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7일 일요일

나이 먹어도 개발자로 살 수 있나요?

개발자들이 모인 곳에서 질의응답할 때 꼭 나오는 질문이에요. 아마도 개발자로 살고 싶어도 회사에서 연차가 되면 실무에서 손을 떼야하기 때문이리라.
Q. 실리콘밸리에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개발자로 살 수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인가요?
A. 네,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백발의 엔지니어를 보는 일이 드물지는 않습니다. 서로 나이를 묻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지만 저도 저보다 20년 정도 나이가 많은 엔지니어들과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엔지니어들은 몇 십년 동안 꾸준하게 개발을 해오신 분들이지요. 
그렇지만 실리콘밸리가 한국에서 생각하는 만큼 나이든 개발자들이 활약할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경력이 아니라 실력으로 무한 경쟁 하는 곳이라 챙겨야 할 가족이 있는 중년 개발자들이 빠릿빠릿한 20대 개발자들의 집중력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자료에 의하면 IT직종은 대부분 25-44세에 집중되어 있고 개발직으로 가면 더욱 좁아져서 25-34세 개발자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정리하면, 실리콘밸리에서 나이든 개발자들이 활동할 수 있기는 하지만 젊은 개발자과의 경쟁에서 많이 밀립니다. <실리콘밸리 견문록> 71페이지 
꽤 나이가 있는 유명 개발자로는 전설적인 Ken Thompson을 들 수 있습니다. Unix를 데니스 리치와 공동개발했죠. 참고로, Unix는 40년전에 개발된 운영체제입니다. 말이 나와서 얘긴데요, 컴퓨터 엔지니어들에겐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보다 켄 톰슨이나 데니스 리치가 더 위대한 사람들입니다. 아래 사진은 90년대초쯤인데 이때도 할아버지의 풍모를 보였네요. 지금은 70대인데 구글에서 Go라는 새로운 컴퓨터 언어를 공동개발하는 등 여전히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켄 톰슨(왼쪽)과 데니스 리치(오른쪽)
게다가 미국(적어도 실리콘밸리에서는)에서는 서로 나이를 잘 묻지 않습니다. 직장 동료들의 나이를 몰라도 전혀 불편하지 않구요. 회사에서 직원을 뽑을때도 나이를 묻지 않습니다. 나이로 차별을 할 수도 없구요.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면 꼭 무슨 역할을 해야한다와 같은 사회적 기대치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평생 개발자로 살아도 그리 이상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이건 한국의 기준으로 보니까 그렇지 미국 사람들은 나이를 들먹이는 것 자체를 이해 못할수도 있겠네요.)

다만, 나잇값을 쳐주지 않아서 젊은 개발자들과 경쟁하는 것이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면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한국이 편할수도... ;;

* 수정 사항: 회사 동료가 알려줬는데요, 켄 톰슨님은 요즘 직접 코딩을 하진 않고 design review를 주로 하는 것 같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