서 한국인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어려워 보일때도 있습니다.

4.국내에서 SW를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구글과 같은 직장에 가고 싶어할 텐데,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구글이라는 회사는 어떤 회사입니까?

구글은 세상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특별한 조언은 없습니다. 저도 특별한 비결이 있진 않았습니다. 그저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으며 어려운 일에 도전하다보면 좋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될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좋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면 구글 뿐만 아니라 어느 회사라도 갈 기회가 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컴퓨터는 늦게 시작했지만 지난 20년간 항상 부족하다고 여기며 차근차근 걸어왔습니다. 어느 순간 주위 사람들이 저를 더 넓은 무대로 소개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도전했던 것들이 성공하기도 하면서 구글 본사까지 왔습니다.

5.최근에 쓴 책은 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실리콘밸리 견문록>이라는 책을 최근에 출간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구글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경험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엮었습니다. 60년전 과수원으로 가득했던 촌동네가 어떻게 실리콘밸리가 되었는지, 빠르게 변하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구글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었는지, 토익 성적 하나 없는 지방국립대 출신 엔지니어가 어떻게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정착했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6.일반인들도 SW 능력을 갖고 있으면 좋은가요? 좋다면 어떤 점에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반인들이 전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컴퓨터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수가 되었습니다. 컴퓨터 기술은 전기같은 일반 기술(general technology)입니다. 컴퓨터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죠. 우리는 학교에서 전기의 원리와 응용 기술을 기본으로 배우기 때문에 편리한 전기를 안전하게 쓸 수 있습니다. 컴퓨터의 동작원리를 이해하는 것도 편리한 컴퓨터 기술을 안전하게 쓰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더 나가면 일반인들도 간단한 프로그래밍 언어,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매크로같은 상대적으로 쉬운 언어라도 익히면 자기 분야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꼭 IT분야만이 아니라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7.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책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는데요, 한가지만 꼽으라면 억지로 실리콘밸리를 만들려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는 역사적 배경위에 특별한 사람들이 만나면서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냥 겉으로 보여지는 실리콘밸리 회사의 운영방식을 우리나라 기업에 무턱대고 도입하는 것은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실리콘밸리는 산업 육성 정책에 의해서 만들어진 곳이 아닙니다. 실리콘 트랜지스터, 마이크로프로세서, 개인용 컴퓨터 등은 컴퓨터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들인데 이런 기술들은 정부나 학계 전문가들이 키운 것이 아닙니다. 잡초처럼 갑자기 튀어나와 세상을 바꾼 것들이죠. 농경시대의 방식으로 미리 계획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면서 잡초를 뽑아버리면 혁신은 없습니다. 적어도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 문화는 만들 수 없습니다.

맞지 않는 실리콘밸리의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세계 어느 기업과도 공정하게 경쟁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6월 3일 수요일

책에 숨겨진 이스터 에그 풀이

제 책 <실리콘밸리 견문록>을 읽으면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지 않으셨나요? 제 책은 읽기 쉬운 책인데 두번 읽는 분들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책속에 3개의 코드를 숨겨놓았어요.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3개의 코드는 영어 메시지였구요. CONTRIBUTION보탬, CONNECTION이음, LIFE삶입니다. <실리콘밸리 견문록>을 대표하는 단어가 contribution입니다. 그럼 다음 단어들은 왜 넣었을까요? 처음 책을 쓰면서 (저 혼자) 계획했던 다음 책들에 대한 주제였습니다. '이음'과 '삶'이죠.

책속에 숫자들이 숨어있는데 숫자 하나가 아스키ASCII 코드(컴퓨터 부호 표준의 하나)의 알파벳을 나타냅니다.

첫번째 코드는 1부 첫번째 스토리부터 각 스토리의 끝에 아스키 코드 하나씩 들어가 있습니다. 그걸 모으면 67(C), 79(O), 78(N), 84(T), 82(R), 73(I), 66(B), 85(U), 84(T), 73(I), 79(O), 78(N)이 됩니다. CONTRIBUTION입니다.

두번째 코드는 240페이지 사진에 들어있습니다. 사진에 작고 동그란 점들이 컴퓨터 정보의 최소단위인 비트입니다. 동그라미가 2진수 1입니다. 동그란 점들을 나열하면 8비트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그것을 쭉 연결하면 CONNECTION이라는 단어가 됩니다.

마지막 코드는 색인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288페이지에 보면 'LIFE'라는 단어 옆에 표시된 페이지번호가 조금 이상해보이지 않나요? 67, 79, 68, 69은 각각 C, O, D, E의 아스키 코드입니다. 여기서는 'LIFE'가 코드라는 뜻입니다. 그 전의 두 코드와 달리 살짝 비틀어놓았습니다.


이렇게 CONTRIBUTION 보탬, CONNECTION 이음, LIFE 삶이라는 메시지를 숨겨놓았는데 눈치 채셨나요? ^^

'이스터 에그를 찾아라' 이벤트를 공지하면서 많이 찾아봐야 2개 정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3개의 코드를 모두 찾은 분이 있었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았나봐요. OTL ;;

2015년 5월 29일 금요일

책에 넣고 싶지 않았던 단어 - 개인적으로

글을 쓰다보면 피하고 싶은 단어가 있다. 개인적으로 '개인적'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언제부터 유행했는지 모르겠지만 추측건대 영어의 'personally'를 번역하면서 많이 쓰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요즘엔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때 '개인적으로'라는 단어를 많이 붙인다.

내 글은 내 생각을 적은 것이므로 '개인적으로'라는 것을 굳이 덧붙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실리콘밸리 견문록>을 쓸때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았다. 찾아보니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한 것을 제외하고 한번 썼다. 참고로, '사적'이라는 의미로 "개인적으로는 USB 드라이브 같은 것을 들고 입장할 수 없다고 한다."라는 문장에 들어가있다.

