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31일 월요일

쓸데없는 오늘의 영단어 - guesstimate

guesstimate: 어림짐작. 추측.
estimate보다는 좀 더 주관적인 추측을 할때 쓴다. 개발자들이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는 통계 수치 등의 숫자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떤 때는 정확한 수치를 알기는 힘들지만 대충이라도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것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my guesstimate이라고 시작하면 된다.

예문:
My guesstimate is half the machines in the system produced incorrect results.
해당 시스템을 구성하는 컴퓨터들의 절반정도는 잘못된 결과를 냈다고 짐작한다.

Cook's guesstimates have stood up remarkably well to nearly forty years of comparison with the results gathered by historians, anthropologists, archaeologists, and economists. - Why The West Rules For Now, pg. 155, Ian Morris
쿡의 추측은 근 40년간의 역사가, 인류학자, 고고학자, 경제학자들의 연구결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뛰어나다.

2015년 8월 30일 일요일

미국 학교 입학하기 (4) - 입학신청시 학교에서 요구하는 서류


학교 입학 신청시 필요한 서류는 세 가지 종류다. 학령 증명proof of age, 예방 접종 기록immunization records, 거주지 증명proof of residence이다.

학령 증명은 생년월일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하나면 된다. 출생증명서(병원에서 발행하는 증명서는 제외), 여권, 세례 증서, 또는 부모의 출생 진술서affidavit 중 하나다. 참,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학생은 여권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예방 접종 기록과 결핵 검사 결과TB test를 준비해야 한다. 예방 접종 기록은 한국에서 영문으로 준비해 오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대로 제출은 못하고 미국병원에서 미국식 양식에 맞게 옮겨 적어야 한다. 이것을 미국에서는 transcribe한다고 말한다. 병원에 예약해서 한국에서 가져온 예방 접종 기록을 전사transcribe하도록 한다. 결핵 검사는 미국 병원에서 해야 한다.

거주지 증명은 다음 표의 A 목록과 B 목록에서 각각 한 항목씩 총 두 항목의 문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A 목록에서 PG&E 청구서[1]와 임대계약서를 준비하고 B 목록에서 운전면허증을 제출하는 식이다.

A 목록
- PG&E 청구서와 재산세 청구서(주택 소유자의 경우)
- PG&E 청구서와 임대계약서(월세등의 임대계약자의 경우)
- 부모의 거주진술서

B 목록
- 현 주소가 기재된 운전면허증
- 은행내역서
- 자동차 등록증 또는 보험 서류
- 월급 명세서

위 표의 내용은 주마다 학군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해당 학군 웹사이트에서 등록 요구사항registration requirements 항목을 찾아서 확인하자.

거주지 증명이 약간 복잡해 보인다. 혹시 우리나라처럼 위장전입같은 거주지 허위기재가 많아서 그런걸 아닐런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 보이긴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차근차근 알아보면서 준비하면 다 할 수 있다.

그리고 혹시라도 서류를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걱정하지 말자. 미국에서는 심지어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반드시 공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다. 서류가 미비하다고 학교에서 거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백신 접종 서류 준비

캘리포니아에서는 학교 입학시 백신 접종 기록과 결핵 검사 결과를 요구한다. 외국에서 온 모든 학생(유치원부터 고등학교)은 의사가 작성한 예방접종기록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는 경우 한국의 병원에서 영문으로 백신 접종 기록을 받으면 좋다. 백신의 이름이 영어 약자여서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니 가능하면 영문으로 받아온다. 

캘리포니아 학교에서 요구하는 백신의 종류와 접종 횟수를 아래에 정리한다(표로 정리하면 보기 좋은데 블로거에서 표에 관련된 기능을 찾지 못했다).
  • 소아마비Polio: 4회
  • DTP (디프테리아Diphtheria, 파상풍Tetanus, 백일해Pertussis): 6세 이하 5회(4살 이후 한번 이상 접종 기록이 있으면 4회도 가능) , 7세 이상 4회(2살 이후 한번 이상 접종 기록이 있으면 3회도 가능). 캘리포니아 교육부에서 7학년의 경우 Td 부스터를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MMR (홍역Measles, 볼거리Mumps, 풍진Rubella): 1-6학년과 8-12학년은 1회, 유치원과 7학년 입학생은 1살 이후 2회
  • B형 간염Hepatitis B: 4-6세의 아동은 3회 
  • 수두Varicella: 1회.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는 13-17세의 학생은 2회.
  • Td 부스터Td Booster: 7학년에게 권장 사항
예방접종과 관련된 원문은 구글 검색에서 [Guide to immunizations required for school entry in California](대괄호 [ 와 ] 는 빼고 검색한다)라는 검색어로 찾거나 다음의 URL을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넣어서 확인한다. 아래 자료는 교육부 문서는 아니고 비영리 단체인 서터 의료재단에서 이해하기 쉽게 만든 PDF문서이다.

예방접종기록외에도 결핵검사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결핵검사는 최근 12개월 내에 실시해야 하며 반응검사가 음성이어야 한다.

보험이 있으면 평소에 다니는 소아과 병원에서 예방접종, 예방접종기록 전사transcribe 그리고 결핵 검사도 할 수 있다. 참고로, 무료 진료소에 가면 예방접종과 결핵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무료 진료소는 저소득층을 위해 자원봉사로 운영되기 때문에 진료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예약도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운틴뷰 시에는 마운틴뷰 로타케어 무료 진료소 Mountain View Rota Care Free Clinic(http://www.rotacarebayarea.org/clinics/mountain_view.html)가 있는데 반드시 예약을 해야하고 그것도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2시에만 예약 전화를 받는다.

한국에서 오는 경우 주의할 점

★ 두 번째 홍역 및 MMR을 맞았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1차 접종만 하고 있음에 유의하여 두 번 접종하였는지를 사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수두 접종도 두번을 맞았어야 한다. 이는 다른 곳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오는 경우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이주해 온 어떤 분은 자녀가 이미 수두를 앓았던 경험이 있어서 학교 담당자와 이야기해서 두번째 접종을 면제받았다고 한다. 다만 그 분은 수두를 앓은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현지 병원 의사의 추가 서류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 한국에서는 3차례의 간염 예방접종을 각각 다른 병원에서 받을 경우, 기록이 누락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단다. 미리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

[1] PG&E 청구서: 전기, 가스 등의 공과금 청구서. PG&E는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유틸리티 회사중 하나다. 지역에 따라 유틸리티 공급 회사가 다르다. 따라서, 각 지역의 유틸리티 회사에서 오는 청구서를 제출하면 된다.

