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6일 일요일

미래 예측이라는 독

한국에서 실리콘밸리에 오는 분들이 꼭 하는 질문이 있다. 미래에 관한 것이다. 어떤 산업이 유망할 것 같으냐. 구글의 5년후는 어떤 모습일 것 같으냐. 구체적으로 묻는 경우는 '빅데이터' 기술 전망은 어떤가. '자율 주행자동차'의 미래는 어떤가 등이다.

상황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꼭 이렇게 시작한다. "저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잘 모릅니다. 5년이 아니라 6개월 앞도 모르지요." 나만 이런 대답을 하는게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현자로 불리는 에릭 슈미트도 미래에 관해 얘기할때 나와 비슷한 말을 했던 적이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나 국회에 계신 분들의 생각은 다른가보다.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이라는 제목으로 3D 프린터네 핀테크네 빅데이터네 드론이네 미래 산업을 예측하여 육성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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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든 (틀리더라도) 미래를 예측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미래 예측이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경우다. 왜냐하면 이 바닥에서 그 분들이 가장 무지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기분이 나쁘겠지만 정말 그렇다. 내가 일하는 분야를 담당하는 공무원들과 이야기해볼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충격을 받을 정도로 담당분야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았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순환보직제도 때문에 실무 경험을 충분히 쌓을 시간이 없고, 갑(정부)을(총판의 총판)병(총판)정(실제 개발사)으로 이어지는 계층구조 때문에 전문 지식을 얻을 기회가 없다.

한편, 미래 예측을 잘하나 못하나 이분들에게는 이득도 손해도 없다. 이를테면, 3D 프린터 시장이 폭삭 망해도 이분들은 피해를 보지 않는다. 반대로 그 시장이 몇 십조 몇 백조 규모가 되어도 이분들에게 돌아가는 건 없다. 책임질 일이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억지로 육성을 하다보니 실제로 될 분야의 신생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진작에 도태되어 없어질 기업이 정부 지원금에 붙어 연명하는가 하면 제대로 경쟁하며 성장해야 할 기업은 왜곡된 생태계에서 오히려 체질이 약해지고 만다.

미래 예측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미래 산업을 끌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무지하고 무책임한 정부의 그늘 아래에서 미래 예측은 독이 된다.

오늘도 '미래 먹거리'에 대한 기사가 보인다. 얼마나 배가 고픈지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미래 먹거리' 타령이었는데 지금도 날마다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