'자기 생각'이라는 의미로서의 '개인적'이라는 단어는 군더더기라고 생각한다. 내 말과 글은 그 자체가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인용문은 제외하고). 물론, 내 생각은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만나면서 다듬어진 것이지만, 내것으로 소화해서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개인적이란 단어를 쓴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마다 이상하게 피하고 싶은 것이 있을텐데 나한테는 그게 '개인적으로'라는 얘기.

2015년 5월 27일 수요일

Physical Web 비콘 득템하다

이번에 구글 IO를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서 태평양을 건너오신 Jimmy Moon님께 피지컬 웹 비콘을 하나 받았습니다. Jimmy님이 몇개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어린아이처럼 하나만 달라는 말이 튀어나왔네요. Jimmy에게도 귀한 아이템이었을텐데. 고맙습니다.

피지컬 웹Physical Web은 구글의 엔지니어들이 시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구글의 제품으로 개발중인 것은 아니고 오픈 스탠다드Open Standard로 진행할 계획이다. 피지컬 웹은 사물을 웹에 연결시키려는 실험인데, 예컨대 버스 정류장 표지판이 웹의 특정 URL(웹페이지의 주소)과 연결시켜서 버스 사용자가 따로 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필요한 버스 운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프라로 쓰일 수 있다.

오늘 받은 비콘은 이렇게 생겼다. 비콘은 URL이 할당(설정 가능하다)되어 있고 비콘 주위로 신호를 보낸다(broadcast). 사용자의 휴대용 장비 등이 비콘 근처에 오면 신호로부터 URL을 건네받는 것이 기본적인 동작방식이다.

예를 들어, 비콘에 내 블로그 주소(http://sv-archives.blogspot.com/)를 설정하고 휴대전화를 근처에 가져가면 URL정보가 뜬다. 다음 화면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Physical Web앱을 설치하고 비콘 근처에 갔을때의 화면이다. Physical Web앱이 웹브라우저 역할을 하는 셈이다.



피지컬 웹의 프로젝트 설명에서는 스마트한 물리적 세계의 객체들을(사물인터넷의 '사물'에 해당) 따로 따로 앱을 다운받지 않고도 URL만으로 기존 웹처럼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기술한다. 초기단계인 사물인터넷을 성숙단계인 기존 웹과 연결하는 노력이라고 보인다.

아직 중구난방인 사물인터넷이 인류 역사 최고의 정보공유 플랫폼인 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한 프로젝트다.

2015년 5월 22일 금요일

미국 교육에 대한 단상

(재포스트) 미국 얘기할 때 항상 먼저 얘기하는 것이 이것이다. 내가 본 미국은 정말 일부일 뿐이고 미국은 매우 큰 나라라는 것. 여기에 쓴 내용이 틀릴수도 있으니 혹시 틀린 것이 보이면 댓글로 알려주기 바란다.

1. 읽기/쓰기/말하기에 집중한다

수학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교과과정이 결국은 읽기/쓰기/말하기에 집중하는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이해와 사고의 영역도 포함되지만, 그러한 것들도 쓰기와 말하기로 결과가 나타난다. 수학문제는 수식을 푼다기 보다 영어로 된 문장을 이해하고 답도 영작문인 경우가 많다. 물론 사지선다 또는 계산결과에 대한 단답만 쓰는 경우도 있긴하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하고 여러사람 앞에서 발표하도록 하는 교육이 말 잘하는 미국인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2. 주정부 예산의 50%이상은 교육예산이다

캘리포니아의 얘기다. 몇 년간의 불황과 앞으로도 예산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교육예산은 50%이상을 유지한다. 교육예산도 절대적인 숫자로 보면 감축하는 상황이겠지만 생각보다 많이 투자하는 셈이다. 경제 공황으로 힘들어하던 2009년에도 연방정부는 예산에서 10%정도는 교육에 배정했다. 미국이 그래도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셈이다.

오바마 정부는 한국식 교육모델을 예로 들면서 미국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어려울수록 교육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3. 정부재정이 어려워지면 선생님을 해고한다

몇년간 불황이 계속되면서 기업에서 직원을 해고하는 일이 잦았는데, 정부가 관장하는 학교 시스템에서도 직원과 교사를 가차없이 해고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적어도 내 경험을 기준으로 한국에서는 해고당하는 선생님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IMF때도 선생님이 해고당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재정이 없으면 선생님을 무더기로 해고한다. 예전에 우리아이반 담임 선생님도 해고당했다. 미국에 처음와서 영어 한마디도 못하던 우리 아이가 정말 즐거워하며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해 준 선생님이 해고당한 것이다. 그렇게 열정적인 선생님이 해고 당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놀라웠고 너무나 안타까웠다.

4. 선생님은 방학 때 월급이 없다

방학 때 일을 하지 않으니 월급을 주지 않는다. 일하는 기간에만 월급을 계산해준다. 월급도 무지 짜게 주면서.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고, 어떻게 보면 교사의 생계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삭막한 시스템이다. 방학동안에는 교사들이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들었다.

5. 영어가 기본이다

미국에 이주하면서, 한국에서 알고지내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로부터 정말 부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미국와서 들어보면 한국은 영어광풍이라 할 정도로 영어에 몰입하는 것 같다. 영어 마을, 영어 캠프, 필리핀 유학, 영어 예배, 영어 유치원, 방학마다 어학 연수 등 이제는 온 나라가 영어에 올인했다는 느낌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국에서는 영어를 기본언어로 쓰고 읽기/쓰기/말하기를 갈고 닦으니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생각이 든다. 마음 한편으로는 한국의 영어광풍이 맘에 들지 않지만 어떤면에서는 사람들이 그렇게 갈구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에 있으니 영어열풍에 대해 비판할 자격은 없다.

미국교육은 현재 가장 많은 지식을 생산하고 가장 힘있는 언어인 영어를 기본으로 한다.