2015년 8월 29일 토요일

쓸데없는 오늘의 영단어 - manspreading외

옥스포드 사전에 신조어가 여럿 들어왔단다. 몇 개만 골라봤다. 쓸데없는 단어들로만.

manspreading: 쩍벌리기. 쩍벌남 행태.
쩍벌남은 세계적 현상. 동양이나 서양이나 남자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증거.

brain fart: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는 상태. 실수. 뇌방귀.
예문: I’m having a brain fart and can’t spell his name correctly. 나 지금 머리에서 방귀만 뀌는지 걔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

butt-dial: 실수로 전화걸기. 엉덩이가 뒷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 버튼을 눌러서 전화가 걸리는 것. 엉걸기.
예문: I have had several people butt-dial me, from former girlfriends to my brother. 나한테 엉거는 사람들이 많아. 옛날 여자친구부터 동생까지.

rage-quit: (게임 등에서)화가나서 갑작스럽게 퇴장하는 행위. 게임을 엎다. 랜선을 뽑다. 디스걸고 나가다. 개즐퇴장*.
예문:
Bill: His computer crash? 걔 컴퓨터 다운되었어?

Rob: No, he rage quit" 아니, 디스걸고 나갔어.



* 제가 신조어 하나를 만들어봤습니다. ^^;

2015년 8월 28일 금요일

미국 학교 입학하기 (3) - 이사 시점과 학교 등록

1. 해당 학군의 학생 등록 주간enrollment week에 거주지 학교neighborhood school를 찾아간다.

쿠퍼티노의 정규 등록 주간은 보통 2월초에 있다. 정규 등록 절차를 받으려면 적어도 2월초에는 쿠퍼티노 학군 경계에 살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때의 등록은 8월말에 시작하는 학년도를 위한 것이다.

한국에서 전학오는 경우, 바로 거주지 학교를 찾아간다. 방학 때는 학교 사무소가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데 학군 사무소에 문의하면 언제 해당 학교에 찾아가야 하는지 알려줄 것이다. 다른 학생들이 이미 등록한 상태이기 때문에 거주지 배정 학교라 할지라도 인기있는 학교라면 이미 학교 정원이 다 찼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는 학군내 다른 학교에 배정을 받는다. 다른 학교에 배정을 받더라도 거주지 배정 학교에 자리가 나면 돌아올 수 있다.

2. PG&E청구서, 출생증명서 등 입학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방문한다.

PG&E 청구서[1]는 현 거주지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출생증명서는 아이의 학령을 증명한다. 학교 등록을 하려면 이런 서류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입학신청시 필요한 서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설명한다.

3. 학군내에서 거주지 배정 학교이외의 학교를 가고 싶을 경우. 

학교의 학생 등록 담당자에게 얘기하여 등록 서류와 뽑기표lottery ticket을 받는다. 학군내에서는 다른 학교에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학생 선발에 있어 거주지가 학교 경계에 있는 학생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 학교마다 수용가능한 비거주지 학생 수가 정해져 있다. 학군은 학급당 학생수, 인종 구성 비율 등을 고려하여 각 학교의 비거주지 학생 수용 인원을 결정한다.
  • 학교의 수용가능한 인원보다 더 많은 수가 신청할 경우 뽑기에 의해서 무작위로 학생을 선발한다. 이때는 빨리 등록한 사람이나 늦게 등록한 사람이나 차이가 없다. 그런데 해당 학교에 형제가 이미 다니고 있거나 부모의 직장이 학교 근처이거나 특수 교육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우선권이 주어진다.

4. 다른 학군의 학교에 다니고 싶을 경우.

가능하긴 하나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교육 조례Ed Code 제46600항에 의해 합법적인 이유, 즉 특수 교육, 이중 언어 등의 이유가 있으면 개별적case-by-case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또, 교육 조례 제48204항에 의해 부모의 직장을 거주지의 개념으로 해석하여 현 거주지와 다른 학군이라도 부모의 직장 근처의 학교에 다니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다른 학군을 선택해야 할 만한 합법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5. ELD 배정을 위한 영어 능력 시험CELDT

가정에서 영어가 기본언어가 아닌 학생은 모두 CELDT라는 영어 능력시험을 치르고 성적에 따라 ELD에 배정하도록 되어 있다. ELD는 영어 언어 교육 프로그램English Language Development의 약자인데 ELD학급이 따로 있는 학군도 있고 정규 과정 학생과 같이 공부하다가 정해진 시간에 따로 나와서 영어를 배우는 학군도 있다. 쿠퍼티노 학군은 ELD학급이 따로 있다. 그런데 모든 학교에 ELD학급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ELD에 가기위해서 거주지 배정 학교가 아닌 학교로 배정되는 경우도 있다.

학교 등록시 학교에서 학생 등록 서류의 가정내 기본 언어가 영어가 아니면 학군 사무소에 가서 CELDT를 치르라고 안내할 것이다. 길면 몇 시간 동안 영어 시험을 치르고 거기서 ELD에 가야하는지 알려줄 것이다. ELD에 대한 내 경험은 나중에 설명한다.

[1] PG&E 청구서: 전기, 가스 등의 공과금 청구서. PG&E는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유틸리티 회사중 하나다. 지역에 따라 유틸리티 공급 회사가 다르다. 따라서, 각 지역의 유틸리티 회사에서 오는 청구서를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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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6일 수요일

쓸데없는 오늘의 영단어 - bummer

bummer: 아쉽다 또는 쩝.

미국애들 가끔 bummer라는 단어를 쓰는데, 좀 아쉬울 때 쓰는 단어다. 재미있는 점은 Google Translate에서 'bummer'로 검색하면 '게으름 뱅이'로 번역하는데, 'bummer!'라고 느낌표를 붙이면 '안됐다'로 번역해준다.

무슨 얘기 하다가 아쉽다는 의미의 감탄사로 bummer!라고 말한다. '안됐다'보다는 '쩝.'이 어울릴려나. 아니면 '아까비'?

미국 학교 입학하기 (2) - 거주지 배정 학교 찾기

학교를 찾을 때 두 가지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할 계획인데 학군을 먼저 정하고 집을 찾는 경우와 집이 정해진 상태에서 학교를 찾는 경우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학군의 범위와 배정학교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학군 범위와 배정학교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알아보려는 학군의 이름으로 구글에서 검색을 한다. 예를 들어, 쿠퍼티노의 경우 [Cupertino Union School District Map]으로 검색하면 첫번째 검색결과가 다음의 URL이다.

http://www.edline.net/pages/Cupertino_Union_SD/About_the_District/District_Map
쿠퍼티노 학군의 학군 경계 지도
저작권자: www.edline.com

이 지도를 잘 보면 쿠퍼티노 학군임에도 산호세 서쪽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쿠퍼티노 시의 일부는 빠져있기도 하다. 따라서 정말 원하는 학군이 있다면 학군 지도를 먼저 파악하고 해당 학군에 포함되는 거주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새 집으로 이사를 오면 주소지에 배정된 학교를 찾아야 한다. 거주지의 학군을 알고 있다면 학군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거주지 학교 검색 도구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쿠퍼티노는 Cupertino Union School District Street Directory 웹페이지에서 거주지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쿠퍼티노 학군 거주지 학교 검색 Cupertino Union School District Street Directory

여기에 주소를 입력하면 다음과 같이 배정 학교를 알려준다.

