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2일 금요일

공유경제 vs. 전통경제


긴 여행후 공유산업에 대한 시각이 좀 바뀌었다. 혁신이긴 한데, 오프라인에서 오랫동안 다져진 검증 시스템과 안전망이 결여되어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품질검증과 안전보장을 무자격의 사용자에게 떠넘기고 있음을 알았다. 인터넷 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혁신의 한계를 경험했다고 할까.

하와이였다. Airbnb로 아파트유닛 예약했는데 알고보니 은퇴자 아파트였다. 열쇠를 받기위해 집주인을 만나야하는데 정문이 아니고 눈에 안띄는 곳에서 만나자고 할때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집안이 지저분하고 냄새가 심했다. 밤에 심한 바람과 창문앞 고속도로 때문에 소음이 심했는데 창문마져 깨져있어서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집주인이 처음에 은퇴자 아파트라 사람들이 소음에 예민하다고 신신당부해서 거의 죽은듯이 지냈는데 우린 소음때문에 잠을 설쳤다. 배수관이 막혀서 부엌싱크와 세탁기에서 물 역류했다. 그럼에도 집주인이 이 집은 자기 부모님 은퇴후 유일한 수입원이라며 사정해서 리뷰는 쓰지 않았다.

Airbnb의 다른 사용자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리뷰를 써야하지만, 상대는 회사가 아니라 개인이라는 것 때문에 결국 쓰지 않았다. 무자격 서비스 제공자, 사용자 수준에서 이뤄지는 품질검증, 문제발생시 절차부재, 상업용이 아닌 물건이 상업용으로 거래되는 등 공유경제의 한계를 경험했다.

비효율적이고 선택의 폭이 좁다고 생각했던 오프라인 숙박서비스는 오랜시간 품질검증과 안전망을 구축해왔던것임을 깨달았다. 전문화된 조직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에 집중을 하면서 나름대로 최적화를 했던것이다. 그리고 비효율이라고 생각했던것이 경험에서 만들어진 완충장치였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반면 "전통"적인 서비스가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경험했다. 미니밴이 필요해서 하와이에서 UberXL을 탈 계획을 세웠다. 하와이에 도착했는데 왠일인지 UberXL 서비스 불가였다.  6인가족, 짐 12개 들고 낯선 공항에서 당황했다.

우왕좌왕하는데 옆에서 어떤 남자가 808-233-3333에 전화 해보라고 얘기해줬다. 그 남자는 가족과 하와이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전화로 낯선곳의 위치를 설명하는게 쉽진 않았지만 택시회사는 10분만에 미니밴을 보내줬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택시기사에게 팁까지 줬는데 UberXL 예상요금보다 낮았다.

내가 전화했던 곳은 하와이 로컬 택시회사 Charley's Taxi였음. 예약앱이 있어서 하와이 머무는 동안 앱에서 예약, 지정 시간 픽업, 예상요금 계산, 예약된 택시 모니터링 기능으로 Uber가 필요없게 되었다.

택시 기사들과 우버에 대해서 이야기해봤다. 원래 택시기사 자격증을 따려면 꼬박 두달은 하와이 돌아다니면서 길 익혀서 시험을 봐야하는데, 우버는 심지어 하와이 주민도 아닌 사람들이 운전한단다. 이런 사람들이 보험도 없이 운전을 하기때문에 사고가 나면 승객이 덤터기를 쓴단다.

Charley's Taxi는 택시마다 택시회사 컨트롤 센터와 통신하는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다. 잠깐 곁눈질로 본 바로는 경로탐색, 요금계산 등의 기능도 탐재되어 있었다. 전산화가 상당히 잘 되어 있었다. 손님들은 앱 또는 전화로 컨트롤 센터와 이야기하고 컨트롤 센터는 소속 택시들을 관리하는 구조.

컴퓨터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택시 기사들의 경험과 "비효율적" 중복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 많았다. 단 1분이 소중할때 컴퓨터 지도에 나와있지 않는 경험적 교통정보로 시간을 단축한다든지, 평균 10분정도 걸리는 전화방식의 신용카드결제대신 기사의 스마트폰으로 바로 결제를 하면서 망가질뻔한 우리 가족 스케쥴을 구해주기도 했다.

절실하게 느낀게 실세계는 최적경로탐색 이상으로 고려해야할 별별 변수가 많다는 것. 결정적으로 나라는 인간이 가장 복잡한 변수다.

정리하면, 내가 가장 필요할때 "공유경제" 서비스는 그 자리에 없었다. 내가 난처할때 그 책임을 나한테 떠맡기고 모른채 했다. 그래서 "공유경제" 나빠가 아니라, 공유 경제가 전통경제에서 배워야할 것이 아직 많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익숙해서 몰랐는데 이전 시대의 혁신을 세월을 거치며 나의 복잡한 요구사항을 맞춰주고 있었다. 예를 들어, 전화가 혁신이었고 오랜시간 개선을 해온 기술이었던것. 808-233-3333이라는 짧은 번호가 충분히 많은 가입자들에게 번호가 주어지면서도 누구라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였던 것을 고생을 해보고야 알게되었다.

개인적인 경험이라 일반화하기엔 어렵지만, 공유경제는 전통경제에서 배워야할게 많고, 위태해 보였던 전통경제는 지속적으로 개선만한다면 미래에도 살아남을수 있다고 느꼈다. 전통경제 너 생각보다 단단한 애구나. 그동안 인터넷 좀 한다고 무시해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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