6. 진정 다민족, 다문화 환경이다

미국도 지역마다 주마다 인종의 비율이 다르다. 학교의 경우 학군school district마다 학교마다 큰 차이가 있다. 어떤 학교는 거의 모두 백인만 있고 어떤 학교는 과반 이상이 중남미latino인 경우도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대체로 다양한 인종이 한 학교에서 같이 공부한다. 전세계의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하이테크 회사들이 들어찬 베이지역Bay area은 정말 다양한 국적, 다양한 인종, 다양한 언어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어느 학교에 가도 다양한 인종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학교마다 다른 나라 언어와 문화에 대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있다. 각 학생들이 자기가 태어난 곳은 어디이며 그 나라는 어떤 말을 하는지 소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반드시 있다. 학교 도서관에 가면 여러 나라와 문화에 대한 책을 많이 구비하고 있음을 본다.

학교에서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을 통해서 세상이 매우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체험한다. 유치원에 들어간지 얼마 안된 딸 아이가 일본 친구에게 배운 일본어로 숫자를 읊고 다니는 것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레 피부색이나 국적이나 문화나 언어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법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체득하는 것 같다.

7. 다양성을 중요시한다

앞 항목의 다민족, 다문화 환경에서 올 수 있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다양성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평균적인 무리와 다른 사람들, 우리 한국식으로 얘기하면 모자라는 사람들을 그냥 나와 조금 다른 사람으로 인정해 주는 것. 바로 그것이 또한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교육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한 아이가 있다. 몸은 제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조금 큰 편인데 정서적인 면에서 또래 아이에 비해 조금 느린 아이다. 말이 어눌해 자기 의사 표현이 어려우니 때로는 힘을 먼저 쓰고 그러다보니 고집스러워 보이는 그 아이는 만일 한국에 있었다면 말 그대로 왕따에 학교에서 기피하는 학생이 되었을 지 모른다. 두어살위의 그 아이의 형에게 물어봤더니 아무렇지 않게 자기 동생은 그저 특별할 뿐이라고 한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느릴뿐이라고. 나는 그 두 마디 대답을 잊지 못한다. 정말 그 아이는 조금 느릴뿐이었다. 천천히 학교에 적응하고 다른 아이들이 배우는 것을 조금 느리지만 차근차근 습득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다른 어른들과 비교하여 전혀 부족함 없이 자기의 몫을 다하리라는 데에 의심이 없다. 학교에서의, 또한 개별 학생의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인식은 몸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다르지 않다.

평균적인 무리와 다르거나 뒤쳐지는 아이를 모질이라 부르며 괴롭히고 교실의 골치덩어리로 분류하여 어떤 방법으로든 평균적인 무리와 분리시키려고 하는 교육은 미래가 없다. 장애가 있거나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만들고 그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회는 장애라는 다양성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하지 못한다.

8. 수학과 과학을 강조한다

앞서 읽기/말하기/쓰기를 강조한다고 했는데 그것이 모든 과목을 꿰뚫는 교육의 주요 포인트라고 한다면, 수학과 과학은 오바마 대통령부터 나서서 미국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주위에 널린 과학박물관 또는 체험학습관들, 기업, 정부 또는 NGO에서 개최하는 각종 과학 관련된 대회, 학교에서의 과학 실험 프로젝트 등 정말로 수학과 과학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투자를 한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얘들의 수학, 과학 실력은 쫌 허접(?)스럽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한국에서 영어에 퍼붓는 정성과 그 열매에 대한 상관관계가 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 ^^; 아직은 좀 더 오려 살면서 지켜볼 일이지만, 미국이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전 세계의 난다 긴다하는 학생들이 유학을 오고 미국에 눌러 그대로 눌러앉기 때문이 아닐까?

9. 청소는 청소원이 한다

미국 학교에 와서 놀라는 것 하나가 학생들이 청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교는 물론이거니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청소는 청소원들이 한다. 어떤 면에서는 학생들이 교실과 제자리를 지저분하게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학업 이외에 신경쓸 일을 줄여주고 청소원들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조직의 구성원은 조직을 위해 굳은 일도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는 반면 미국은 업무분장이 확실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정확히 해내면 된다는 프로 의식을 길러준다고 하면 너무 확대해석한 것일까.

Slack에서 컴퓨터 조기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할 분들을 찾습니다.

얼마전 UC Irvine에서 저를 찾아오신 Scott님이 Slack이라는 서비스를 소개해주셨어요.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인데요. 저는 요즘 이게 무어에 쓰는 물건인고하며 둘러보고 있습니다.

Slack을 익히기 위해서 몇 가지 실험을 해보려고 하는데요. 메신저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다가 '컴퓨터 조기교육'이란 주제로 관심있는 분들과 편하게 대화를 하면 어떨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기업용 메신저 가지고 뭐하자는 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실험으로 한번 해보려구요. 마침 다음주에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과 '컴퓨터 조기교육'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로 되어 있거든요. 지금은 의견이 없는데 Slack에서 얘기하다보면 줄기가 잡힐듯합니다.

Slack에서 '컴퓨터 조기교육'으로 이야기 나눌분은 sv.archives.2015@gmail.com으로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세요. 초청을 하겠습니다. 전문적인 얘기할 것은 아니고 그냥 노닥거리는 정도일테니 부담을 갖지 마시구요. 그리고, 꼭 '컴퓨터 조기교육'이 아니라도 Slack이 궁금한 분도 연락주세요.

마침 어제 조성문님이 "내가 사랑하는 제품 슬랙 (Slack)"라는 포스트를 올려주셨는데 참고하세요.

2015년 5월 20일 수요일

아이디어는 받지 않습니다.

어제 점심을 먹으며 나눴던 얘기다. 종종 PPT파일과 함께 사업안을 나에게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PPT를 열어보지도 않고 돌려보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Public Domain
첫째, 아이디어와 최종 결과물은 백만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PPT작성을 포함하여)과 실제는 많이 다르다. 엔지니어들도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전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계를 하지만, 실제로 구현을 하면서 처음 설계와 많이 달라지는 것을 항상 경험한다. 간단한 소프트웨어도 실제로는 복잡하고 구현을 하면서 처음 예상과 다른 변수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원래 생각한대로 완성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프로토타입이나 데모 시스템까지 만들어도 주위 사람들에게 퇴짜맞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PPT파일만으로는 거의 의미가 없다.