거주지 학교 검색 결과

좀 더 다양한 학군을 검색하고 싶으면 greatschools.org를 이용하면 된다. 학교 및 학군 경계 지도Schools and District Boundaries Map 웹페이지에서 주소를 입력하면 거주지 학교와 그 학교의 경계 지도를 보여준다. 다만, 이 사이트는 학군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보여줄 확률이 높다. 아래의 그림도 잘못된 정보를 보여주는 예이다. 4430 Albany Drive, San Jose에 배정된 학교는 Dwight D. Eisenhower가 아니고 De Vargas이다.

greatschool.com의 학교 및 학군 경계 지도 서비스

주의 사항: 학군 지도나 거주지 기반 학교 검색 도구는 오래된 정보나 잘못된 내용이 있기도 하니 마지막에는 항상 학군 사무소나 해당 학교에 직접 문의하여 확인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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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0일 목요일

미국 학교 입학하기 (1) - 학년 배정

미국에 처음 건너올때 큰 애가 한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왔다. 나머지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왔다. 미국 학교에 아이들을 입학시키려니 막막했다. 좌충우돌하며 아이들 모두 미국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보냈고 이제는 첫째와 둘째가 중학교에 다닌다.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이니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경험자로서 실리콘밸리에 처음 아이를 입학시키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까봐 몇자 적는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6년, 중학년 3년, 고등학교 3년으로 초중등교육이 짜여져 있다. 우리 아이들이 속한 쿠퍼티노 학군은 초등학교 5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4년제이다. 초등학교는 5학년을 마지막으로 6학년부터는 중학교 과정이다. 6학년부터 8학년(우리로 치면 중학교 2학년)까지 3년간 중학교를 다니고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4년간 고등학교 과정이다. 아직 의무교육 과정은 아니지만 미국의 초등학교는 유치원Kindergarten과정도 무료로 제공한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는 곧 유치원 과정이 의무교육이 될 예정이다. 참고로, 학제는 주마다 다르고 학군마다 다르다. 본 글의 예는 쿠퍼티노 학군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겨울방학이 길고 봄에 학년이 시작한다. 미국학교는 보통 긴 여름방학을 마치고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시작하는 학년을 2015학년도라고 부른다. 미국은 2015년 가을에 시작하는 학년을 2015-2016학년도라고 한다.

2015-2016학년도의 각 학년별 입학연령은 다음과 같다. 입학연령은 2015년 9월 1일을 기준으로 하는데 학년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니 캘리포니아 교육부California Department of Education 웹사이트(http://www.cde.ca.gov/)를 참고하자.
유치원: 5살, 생일 기준 2009년 9월 2일 - 2010년 9월 1일
1학년: 6살, 2008년 9월 2일 - 2009년 9월 1일
2학년: 7살, 2007년 9월 2일 - 2008년 9월 1일
의  방식으로 1년씩 더하면 각 학년별 입학연령을 계산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학교나 정부에서 학령기의 아이를 거부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학교 담당자가 반 배정을 위해 하루이틀 정도는 지체할 수는 있으나 대기자 명단에만 넣고 무작정 기다리게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해당 학교에 자리가 없는 경우 대기자 명단에는 올려두고 같은 학군내의 다른 학교를 소개해주도록 되어 있다. 집 근처 학교에 자리가 없는 경우 다른 학교에 잠시 다니다가 자리가 날때 돌아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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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8일 화요일

한글과 문맹률

외국에서 지내다보면 모국에 있을때 막연하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객관적으로 다시 정리될 때가 있다. 어제 중국 출신 직원들과 얘기 했던 내용이 그런 경우인데 문자와 문맹률에 관한 것이다.

한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역사적으로 한자는 엘리트의 문자였고 한국의 문맹률이 매우 높았다고 했더니 중국도 이전에는 한자가 엘리트의 문자였단다. 중국도 옛날에는 글을 못 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가 현대에 들어와서 문맹률이 크게 낮아졌단다. 현재 중국의 식자율(글을 읽는 사람의 비율)은 90%를 넘었다고(위키피디어에 의하면 95%) 한다. 이견이 있을수는 있지만 대체로 중국의 한자가 배우기 가장 힘든 문자라고 볼때 문맹률(또는 식자율)은 문자의 난이도와는 크게 관계가 없을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잠깐동안의 대화에서 맺은 결론은 문자의 난이도보다는 의무교육이 식자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한글이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자이고 배우기 쉬운 것은 맞으나 문맹률을 엮어 찬양하다보면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15년 8월 16일 일요일

미래 예측이라는 독

한국에서 실리콘밸리에 오는 분들이 꼭 하는 질문이 있다. 미래에 관한 것이다. 어떤 산업이 유망할 것 같으냐. 구글의 5년후는 어떤 모습일 것 같으냐. 구체적으로 묻는 경우는 '빅데이터' 기술 전망은 어떤가. '자율 주행자동차'의 미래는 어떤가 등이다.

상황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꼭 이렇게 시작한다. "저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잘 모릅니다. 5년이 아니라 6개월 앞도 모르지요." 나만 이런 대답을 하는게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현자로 불리는 에릭 슈미트도 미래에 관해 얘기할때 나와 비슷한 말을 했던 적이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나 국회에 계신 분들의 생각은 다른가보다.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이라는 제목으로 3D 프린터네 핀테크네 빅데이터네 드론이네 미래 산업을 예측하여 육성하기 바쁘다.

창조경제 실현할 13가지 '미래먹거리'는?
새누리 "핀테크 키운다" …진흥법 발의·특위 구성 추진

무슨 일을 하든 (틀리더라도) 미래를 예측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미래 예측이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경우다. 왜냐하면 이 바닥에서 그 분들이 가장 무지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기분이 나쁘겠지만 정말 그렇다. 내가 일하는 분야를 담당하는 공무원들과 이야기해볼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충격을 받을 정도로 담당분야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았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순환보직제도 때문에 실무 경험을 충분히 쌓을 시간이 없고, 갑(정부)을(총판의 총판)병(총판)정(실제 개발사)으로 이어지는 계층구조 때문에 전문 지식을 얻을 기회가 없다.

한편, 미래 예측을 잘하나 못하나 이분들에게는 이득도 손해도 없다. 이를테면, 3D 프린터 시장이 폭삭 망해도 이분들은 피해를 보지 않는다. 반대로 그 시장이 몇 십조 몇 백조 규모가 되어도 이분들에게 돌아가는 건 없다. 책임질 일이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억지로 육성을 하다보니 실제로 될 분야의 신생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진작에 도태되어 없어질 기업이 정부 지원금에 붙어 연명하는가 하면 제대로 경쟁하며 성장해야 할 기업은 왜곡된 생태계에서 오히려 체질이 약해지고 만다.

미래 예측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미래 산업을 끌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무지하고 무책임한 정부의 그늘 아래에서 미래 예측은 독이 된다.

오늘도 '미래 먹거리'에 대한 기사가 보인다. 얼마나 배가 고픈지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미래 먹거리' 타령이었는데 지금도 날마다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2015년 8월 9일 일요일

구글의 핵심 문화 - 피어 리뷰

구글+에 올렸던 글을 모아서 재포스팅합니다. 저에게 구글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를 하나만 뽑으라면 피어 리뷰를 고르겠습니다. 왜 그런지 알려드리겠습니다.

=====     =====     =====
Peer Review는 동료 평가로 번역이 되지만, 동료 평가보다는 ‘피어 리뷰’로 쓰는편이 저의 느낌상 더 나아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피어 리뷰로 쓰니 이해해 주세요.

구글이 성공하는 데 피어 리뷰 문화가 절대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피어 리뷰 문화가 구글의 핵심인 채용, 성과 평가 그리고 코딩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피어 리뷰는 학계에서는 일반적인 프로세스

피어 리뷰는 학계 특히 과학/공학 분야에서는 일반적인 프로세스입니다. 논문을 컨퍼런스나 저널에 싣기전에 해당 분야의 다른 연구자들이 논문을 리뷰하고 필요한 경우 수정/보완하여 논문을 최종 출판합니다. 피어 리뷰는 해당 분야의 수준과 신뢰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프로세스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Peer_review

코드 리뷰

코드를 작성하고 코드 베이스(소스 코드를 저장하는 저장소)에 체크인하기 전에 반드시 동료로부터 코드 리뷰를 받아야 합니다. 팀 분위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코드 리뷰를 매우 철저하게 합니다. 시스템의 전체적인 구조에서부터 성능 향상을 위한 조언, 적절한 라이브러리의 사용, 유닛 테스트 그리고 공백의 개수와 주석의 오타까지 모두 리뷰를 합니다. 리뷰어는 한번에 많게는 수십여개에 이르는 개선 사항을 알려주고 리뷰를 받는 사람은 리뷰어가 보낸 의견에 대해 개선을 하거나 자기 의견을 달아 다시 리뷰어에게 보내는 식으로 몇 번을 주고 받은 후에야 비로소 체크인이 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코드 리뷰과정은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작업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서 신뢰할 수 있는 코드를 작성할 수 있고, 리뷰를 받는 쪽이나 리뷰를 하는 쪽이나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며, 코드의 작성자가 사정상 부재중일 때에도 그 코드를 리뷰했던 동료들이 무리없이 코드를 유지보수할 수 있게 됩니다.

회사 전체를 놓고 보면 코드 리뷰를 통해 코딩 스타일과 문화가 전체 구성원에게 전파됩니다. 구글의 소스코드는 중앙집중화된 코드베이스에 모두 저장되어 있는데 다른 사람 또는 다른 팀에서 작성한 코드도 모두 같은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고 같은 코딩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글에는 유닛 테스트, continuous build system, coding style checker, dependency monitor 등 다 헤아리기 힘든 소스코드 관리 기술과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동화된 시스템위에 피어 리뷰를 기반으로는 하는 코드 리뷰 프로세스가 있었기 때문에 신뢰성있고 확장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성과 평가

매년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성과 평가때는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저를 평가하고 저 또한 동료들을 평가해줍니다. 피어 리뷰가 필요한 성과 평가는 보통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할 수 있습니다. 성과 평가에는 평가 대상자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기여도, 결과, 프로젝트의 중요성 등을 적고, 대상자의 직무상 강점 그리고 좀 더 개발해야 할 영역에 대해서 정확하게 평가합니다.

성과 평가 기간에는 제가 저를 평가해 줄 리뷰어를 선택하고, 요청을 받은 리뷰어들이 저에 대해 정직하게 평가해줍니다. 이때 리뷰어 중에는 요청을 받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매니저는 피어 리뷰에서 그리 큰 역할을 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나 현실적으로는 피어 리뷰 결과를 가지고 다른 매니저들을 설득해야 하므로 성과 평가 체계에서 여전히(아니면 당연히) 중요합니다.

성과 평가 기간에는 부담이 많이 되지만 서로에 대해서 정직하고 정확하게 평가를 해줍니다.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됩니다. 제가 했던 일에 대해 정확히 아는 동료들이 평가를 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습니다. 또 제 작업 내용을 정확히 아는 동료들이 제가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알려주기 때문에 수긍하면서 저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동료들과 함께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저를 평가할 사람들이니까요.

피어 리뷰 기반의 성과 평가 체제의 장점은 실무적 수준에서 제대로 된 업무 평가와, 수직적 보고 체계가 아닌 수평적 동료 체계에서의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회사 전체를 놓고 보면 코드 리뷰와 마찬가지로, 누가 일을 잘하는지 또는 누가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평가 표준이 피어 리뷰를 통해 전체 구성원에게 전파됩니다.

채용

회사는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니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 회사를 운영하는 데 첫째되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피어 리뷰 문화는 사람을 뽑는 데에도 적용됩니다.

구글에 지원하는 사람들을 면접하는 면접관들은 그 후보자가 채용이 되었을 때 같이 일하게 될(같은 팀이 되는 것은 아니고 같은 부문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 면접은 엔지니어가 직접 합니다. 한 두명의 엔지니어만 면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대여섯명의 엔지니어가 차례로 면접을 합니다. 면접이 끝나면 해당 후보자와 같이 일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적어서 채용위원회에 보고합니다. 채용위원회 또한 대부분 엔지니어들로 구성됩니다. 레쥬메부터 면접 결과까지 모든 것을 종합해서 함께 일하고 싶은지를 판단합니다.