둘째, 최종 결과물과 사업 성공도 백만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196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더글라스 엥겔바트Douglas Engelbart가 역사에 길이남을 컴퓨터 시연을 한 적이 있다. 훗날 모든 데모의 어머니The Mother of All Demos라는 이름이 붙은 이 시연에서 엥겔바트는 현대적 컴퓨팅의 거의 모든 것, 즉 윈도우 시스템, 하이퍼텍스트, 그래픽스, 화상회의, 마우스, 문서작성기, 실시간 협업 에디터 등을 90분 동안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더글라스 엥겔바트의 시연은 그야말로 수십년후의 미래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개인용 컴퓨터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대에 이런 시연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가.

그런데 엥겔바트는 사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엥겔바트의 데모는 대중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엥겔바트의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결실을 맺었다. 예를 들어, 윈도우 시스템과 그래픽스 그리고 마우스는 스티브 잡스에 의해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했다고 하더라도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셋째, 좋은 아이디어라면 누군가는 벌써 시도해봤거나 하고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상은 넓고 아이디어는 많다. 생각보다 내가 그리 독창적인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좋다.

내가 PPT파일을 열어보지도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디어를 보내온 사람은 모르지만 내가 속한 회사나 주변에서 비슷한 아이디어로 이미 제품을 만들고 있다면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다. 혹시라도 나에게 PPT를 보낸 사람이 자기 아이디어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사업제안이나 아이디어 검토 또는 기획안 PPT 등을 보내도 받지 않는다. 나를 좋게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 아이디어를 보내주는 것은 고마우나 좋은 아이디어라면 직접 구현해보기 바란다.

2015년 5월 19일 화요일

커뮤니티 칼리지 출신이 백악관 최고 데이터 과학자가 되다

몇 일전에 백악관에서 이메일이 날아왔다. 백악관은 블로그,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주요 이슈에 대해 미국민들과 소통을 하는데 이메일도 그 중 하나다. 오바마 대통령, 미셸 영부인, 백악관 스탭들이 주로 이메일을 보내는데 특징적인 것은 본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국가적 이슈를 국민들에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미국의 Chief Data Scientist(최고 데이터 과학자)인 DJ Patil 박사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보통 때면 무시하고 넘어갔을 텐데 이메일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How I became Chief Data Scientist:" "나는 어떻게 최고 데이터 과학자가 되었나"

우리 업계 용어가 눈에 띄어 이메일을 읽었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DJ Patil 박사는 응용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IT분야 유명회사에서 활약하다가 미국의 데이터 정책을 지휘하는 Chief Data Scientist에까지 올랐는데 그런 그의 첫 시작은 커뮤니티 칼리지(미국의 2년제 공립 대학)였단다. 그가 나온 커뮤니티 칼리지는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디안자 대학De Anza College였다.

DJ Patil 박사는 자기는 고등학교때 수학을 잘 못하는 학생이었는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미적분학 수업을 들으면서 수학의 아름다움을 접하고 수학자의 길로 접어들었단다. 그리고 작문/문학 수업을(writing/literature classes) 통해 글을 쓰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4년제 대학에서 수학할 준비가 되지 않았던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이 커뮤니티 칼리지 교육을 미국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을때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더 많은 미국 사람들이 칼리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면서 끝을 맺는다.

커뮤니티 칼리지 무상교육에 찬성하든 그렇지 않든 읽어볼만하다. 짧지만 얘기하는 바가 명확하다.
이메일 전문

2015년 5월 18일 월요일

노예의 문 - 모 기업의 보안검색대

이번 북투어에서 평소 한국에서 견학오는 대기업 직원들이 구글 로비에서 신기해하던 이유를 확인했다.

<실리콘밸리 견문록> "스토리09. 직원은 가려뽑고 한번 뽑으면 신뢰한다"에서
모 대기업의 연구소에 강연을 하러 갔다. 서로 다른 지역에 위치한 두개의 연구소를 찾아갔었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공항에서나 보던 보안검색대였다. 보안검색대 앞뒤로 보안 요원들이 제복을 입고 서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방문객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출퇴근시에 여기를 통과해야 한단다. 아침에 출근해서 보안검색대에 줄을 선 모습이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것과 비슷한 검색대가 회사 입구에 설치되어 있음
By Piotrus, CC BY-SA 3.0
한 연구소에서는 나도 보안검색을 통과해야만 했다. 가방은 미리 맡겨두고 강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받았다. 가방을 가지고 들어갔다면 X-Ray 스캐너를 통과해야 했을것이다. 내 휴대전화의 카메라와 USB포트에는 빨간 스티커가 붙었다. 강연을 마치고 나오면서 보안검색대를 지나는데 검색요원이 내 휴대전화를 건네받고는 앞뒤로 조심스럽게 살폈다. 혹시나 스티커를 뜯은 흔적이 있는지 확인했을것이다.

내가 잠재적인 도둑 취급을 받았다는 생각에 불쾌했다. 곱씹을수록 기분이 나빠진다. (나를 초대했던 분들이나 강연을 들었던 분들은 모두 따뜻하게 맞아주어서 좋았다. 그분들에게 불쾌한 것은 아니다.)

나야 방문객이라지만 이걸 그 회사 직원들은 매일 한다니... 직원들을 뽑을 때는 인적성 검사를 하고 면접을 하면서 가려뽑았을텐데 직원들을 왜 믿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보안검색대는 노예의 문이다. 직원들을 언제든 회사의 재산을 훔쳐갈 노예로 보기때문에 끊임없이 감시하는 것이리라. 노예라는 사실을 아침저녁으로 일러주기 위해 그 문을 지나도록 강제하는 것 아닌가.