후보자가 입사했을 때 함께 일할 사람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에 채용과정을 훨씬 신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함께 결정을 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책임을 나눠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함께할 동료를 테스트하는 인터뷰 과정에서 (엔지니어의 경우) 기술적인 질문을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보다 똑똑하고 내가 보지 못한 다른 세상을 보여줄 사람인지 점검합니다. 채용위원회도 입사후보자가 회사에 채용될 경우 뛰어난 엔지니어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지 검토합니다. 그 후에도 검토 절차가 더 남아 있지만 동료가 될 사람들이 후보자를 평가한 결과가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채용 절차에서도 함께 일하고 싶은 인재상이 인사부서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동료들이 공유하는 문화로서 회사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됩니다.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구글이 이렇게 성공한 데에는 피어 리뷰 문화가 핵심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규모와 영향력이 십몇년만에 이 정도로 클 수 있었던 것도, 이 정도 규모에서도 독특한 문화와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모두 피어 리뷰의 공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고 피어 리뷰 문화에도 문제점이 있습니다. 문제점이라기 보다는 문제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느리고 방어적인 프로세스

프로세스가 느려지고 의사결정이 보수적 또는 방어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프로세스가 느려지는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장기적으로 신뢰성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이득이 있으므로 감내할만하지요. 그런데 의사결정이 방어적으로 변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채용과정을 예로 들면, 여러명이 모여서 동등한 입장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되므로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반대를 하는 후보자는 보통 떨어집니다. 채용의 과정이야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사람은 뽑지 않는 것이 좋다는 철학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때로는 몇 가지 문제가 있더라도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다같이 동의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좋을 때가 있습니다.

위기 대응 능력

데이터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할 때 피어 리뷰가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극단적인 예로 위기상황의 비행조종사들을 들 수 있습니다. 비슷한 수준의 조종사들이 에어버스를 조종하다 회복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들을 놓치고 결국 추락한 사례가 있습니다.
https://plus.google.com/106545388800257341911/posts/UkZxDff7FNQ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누군가 절대 권력과 무한의 책임감을 가지고 결단을 내려야 추락하는 비행체를 구할 기회가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런 토론은 무의미합니다.

다행히 제가 경험했던 구글은 위기때마다 잘 대처해 왔습니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고 난 후에 사후검토(Postmortem)를 철저히 하여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대처해야 했는지 기록하고 그 기록 또한 피어리뷰를 받도록 하여 조직 전체가 배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옹고집은 어디에나 있다

워낙 똑똑한 사람들을 모아서 그럴까요? 아니면 똑똑한 사람들을 모아도 그 중에는 반드시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코드 리뷰를 진행하면서 답답한 일들이 발생하는데요. 코드의 동작이나 속도 그리고 가독성에 아무 상관이 없는 사소한 것들을 가지고 몇 일동안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서로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것이죠.

피어 리뷰의 약점은 수평적인 분위기에서는 옹고집이 왕노릇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자, 지금까지 피어 리뷰의 빛과 어둠을 살펴보았는데요. 저의 의견을 물으신다면 저는 피어 리뷰 시스템이 좋습니다. 제가 워낙 실수가 많아서 동료들을 많이 의지하기 때문에요. 원래 피어 리뷰의 단점중에는 저 같은 실수쟁이들이 동료들을 시간을 뺐는다가 포함이 되어야 하지만 의도적으로 뺐습니다. 동료들의 희생으로 저 같은 사람이 빛을 발할 수 있으니까요. ^^;; (동료에게 항상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2015년 8월 7일 금요일

Pay it forward

책을 쓰면서 가능하면 쉬운 단어를 쓰려고 노력했는데요. 예를 들면, contribute는 '기여하다'대신 '보태다'라고 썼지요. 그런데 어떤 때는 몇 주 동안 고민해도 맘에 드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pay it forward'였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주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음 사람에게 갚는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돌려갚기'라고 했는데요. 제대로 번역한 것 같나요? 솔직히 아주 만족스러운 번역은 아니고 아직도 어떤 말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 책에 들어갔던 'pay it forward'에 관한 이야기를 옮깁니다. 초고에서 발췌했기 때문에 출판된 책과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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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4년의 어느날 벤자민 프랭클린이 벤자민 웹이라는 사람에게 200프랑의 돈과 함께 편지를 보냈다. 프랭클린은 웹과 친분이 없었다. 단지 벤자민 웹이 곤경에 빠졌기 때문에 선의로 도움을 준 것 뿐이다. 편지의 내용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 돈을 그냥 드리는 것이 아니에요. 빌려주는 거에요.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가거든 제때에 빚을 갚을 수 있게 반드시 사업에 성공하세요. 그리고 당신처럼 곤경에 빠진 이를 만나면 당신도 그에게 내가 했던대로 돈을 빌려주세요. 그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 같은 일을 할 수 있도록요. 그 돈이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갔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돌려갚기다. 영어로는 'pay it forward'다. '되갚기pay it back'라고 하면 빌렸던 돈을 채권자에게 갚는 것이다. 그런데 pay it forward라고 하면 채권자가 아닌 제 3자에게 돈을 갚는 것이다. 모르는 이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은 이는 또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100만원을 빌려주었다 돌려받으면 그와 나 사이에 그냥 100만원이 갔다온 것뿐이다. 그런데 필요한 사람에게 100만원을 빌려주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게 되면 100만원이라는 절대적 가치외에 다른 것들이 생겨난다. 보람과 감사다. 그냥 주는 사람은 보람을 얻고 받는 사람은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된다. 이번에 받은 사람은 다음에는 베푸는 사람이 되어 보람을 맛보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갚을 것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의 호의 때문에 이만큼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인 곳을 사회라고 부르고 우리는 사회로부터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았다. pay it forward는 이런식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DNA에 새겨진 사회 환원 정신

pay it forward는 실리콘밸리 문화에 깊이 새겨져 있다. 실리콘밸리의 맏형 로버트 노이스는 페어차일드 반도체와 인텔을 설립하여 크게 성공했다. 그의 집에는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젊은 엔지니어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업에 투자도 했다. 말하자면 엔젤 투자였다. 투자하면서 받은 증서를 운동화 포장상자에 넣어두곤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얼마나 많은 회사에 투자했는지 그 조차도 짐작하지 못했다고 한다.

로버트 노이스의 식객중에는 젊은 스티브 잡스도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젊은 시절 좌충우돌하며 코너에 몰렸을 때 무작정 노이스의 집에 쳐들어와서 저녁식사를 하곤 했다. 심지어 노이스 가족의 가족여행에까지 따라다녔을 정도로 노이스를 의지했다고.

스티브 잡스가 세월이 흘러 로버트 노이스를 추억하며 이런 얘기를 했다. “내가 햇병아리였을 때 그(로버트 노이스)가 나를 그의 날개로 품어주었다.” 어리고 모난 스티브 잡스를 사심없이 도와주었던 사람들을 기억하며 그도 보답하리라 마음 먹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을 도둑놈들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구글과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래리 페이지에게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한다. 아직 젊은 래리 페이지에게 어떻게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지 진심으로 조언을 했다고 한다. 잡스는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에 내가 받은 것을 돌려주는 길paying back to the system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실리콘밸리는 로버트 노이스의 피를 잇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대가없이 나눠주기도 하고, 열정은 있지만 기반은 없는 창업가들에게 적잖은 돈을 투자하고 꼭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게 도와준다.

구글 창업자들이 처음 받은 수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를 공동창업한 전기공학 엔지니어 앤디 벡톨샤임Andy Bechtolsheim은 1998년 스탠포드 대학에 들렀다가 우연히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만났다. 페이지와 브린은 페이지랭크라는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검색엔진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구글이라는 회사가 생기기 전이었고 본인들도 자기들이 만든 검색 시스템이 세상을 바꾸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던 때다. 벡톨샤임은 젊은 페이지와 브린에게 선뜻 10만 달러(1억원 정도)짜리 수표를 건네주었다. 그 돈으로 구글이라는 회사가 정식으로 탄생했다. 구글은 15년후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되었다. 구글은 1조 5천억원의 기금을 가지고 구글 벤처스Google Ventures를 설립했다. 구글 벤처스는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의 벤처 기업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구글의 탄생을 도운 앤디 벡톨샤임의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앤디 벡톨샤임이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첫 워크스테이션인 Sun-1을 만들때 스탠포드 컴퓨터학과와 동네 전자 부품점에서 부품을 얻어다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선배들이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같은 회사들을 밀어주고 다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로 성공한 사람들이 구글과 같은 후배들을 밀어주면서 실리콘밸리 공동체가 된 것이다.

컴퓨터광들이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

컴퓨터광들은 영화나 TV 드라마에서처럼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밤새 프로그래밍을 하며 희열을 느낀다. 컴퓨터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밤새 프로그래밍을 하다보니 여자친구(또는 남자친구)들에게 인기도 없는 찌질이로 비치기도 한다. 찌질하다 못해 오죽하면 <딜버트>라는 만화에서 댁의 아들은 엔지니어가 될 운명이라고 진단하는 의사앞에서 딜버트의 엄마가 통곡을 했을까!

그런데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자선단체 중 하나인 빌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든 사람이 바로 학교 다닐때 사회성 결핍이라고 핀잔을 듣던 빌 게이츠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레리 페이지 등 기술 기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세상의 불평등이라는 그늘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매년 엄청난 액수를 기부하고 있다.

이런 기술 기업들의 자선 활동에는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이들의 자선활동에는 실용주의가 깔려있다. 기술 기업의 경영자들은 본인들의 성격때문인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방법을 모색한다. 물론, 기업홍보나 자신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도 있겠지만.

우리의 예상과 달리 자선단체에 흘러가는 기부금 전체가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가는 것이 아니다. 상당 액수는 단체장의 연봉을 포함하여 자선단체의 행정비로 나간다. 미국내 자선단체를 조사해보니 어떤 경우는 거의 3분의 2의 기금이 행정비로 쓰였다는 충격적인 조사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자선단체들은 집행내역 자체가 투명하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비효율적이거나 기부자들의 의도와 관계없는 선교활동에 사용된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은 중간에 브로커들을 모두 빼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 접촉하는 방식을 취하거나 빈곤계층의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지원하는 데 힘을 쓴다. 예를 들어, 저렴한 방법으로 물을 정화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 팀에게 상금을 준다던지, 말라리아 약을 개발한다든지, 구글 임팩트 챌린지(https://impactchallenge.withgoogle.com/) 등 현지에서 기술로 공동체를 살리려는 비영리 기관에 돈과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는 인터넷이 없는 아프리카 오지에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려고 성층권에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는 풍선을 띄우거나 무인 비행기를 띄우기도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방식의 자선활동이 흔하다. 아이디어와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로 모이고 무일푼의 청년들이 혁신적인 제품으로 성공하는 것은 밑바닥에 이런 사회환원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환원 문화는 남의 도움을 받아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성공해야할 대의명분을 제공한다. 채권자에게 빚을 갚기 위해 일하는 것보다 다음 세대에게 다시 도움을 주기 위해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200프랑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거쳐갔는지 모르겠다. 분명 여러사람을 거쳐갔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고 벤자민 프랭클린을 존경하는 미국인들에게 사회에 환원하는 정신을 깊이 심어주었다.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의 pay it forward문화는 실리콘밸리인의 DNA에 새겨졌고, 아무도 pay it forward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지만 공기처럼 당연한 일이 되었다.

2015년 8월 3일 월요일

스테이크 하우스 - 실리콘밸리 맛집(10)

오랜만에 실리콘밸리 맛집에 내용을 추가한다. 스테이크 하우스 경우, 원래는 유명하다는 Alexander's Steakhouse에 다녀와서 완성을 하려고 했다. 비싸기도 하지만 인연이 없는지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가볼 기회가 없어서 결국 포기. 다음에 가면 업데이트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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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 선댄스Sundance The Steakhouse

1921 El Camino Real, Palo Alto, CA 94306
가격: 비쌈(30~60불), 특이사항: 정장까지는 아니라도 적당히 갖춰입는 게 좋다. 티셔츠는 무리.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보통 괜찮은 스테이크하우스하면 블랙 앵구스Black Angus를 많이 떠올린다. 블랙 앵구스의 스테이크 가격이 20불에서 40불 사이다. 팔로알토 선댄스는 더 비싼 식당인데 고기의 질이나 음식의 맛을 따질때 비싸게 주고 먹을만 하다.

참고로,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면 블랙 앵구스가 편하다. 블랙 앵구스가 더 넓직하고 상대적으로 밝다.

알렉산더스 스테이크하우스Alexander’s Steakhouse 

10330 N Wolfe Rd, Cupertino, CA 95014
가격: 매우 비쌈(50~300불), 특이사항: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소문
집 근처에 있는 스테이크하우스다. 소문만 들었고 가 본적은 없다. 매일 퇴근하면서 지나가는 식당인데 왠지 다른 세상의 식당이라는 느낌이다.

제일 싼 스테이크 메뉴가 40불이 넘고 왠만한 건 150불에 이르고 캐비어 메뉴는 1온즈에 250불이다! 1온즈는 28그램정도이다. 이런 식당들은 드레스코드가 있다. 옷도 정장을 입어줘야 한다. 가격이 비싸지만 음식맛은 괜찮은지 Yelp등의 평가 점수가 5점 만점에 4점으로 높은편이다.