몇 천명의 직원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그 문앞에 줄을 설것이다. 그 문을 통과하면 엘리베이터앞에 또 줄을 서겠지. 그렇게 기다리며 버려진 시간은 아깝지 않을런지. 난 그 문을 지나면, 있던 애사심도 없어질 것 같은데.

보안검색대가 진짜 노예의 문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그 회사의 사장도 출퇴근할 때 거기서 보안검색을 받는지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회사 사장도 같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을 서는지 보면 그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회사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해나갈 가능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불편함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개선을 할 것인가?

2015년 5월 17일 일요일

나이 먹어도 개발자로 살 수 있나요?

개발자들이 모인 곳에서 질의응답할 때 꼭 나오는 질문이에요. 아마도 개발자로 살고 싶어도 회사에서 연차가 되면 실무에서 손을 떼야하기 때문이리라.
Q. 실리콘밸리에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개발자로 살 수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인가요?
A. 네,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백발의 엔지니어를 보는 일이 드물지는 않습니다. 서로 나이를 묻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지만 저도 저보다 20년 정도 나이가 많은 엔지니어들과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엔지니어들은 몇 십년 동안 꾸준하게 개발을 해오신 분들이지요. 
그렇지만 실리콘밸리가 한국에서 생각하는 만큼 나이든 개발자들이 활약할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경력이 아니라 실력으로 무한 경쟁 하는 곳이라 챙겨야 할 가족이 있는 중년 개발자들이 빠릿빠릿한 20대 개발자들의 집중력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자료에 의하면 IT직종은 대부분 25-44세에 집중되어 있고 개발직으로 가면 더욱 좁아져서 25-34세 개발자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정리하면, 실리콘밸리에서 나이든 개발자들이 활동할 수 있기는 하지만 젊은 개발자과의 경쟁에서 많이 밀립니다. <실리콘밸리 견문록> 71페이지 
꽤 나이가 있는 유명 개발자로는 전설적인 Ken Thompson을 들 수 있습니다. Unix를 데니스 리치와 공동개발했죠. 참고로, Unix는 40년전에 개발된 운영체제입니다. 말이 나와서 얘긴데요, 컴퓨터 엔지니어들에겐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보다 켄 톰슨이나 데니스 리치가 더 위대한 사람들입니다. 아래 사진은 90년대초쯤인데 이때도 할아버지의 풍모를 보였네요. 지금은 70대인데 구글에서 Go라는 새로운 컴퓨터 언어를 공동개발하는 등 여전히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켄 톰슨(왼쪽)과 데니스 리치(오른쪽)
게다가 미국(적어도 실리콘밸리에서는)에서는 서로 나이를 잘 묻지 않습니다. 직장 동료들의 나이를 몰라도 전혀 불편하지 않구요. 회사에서 직원을 뽑을때도 나이를 묻지 않습니다. 나이로 차별을 할 수도 없구요.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면 꼭 무슨 역할을 해야한다와 같은 사회적 기대치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평생 개발자로 살아도 그리 이상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이건 한국의 기준으로 보니까 그렇지 미국 사람들은 나이를 들먹이는 것 자체를 이해 못할수도 있겠네요.)

다만, 나잇값을 쳐주지 않아서 젊은 개발자들과 경쟁하는 것이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면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한국이 편할수도... ;;

* 수정 사항: 회사 동료가 알려줬는데요, 켄 톰슨님은 요즘 직접 코딩을 하진 않고 design review를 주로 하는 것 같답니다. ^^

2015년 5월 10일 일요일

도넛, 치킨, 부리또 - 실리콘밸리 맛집(9)

칙필레Chick-fil-a 

칙필레 매장은 그리 많진 않다. 산호세 근처: 550 W El Camino Real, Sunnyvale, CA 94087
가격: 보통, 특징: 양이 작다, 일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미국 치킨 전문점이다. 맛으로 따지면 체인점중에서는 가장 맛있는 치킨집이다. 한국식 양념치킨 빼고.

칙필레 사장이 반동성애 운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공개적으로 동성애는 잘 못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사람들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칙필레 매장이 시위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이고 불매운동도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는 잘 되는 것 같다. 맛이 있으니까.

칙필레의 동성애자 차별에 대한 시위 현장
By PCHS-NJROTC, CC BY-SA 3.0

메이플립 도넛Maple Leaf Donuts

1110 Saratoga Ave, San Jose, CA 95129
가격: 저렴, 특징: 미국 도넛보다 덜 달다
베트남 억양이 강한 베트남 노부부가 운영하는 도넛집이다. 거의 오전에 도넛이 다 팔리고 오후에 문을 닫는다. 미국 도넛은 말도 못하게 달다. 이 집은 조금 덜 단 도넛을 만든다. 제대로 된 도넛을 맛보고 싶으면 아침 일찍 이 집에서 도넛을 사서 아메리카노 커피와 함께 먹자.

필자는 이 집에 가면 12개짜리Dozen 박스를 주문한다. 현금으로 계산하고 거스름돈에서 동전은 팁병에다 넣어준다. 주인 아줌마는 팁병에 팁을 넣으면 정말 좋아라한다. 팁 때문은 아닐거고 서비스로 작은 도넛 한 두개 정도는 더 넣어준다.

라 타케리아La Taqueria

2889 Mission St, San Francisco, CA 94110
가격: 보통, 특징: Nate Silver 나빠!
남미 음식이라고 하면 부리또가 먼저 생각난다. 그런데 정작 부리또는 멕시코나 남미 지역에서 수입된 게 아니라 미국의 남미인들이 개발했단다. 지금은 남미음식의 대표가 되었는데 햄버거처럼 들고 먹기 편해서 미국에서 인기가 있지 않나싶다.