참고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비싸고 유명한 음식점은 나파 밸리Napa Valley에 있는 프렌치 론드리French Laundry라는 프랑스 식당이다. 이곳은 예약자체가 미션 임파서블로 유명한 곳이고 예약 성공담이 인터넷에 떠다닐 정도다. 저녁식사 가격이 1인당 300불에 이른다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이곳에서 캐비어를 맛볼 날이 올까.

2015년 8월 2일 일요일

슈퍼인턴을 만나다

여름 방학이라 그런지 요즘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서 인턴제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 다음 글은 "슈퍼인턴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제 책 <실리콘밸리 견문록>에 실린 글을 발췌(정확히는 출판전의 초안을 복사한 것이라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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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에야 인턴 제도가 도입이 되었는데 요즘은 관공서부터 중소기업까지 보편적인 인력채용방식이 되고 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 운영하는 인턴 제도와 의미가 좀 다른 듯 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주로 대학생들이 방학동안 실무를 경험하는 데 의미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스펙을 위한 봉사나 기간제로 싼 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 제도로 보는 경향이 있나보다.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는 인턴이 회사의 천민이라는 느낌이었다. 드라마라서 좀 과하게 그려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미국의 인턴은 개념이 다르다.

미국 대학교는 여름 방학이 길다. 주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을수는 있겠지만 가을에 새학년이 시작된다. 겨울방학은 짧게 쉬고 봄까지 학교를 다니다가 여름이 시작될쯤 한 학년이 끝나고 긴 방학에 들어간다. 여름방학은 거의 3개월 정도로 상당히 길다. 여름 방학이 길어서 계획만 잘 세우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여름에 인턴을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회사들은 인턴 제도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업체들도 인턴들을 모셔와서 실제 업무에 투입한다. 실력있는 인턴들을 정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맡겨봄으로써 면접만으로 보기 힘든 업무 태도와 진짜 실력을 평가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진짜 최고의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것이다. 인턴을 지원하는 학생들은 이론으로만 배웠던 지식을 현장에서 적용해 봄으로써 현장이 필요한 능력을 기르고 인맥을 만들 수 있다.

인턴 제도는 구글에서 좋은 엔지니어를 뽑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다. 전세계 사무소에서 연간 수천명의 인턴을 채용하고 그 중 많은 수가 정직원으로 발탁된다. 우리 팀에서도 인턴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인턴이 하나 있다.

풀타임 엔지니어가 못 푸는 문제를 맡겨라?

구글에서 유명한 농담이 하나 있다. 너무 복잡해서 안 풀리는 문제가 나오면 옆 사람한테 이 문제는 남겨뒀다가 슈퍼 인턴한테 맡겨야 할 거 같다고 농담삼아 얘기하곤 한다. 농담이긴 하지만 실제로 인턴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은 경험만 부족할뿐 최고의 인재들이고 3개월간의 업무에서 깜짝놀랄만한 성과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인턴 채용 과정은 이렇다. 인턴 채용은 1년 전부터 시작한다. 인턴을 채용하고 싶은 팀은 인턴이 필요한 프로젝트 제안을 1년전에 제출한다. 프로젝트가 채택되면 해당 팀에서 인턴을 채용할 수 있다. 여름 인턴의 경우는 그 전 해의 가을부터 인턴 면접이 시작된다. 상당히 일찍 시작하는 셈이다. 따라서, 인턴 구직자도 구글에서 여름 인턴을 하려면 거의 1년전부터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엔지니어링 인턴 면접은 영문 레쥬메를 제출하고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기술 면접으로 들어간다. 기술 면접은 두 번의 전화면접으로 이루어지는 데 전화를 통해 45분에서 1시간 가량 기술 문제도 풀고 코드도 작성한다. 인턴이라고 해서 문제의 난이도가 낮지 않다. 정직원 면접 못지 않다. 여기서 통과하면 인턴 면접 합격자 풀에 들어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지막 단계가 남아있다.

인턴과 인턴 호스트의 짝짓기가 마지막 단계다. 인턴 호스트는 인턴 면접 합격자 풀에서 자기 프로젝트에 맞는 인턴을 뽑기 위해 호스트 매칭 인터뷰를 진행한다. 호스트 매칭 인터뷰는 인턴 호스트가 자기 프로젝트에 맞는 최고의 인턴을 찾는 프로세스이기도 하지만 인턴에게도 자기가 하고 싶은 고르는 프로세스이기도 하다. TV의 짝짓기 프로그램처럼 주목을 받는 인턴에게 인턴 호스트의 구애가 쏟아져 프로젝트를 골라 잡는 재미를 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모스크바 대학 출신 대학생 인턴을 유혹하다 

인턴 호스트는 자기가 일하는 팀과 인턴에게 맡길 프로젝트를 잘 팔아야 괜찮은 인턴을 구할 수 있다. 나도 여러명의 인턴을 차례로 만나서 얼마나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고 우리팀에서 일하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열심히 포장했다. 나는 호스트 매칭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는 열정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반 세일즈맨이 되는 것이다.

나는 만나는 인턴들에게 나와 일하면 전세계 어디에서도 다룰 수 없는 스케일의 데이터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심지어 구글내에서도 우리보다 더 큰 데이터를 다루는 팀은 별로 없다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우리팀이 관리하는 일부 데이터베이스의 규모와 데이터 증가율을 슬쩍 알려준다. 이 시점이 중요하다. 큰 고기를 잡기 위한 미끼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규모를 알려줄 때 눈에서 불이 켜지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가 1MB인것과 1GB인것은 규모에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대략 1,000배)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면 누구나 안다. 그러나 1,000배 차이의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성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실제로 경험을 해보지 않고 알기는 쉽지 않다. 물론 내가 얘기했던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어떤 인턴은 이런 규모를 듣고 요즘 하드 디스크 용량이 많이 늘어나서 그리 놀랍지 않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큰 고기가 아닌 것이다.

나는 건축에 대해서 모른다. 내가 볼때 비슷한 건축물이라도 경험있는 건축가의 눈을 번쩍 뜨이기 하는 대단한 건축물이 있을 것이다. 그런 건축물을 만들려면 얼마나 힘든지 경험해본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다. 나 같은 문외한은 그냥 지나치고 기억도 못하지만 말이다.

인턴 채용 시즌의 막바지에 왔을때다. 그때까지도 인턴을 구하지 못했고 거의 포기 상태가 되었다. 좋은 인턴들은 벌써 다른 팀에서 다들 모셔갔기 때문이다. 당해의 인턴 프로젝트는 접을 생각으로 별 기대없이 마지막 인턴 후보 하나만 만나보기로 했다.