라 타케리아는 네이트 실버Nate Silver 때문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부리또 가게가 되었다. 네이트 실버는 미국의 유명 통계학자인데 자신만의 통계적 접근 방법으로 야구 선수 및 경기 분석시스템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미국 대선과 상원의원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해서 전국적인 스타가 되었다. 부리또 팬인 네이트 실버가 전국 부리또 식당을 분석해서 순위를 매겼는데 샌프란시스코의 라 타케리아가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부리또 식당으로 뽑혔다.

일단 네이트 실버가 뽑았다면 닥치고 시식부터 해보자.
샌프란시스코, 라 타케리아의 부리또
By Rick Audet, CC BY 2.0

P.S. 필자가 실제 먹어본 부리또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것은 한때 회사 카페테리아에 들어왔던 "안달레" 코너의 부리또였다. 여기 부리또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삼시세끼를 다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이었다. "안달레" 부리또와 멕시코산 콜라면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 맛이 그립다.

2015년 5월 7일 목요일

한국에서의 북투어

제 책 <실리콘밸리 견문록>을 출간하면서 2주간 한국에서 북투어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북투어가 무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출판기념회냐고 넘겨짚기도 하시구요. 한국도 비슷할 것 같은데요, 미국에서는 저자가 책을 내면 동네 서점이나 도서관 또는 회사를 돌면서 책과 관련한 행사를 해요. 저자 사인회를 겸해서요.

책을 쓰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실리콘밸리의 영웅들이 기술과 제품으로 세상에 보탰다면 나는 글로 보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성공 스토리나 어려운 전문용어로 쓰여진 책이 아니라 저의 솔직한 생각을 쉬운 말로 쓴 책을 내고 싶었어요. 글을 쓰는 데만 5개월이 걸렸고 교정까지 8개월을 쏟아부었어요. 독자분들은 쉽게 읽을 수 있겠지만 글을 쉽게 쓰는 것은 어려웠어요. 그래도 제 책을 읽은 분들이 쉽고 재미있어서 5시간만에 다 읽었다고 얘기해줄때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책 제목이 자극적이지 않은(그래서 잘 팔리지 않을) "실리콘밸리 견문록"이 된 건 저자인 제가 처음부터 강하게 주장을 했기 때문이에요.

세상에 보탠다는 마음으로 공을 들이고(다른 저자분들도 같은 마음일거에요) 여러가지 부분에서 제 주장을 관철(편집자께서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어요)시켰기 때문에 책 판매에 대해서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회사에 휴가를 내고 제 돈으로 비행기표를 끊었던 거에요.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제가 북투어를 가겠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출판사에서는 의아해했을 거에요.

2주는 생각보다 짧았지만 정말 충실하게 북투어를 하고 왔습니다. 많은 분들을 만났고 조금 더 자랐습니다.

제 책을 베타리딩해주신 분들과 커피도 마셨구요(베타리딩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포스트에서 할께요).
<실리콘밸리 견문록> 독자와의 모임에 앞서서 해당 도서를 베타리딩 했던 베타리더와 이동휘 저자가 어제 저녁에 만났습니다. 시간이 길지 않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구글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다양한 IT의 이슈...
Posted by 제이펍 on 2015년 4월 23일 목요일


한국 IT 역사의 흐름을 바꾸신 분들을 만나기도 했구요.
오늘 캠퍼스 서울에는 한국 IT와 창업 분야에 어벤저스와 같은 분들이 방문해 주셨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느꼈던 포스, 여러분도 느끼시나요?허진호 (한국 인터넷의 산증인), 임정민 (캠퍼스 서울 총괄), 이동휘 (...
Posted by Campus Seoul on 2015년 4월 23일 목요일


쑥스럽지만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현수막도 걸어봤습니다.


강연도 많았습니다. 엔지니어만 몇 백명이 모인 곳에서 꼬박 세 시간동안 강연을 하기도 했구요. 피곤한 고등학생들 앞에서 자장가같은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동영상이 공개되면, 그 강연의 녹화분을 여기에 링크하겠습니다.

디캠프 센터장님이신 광파리님이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디캠프에서 대담이라는 것도 해봤습니다. (이번에 창업을 도와주는 3대 창업센터인 디캠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구글 캠퍼스 서울--설립일순--에 모두 다녀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라는 한국 IT업계 최고의 잡지와 인터뷰도 했구요.

여러 언론사에서 제 책에 대한 리뷰도 해주었습니다. 황치규 기자님, 이창명 기자님 고맙습니다.



그래서 이번 북투어가 책 판매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냐구요? 고건 다음 이 시간에... ^^;;

2015년 5월 6일 수요일

브런치 - 실리콘밸리 맛집 (2)

홀더스 컨추리인Holder’s Country Inn

1424 Saratoga Ave, San Jose, CA 95129
가격: 비쌈(10–15불), 특이사항: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기 좋은 곳이다

정통 미국식 브런치를 만끽하고 싶은가. 그럼 홀더스 컨추리인에 가보자. 정통 미국인이 혹시 이 책을 읽을지도 모르니, 실리콘밸리에서 그런대로 정통 미국식 브런치 식당이라고 하자.

주말 아침에 가족들이 브런치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저렴한 브런치 식당으로는 애플비Applebee’s, 데니스Denny’s 등이 있다. 유명한 맥도날드에서도 저렴하고 괜찮은 브런치를 제공한다. 홀더스 컨추리인은 가격은 비싼편이나 음식의 질도 좋고 주말 아침의 느슨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어 추천하는 식당이다.

오믈렛, 프렌치 토스트부터 스테이크까지 다양하다. 커피는 무한 리필이다. 브런치를 먹고 느긋하게 아내와 커피를 마시는 것도 미국 생활의 정취라고나 할까.

산타나로 빌리지 VILLAGE California Bistro and Wine Bar

378 Santana Row #1035, San Jose, CA 95128
가격: 비쌈(15~20불), 특이사항: 패션의 거리 산타나로에 위치

산타나로Santana Row는 산호세에서 유명한 쇼핑의 거리다. 명품 매장이 많고 잘 차려입은 선남선녀가 거리에 가득하다. 산타나로의 피크는 금요일 밤이다. 사람이 가장 붐비는 시간이다.

주말 오전에는 한산하고 분위기도 괜찮다. 산타나로 안쪽으로 빌리지Village라는 식당이 있다. 가격은 비싼편이나 주말 오전의 브런치가 꽤 괜찮다. 메뉴중에 더 빌리지 브레이크The Village Break을 시켜 아침에 스테이크를 거하게 먹어보자. 농담 아니고 브런치로 스테이크가 나온다니까. 참고로 브런치는 주말에만 한다.

주말에 쇼핑을 하고 싶을 때 여기서 브런치를 먹고 느긋하게 산타나로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참고로, 필자는 쇼핑을 싫어한다. 그냥 아내를 따라 다니는 것 뿐.
브런치 메뉴 중 하나

브런치 메뉴 ‘BLT & E’ Croissant


2015년 5월 5일 화요일

중동 음식 - 실리콘밸리 맛집 (8)

팔라펠 드라이브인Falafel Drive in

2301 Stevens Creek Blvd, San Jose, CA 95128
가격: 보통(6-8불), 특징: 팔라펠 샌드위치가 주력
한국 사람들에게 중동 음식은 생소하다.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해도 시도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팔라펠 드라이브인 식당에 가서 팔라펠 샌드위치를 먹어보라. 이건 중동식 쌈이라고 해야 할까. 복주머니 같은 밀가루 피에 팔라펠 볼, 각종 야채 그리고 이 가게의 특제 매운 소스가 들어가 있다. 여기 매운 소스는 한국의 매운 맛과 다르다. 약하게 매우면서 달고 진한 맛이라고 할까. 1966년부터 장사를 했으니 상당히 오래된 집이다.
예술적인 벽화로 장식된 매장안 

팔라펠 샌드위치 

2015년 4월 24일 금요일

감사의 글

한국에 와서 완성된 책을 펼쳐보고서야 알았네요. 감사의 글이 빠져있다는 것을요. 출판의 마지막 단계의 바쁜 상황에서 그것만 쏙 빠졌나봐요. 화룡점정에서 그 '점'이 빠졌네요. ^^;

책이 재쇄에 들어가면 출판사에서 넣어주겠다고 하네요. 여러분 많이 사주세요~

고마운 분들께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014년 6월에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도안구 편집장을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인터뷰의 주제와는 다른 이야기였지만 지나가는 이야기로 기회가 주어지면 책을 한번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기사를 제이펍 출판사의 현지환 대리가 우연히 보고 먼저 연락을 해왔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실리콘밸리 견문록"으로 나왔다.

현지환 대리님, 도안구 편집장님 고맙습니다.

집필과 출판 과정에서 제이펍 장성두 실장이 총괄을 맡아 내용을 교정하고 피드백을 꼼꼼하게 주었고, 제이펍 이민숙 과장은 글과 사진뿐이던 책을 예쁘게 만들어 주었다. 또한, LG 전자 신제용 책임 연구원이 작성한 “테스팅에 대한 한국 개발자들과의 대화”라는 기사를 책에 함께 넣어 구글에 대한 내용이 더 풍성해졌다.

제이펍 장성두 실장님, 이민숙 과장님, LG 전자 신제용 책임님 고맙습니다.

집필 과정에서 가장 고생한 이는 아내다. 남편이 책을 쓰는 동안 집안에 신경써야 할 큰 일이 많았는데 자기 몫 이상으로 고생했다. 네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를 직접 길러본 사람만이 애 넷을 기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늠이라도 해 볼 수 있다. 아내의 머리숱이 많이 줄었다. 책 한 페이지에 아내의 머리카락 하나씩 바꾼 기분이다.

여보, 고마워.

2015년 4월 16일 목요일

하이쿠 - 출간 뒷얘기

일본의 정형시중에 하이쿠라는 시의 형식이 있습니다. 각 행마다 5, 7, 5음절씩 총 17음절로 이루어진 시입니다. 군더더기가 하나 없이 극도로 정제된 형식이지요.

스티브 잡스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를 위한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그에 대한 글을 쓰긴 했지만 오마주라고 부를 수 있는 다른 무엇을 하고 싶었던거에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떠오른 것이 하이쿠였어요. 스티브 잡스는 평소에 일본의 선불교에 심취했었고 일본 문화의 극도로 절제된 아름다움을 좋아했었죠. 하이쿠야말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존경을 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티브 잡스의 칼라풀한(다채로운이라는 말보다는 칼라풀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려 보이네요) 인생을 하이쿠로 써서 책에 넣은거에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책을 편집해서 보니까 인쇄체로 된 제 하이쿠가 이질적인 느낌이 났어요. 왠지요... 그래서 제 손으로 직접 쓰기로 결심하고 수십장을 연습했어요. 나름 용을 썼지요. 그런데 손으로 쓴 하이쿠를 책에 삽입해보니 이번엔 인쇄체로 된 책의 다른 내용들과 어울리지 않는거에요. 아...

결국 포기하고 출판사의 편집 디자이너분께 맡겼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이번에 나온 책에 들어가 있습니다.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시죠? 직접 찾아보세요. ^^;;

제가 직접 쓴 글씨를 이곳에 공개합니다. 거칠면서 부드럽고, 단순하면서 물결치고, 충만하면서 여백이 있는 작품을 만든다고 썼는데 이제보니 그리 마음에 들지 않네요.

아무도 관심주지 않을 부분에 들어간 노력이 아까워서 슬쩍 털어놓습니다. ^^;;

P.S. 하이쿠 처음 써 본거에요. 시인도 아니고.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이해해주세요.