구글 행아웃으로 화상 채팅을 시작했는데 상대는 모스크바에서 접속한 앳된 얼굴의 대학생이었다. 모스크바대학에서 수학과 컴퓨터 과학을 복수전공한 친구였는데 러시아 발음의 어눌한 영어때문에 내가 오히려 긴장이 될 정도였다. 이 친구가 쓴 논문에 대해서 설명을 간단하게 듣긴 했는데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리팀 프로젝트에 대해서 얘기해 주고 우리가 다루는 데이터베이스의 규모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때 나는 그 친구의 눈에서 불이 켜지는 걸 보았다. 놀라며 정말이냐고 묻는 그 친구의 모습에 반해서 나도 불이 붙어 한참을 얘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말주변이 없고 자신을 포장하지 못하는 친구여서 인턴 채용 시즌이 끝나갈 때까지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단계별 과제

여름 방학이 시작하고 러시아에서 우리 인턴이 날아왔다. 나는 우리 인턴을 위해 총 4단계로 구성된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첫 번째 단계는 몸풀기용으로 쉽지만 구글의 기술을 골고루 익힐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두번째 단계는 본격적인 핵심 프로젝트였고 3개월동안 마칠 수 있으면 내 기대치를 만족시키면서 실제로 회사에도 도움이 될만한 성과였다. 세번째 단계는 두번째 단계를 통과할 경우 할 수 있는 일인데 두번째 프로젝트를 더 크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것이었다. 네번째 단계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준비했다.

첫 번째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모두 연계된 일로 준비했다. 따라서, 전 단계를 마치면 다음 단계를 시작할 준비가 되고 한 단계를 마치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더 큰 규모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내 목표는 인턴이 2단계까지 마치도록 하는 것이었다. 3단계는 기대 이상의 일이었고 4단계는 사실 나도 풀지 못하는 문제였다.

러시아에서 건너온 이 친구가 낯선 환경에 적응을 잘 할수 있을까 걱정은 했지만 직접 도와주지는 않고 거의 내버려두다시피 했다. 점심도 혼자 먹도록 방치했다(사실 일부러 방치한 건 아니고 무심한 내 생격 탓이다). 주위의 다른 미국 인턴들은 작은 일이라도 질문이 있으면 귀찮을 정도롤 물어보는데 우리 인턴은 질문을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지나가다 말을 걸면 구글의 코드베이스와 내부 문서 데이터베이스를 파헤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3개월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주어진 프로젝트를 끝내는데에는 짧은 시간이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땐 인턴 호스트에게 귀찮을 정도로 물어보는 것이 정도다. 걱정은 되었는데 그래도 방치했다.

그러더니 어느날 1단계를 끝냈다고 왔다. 그리고 2단계를 진행하고 있단다. 그리고 인턴 시작 후 한달쯤 지났을때 2단계를 끝내버렸다. 2단계 일을 수학적으로 검증하는 테스트까지 마쳤단고 한다. 우리팀의 일은 큰 규모의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라 검증을 하려면 통계적인 센스가 필요하다. 스스로 검증까지 마친것이다. 한달이 채 안되어서 기대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3단계도 인턴 생활 두달째에 끝내버렸다. 우리 인턴이 3단계에 들어섰을 때 내가 곤란해졌다. 4단계는 아이디어만 있었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그 문제를 어떻게 풀지 전혀 몰랐고. 결국 3단계가 끝났을 때 더 이상 할일이 없었다. 3단계 이후로는 우리 인턴이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진행했다. 인턴 일정이 끝나갈 때쯤에는 학교로 돌아갈 이 친구를 졸업후에 어떻게 구글로 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인턴 쫑 파티 

인턴 일정이 끝나갈 무렵에 구글 인턴들과 인턴 호스트들이 모여서 파티를 한다. 그 해에는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샌프란시스코만을 돌면서 파티를 했다. 정원 2,000명짜리 크루즈 여객선 위에서 식사를 하고 안개낀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을 보며 미래의 구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A4. 인턴들과 탔던 유람선, 샌프란시스코 벨 

사무실안에서 컴퓨터와 씨름하던 인턴들이 시원한 샌프란시스코만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구글이 일만하는 지루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턴 쫑 파티에는 구글 엔지니어링 부서의 최고 책임자도 참석한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나타나기도 하는데 여기저기서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선다.

우리 인턴은 이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직원으로 돌아오다

우리 인턴은 인턴 과정을 마치고 학업에 복귀하려고 모스크바 대학으로 돌아갔다. 우리팀은 이 친구를 뽑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몇 주후 마침내 회사에서 우리 인턴에게 정직원 제의를 했다. 학업을 다 마치면 구글로 오라는 제의였다. 이제 우리 인턴만 도장을 찍으면 되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소식이 없었다. 궁금하던 차에 회사 리쿠르팅 팀에서 경과를 알려주었다. 우리 인턴이 러시아의 얀덱스로부터도 제의를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얀덱스는 러시아 최고의 인터넷 소프트웨어 업체로 우리나라로 치면 네이버 같은 회사다. 나는 우리 인턴이 구글로 오기를 바랬지만 따로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 친구는 어디를 가나 성공할 수 있고 얀덱스가 더 좋은 기회라고 스스로 판단한다면 그것을 존중해주고 싶었다. 물론 나의 무심한 성격 탓도 있지만.

몇 달후 우리 인턴의 졸업이 가까워졌을 때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구글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보다 더 좋은 소식은 우리 인턴이 우리 팀을 선택해서 들어온다는 얘기였다. 인턴이 정직원으로 전환할때 자기가 원하는 팀으로 갈 수 있다. 보통 인턴들은 새 팀으로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일부러 우리 팀을 지정해서 온다는 얘기를 듣고 기분이 째질 지경이었다.

돌아온 우리 인턴과 함께 몇 년째 일하고 있다. 나는 기술적으로 위험한 결정을 할때 우리 인턴과 상의를 한다. 혹시 내가 확인하지 못한 문제점은 없는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묻기 위해서. 큰 규모의 데이터를 다루다가 수학적인 센스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우리 인턴에게 도움을 청한다. 어떤 때는 거의 강의 수준의 토의를 마치고 복잡한 문제가 이렇게 단순해질 수 있구나라고 깨달음을 얻는 경우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인턴 제도는 상승효과를 만들어낸다.

  • 첫째, 기업은 면접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천리마를 가려낼 수 있고 가려낸 천리마에게 회사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강하게 심어줄 수 있다. 
  • 둘째, 학생들은 대학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현장을 경험하고 여름방학동안 적지않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다. 
  • 셋째, 대학은 학생들이 현장의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여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 
  • 넷째, 정부는 외국에 있는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통로로서 국가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인턴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나는 실제로 러시아에서 인턴을 두 명이나 뽑은 경험이 있어서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인턴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면 학생, 기업, 대학, 국가가 동반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