2015년 4월 13일 월요일

새 책: 실리콘밸리 견문록이 올라왔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책을 써볼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책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책은 빼어난 글재주가 아니라 책으로 엮을만한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읽을만한 독자가 있고 그 이야기의 가치를 알아줄 출판사가 있을때 쓸 수 있다는 것을 책을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오기전부터 "왜 실리콘밸리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습니다. 실리콘밸리는 뭐가 다른가. 제 2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수 있는가. 이런 궁금증을 풀고 싶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를 방문하는 한국분들의 공통적인 의문이기도 했습니다.

6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보고 느낀것들을 가지고 답을 해보려고 책을 썼습니다. 실리콘밸리에 관한 책이 여러권 나와 있지만 기술의 최전선에서 커피를 코드로 변환하는 현직 엔지니어가 쓴 책은 찾기 힘듭니다. 다른 책과 달리 실리콘밸리의 어제와 오늘, 명과 암, 그리고 사람들에 대하여 입체적으로 썼습니다.

책의 내용은 저의 관점이고 주장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이 독자들과 대화를 시작하는 발화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책과 관련한 의견이나 강연요청은 sv.archives.2015@gmail.com으로 연락주십시오.

실리콘밸리 견문록: 예스24, 교보문고, 인터파크, 알라딘, 강컴

1부 왜 실리콘밸리인가?

01 세상에 보태다, 스티브 잡스
02 처음부터 실리콘밸리는 아니었다
03 프로토 실리콘밸리, 휴렛 패커드
04 교사와 조련사, 프레더릭 터먼과 윌리엄 쇼클리
05 Anno Noyce, 로버트 노이스
06 존경받는 최고의 직업, 엔지니어
07 사회에 환원한다
08 오픈소스,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든다
09 직원은 가려 뽑고 한번 뽑으면 신뢰한다
10 논밭이 아니라 열대우림이다
11 실리콘밸리의 그늘 - 소득 불평등
12 양날의 기술 - 편리한 기술이 감시의 도구로
13 미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14 제2차 기계 시대 - 변화의 시대

2부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01 십대의 구글이 세상을 바꾸다
02 구글의 문화를 꿰뚫는 핵심 - 동료 평가
03 채용 방식과 철학 - 사람이 전부다
04 슈퍼인턴을 만나다
05 크롬 탄생의 순간을 지켜보다
06 20%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지메일과 구글 뉴스
07 포스트모템, 실패가 어떻게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가!
08 매주 전 직원이 모이는 TGIF
09 투명성이 직원을 주인으로 만든다
10 자녀와 함께 경험하기 - 직원 자녀 데려오는 날
11 싸이 현상의 숨은 교훈
12 피크닉, 연말 파티, 오프사이트 - 일은 언제하나요?
13 공짜 점심이 전부는 아니다
14 제대로 하려면 개밥을 먹어라
15 구글에 온 것을 후회할 때
16 구글 인터뷰 팁
17 레쥬메는 이렇게 작성한다
18 구글의 경험 - 한국 개발자들과의 대화

3부 좌충우돌 미국생활 적응기

01 나를 도인으로 만들어준 자동차면허국
02 캘리포니아 도로 교통에 대한 단상
03 미국에도 8학군이 있다
04 미국 대학으로의 첫 걸음 - 영어 어학원
05 영어의 추억 1 - 영어를 못해서 밥을 굶었던 사연
06 공짜로 영어를 배우는 방법도 있다
07 영어의 추억 2 - 영어가 목적이 아니다
08 한인 교회 - 한인들의 구심
09 커피와 미국

2015년 4월 12일 일요일

일식 - 실리콘밸리 맛집 (7)

스시토미Sushi Tomi

(쿠퍼티노점) 4336 Moorpark Ave, San Jose, CA 95129
가격: 비쌈(30불 이상), 특이사항: 스시주문 종이가 있다. 김밥천국의 주문종이를 생각하면 된다.
초밥을 전문으로 하는 일식집이다. 음식의 맛과 분위기가 일본의 맛을 느끼게 한달까. 좁은 가게 내부와 정갈한 맛이 그런 분위기를 느끼게 하나보다. 스시토미는 원래 마운틴뷰 점이 먼저인데 나중에 쿠퍼티노 근처 일본 마켓 옆에도 점포가 하나 생겼다.

맛이나 분위기는 좋은데 가격이 비싼편이다. 스시를 작은 접시 단위로 주문을 하는데 일식답게 양이 적어서 일인당 100불은 쉽게 나올 수 있다.

커리하우스Curry house

10350 S De Anza Blvd, Cupertino, CA 95014
가격: 중간정도(카레 돈가쓰가 10-15불), 특이사항: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기 좋은 곳이다
일본식 카레 돈가쓰 전문점이다. 카레맛이 특이한 집이다. 일본식 카레의 고유한 맛이라고 할까. 카레만 따로 팔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가면 아이들을 위해 크레용과 스케치 종이를 주고 어린이 메뉴를 시키면 작은 장남감도 준다.

돈가쓰 맛도 좋고 가족끼리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어서 가끔 간다.

베니하나Benihana

(쿠퍼티노점) Vallco Pkwy, Cupertino, CA 95014
가격: 비쌈(일인당 30불정도), 특이사항: 철판쇼를 보면서 먹는다. 그런데 먹고나면 느끼하다.
철판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요리사가 식사를 하는 내내 철판 쇼를 한다. 이를 테면, 달걀 후라이로 철판위에 그림을 그리는 등의 쇼다. 나름 재미있다. 짧짤하게 간을 해서 기름으로 튀기 음식이라 맛은 있는데 먹고 나면 느끼하다.

8명이 한 테이블에 반원형으로 앉고 요리사가 가운데에 철판을 두고 요리를 한다. 8명 보다 작은 인원이 가면 다른 그룹과 같은 테이블에 합석을 해야 한다. 8명을 채우면 한 테이블 전체를 쓰게 되고.

손님과 같이 한번 가볼만한 곳이다.
베니하나 식당의 요리사가 쇼와 함께 요리하는 모습. By Larry D. Moore CC BY-SA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