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2일 금요일

미국 교육에 대한 단상

(재포스트) 미국 얘기할 때 항상 먼저 얘기하는 것이 이것이다. 내가 본 미국은 정말 일부일 뿐이고 미국은 매우 큰 나라라는 것. 여기에 쓴 내용이 틀릴수도 있으니 혹시 틀린 것이 보이면 댓글로 알려주기 바란다.

1. 읽기/쓰기/말하기에 집중한다

수학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교과과정이 결국은 읽기/쓰기/말하기에 집중하는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이해와 사고의 영역도 포함되지만, 그러한 것들도 쓰기와 말하기로 결과가 나타난다. 수학문제는 수식을 푼다기 보다 영어로 된 문장을 이해하고 답도 영작문인 경우가 많다. 물론 사지선다 또는 계산결과에 대한 단답만 쓰는 경우도 있긴하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하고 여러사람 앞에서 발표하도록 하는 교육이 말 잘하는 미국인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2. 주정부 예산의 50%이상은 교육예산이다

캘리포니아의 얘기다. 몇 년간의 불황과 앞으로도 예산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교육예산은 50%이상을 유지한다. 교육예산도 절대적인 숫자로 보면 감축하는 상황이겠지만 생각보다 많이 투자하는 셈이다. 경제 공황으로 힘들어하던 2009년에도 연방정부는 예산에서 10%정도는 교육에 배정했다. 미국이 그래도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셈이다.

오바마 정부는 한국식 교육모델을 예로 들면서 미국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어려울수록 교육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3. 정부재정이 어려워지면 선생님을 해고한다

몇년간 불황이 계속되면서 기업에서 직원을 해고하는 일이 잦았는데, 정부가 관장하는 학교 시스템에서도 직원과 교사를 가차없이 해고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적어도 내 경험을 기준으로 한국에서는 해고당하는 선생님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IMF때도 선생님이 해고당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재정이 없으면 선생님을 무더기로 해고한다. 예전에 우리아이반 담임 선생님도 해고당했다. 미국에 처음와서 영어 한마디도 못하던 우리 아이가 정말 즐거워하며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해 준 선생님이 해고당한 것이다. 그렇게 열정적인 선생님이 해고 당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놀라웠고 너무나 안타까웠다.

4. 선생님은 방학 때 월급이 없다

방학 때 일을 하지 않으니 월급을 주지 않는다. 일하는 기간에만 월급을 계산해준다. 월급도 무지 짜게 주면서.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고, 어떻게 보면 교사의 생계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삭막한 시스템이다. 방학동안에는 교사들이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들었다.

5. 영어가 기본이다

미국에 이주하면서, 한국에서 알고지내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로부터 정말 부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미국와서 들어보면 한국은 영어광풍이라 할 정도로 영어에 몰입하는 것 같다. 영어 마을, 영어 캠프, 필리핀 유학, 영어 예배, 영어 유치원, 방학마다 어학 연수 등 이제는 온 나라가 영어에 올인했다는 느낌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국에서는 영어를 기본언어로 쓰고 읽기/쓰기/말하기를 갈고 닦으니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생각이 든다. 마음 한편으로는 한국의 영어광풍이 맘에 들지 않지만 어떤면에서는 사람들이 그렇게 갈구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에 있으니 영어열풍에 대해 비판할 자격은 없다.

미국교육은 현재 가장 많은 지식을 생산하고 가장 힘있는 언어인 영어를 기본으로 한다.

6. 진정 다민족, 다문화 환경이다

미국도 지역마다 주마다 인종의 비율이 다르다. 학교의 경우 학군school district마다 학교마다 큰 차이가 있다. 어떤 학교는 거의 모두 백인만 있고 어떤 학교는 과반 이상이 중남미latino인 경우도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대체로 다양한 인종이 한 학교에서 같이 공부한다. 전세계의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하이테크 회사들이 들어찬 베이지역Bay area은 정말 다양한 국적, 다양한 인종, 다양한 언어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어느 학교에 가도 다양한 인종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학교마다 다른 나라 언어와 문화에 대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있다. 각 학생들이 자기가 태어난 곳은 어디이며 그 나라는 어떤 말을 하는지 소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반드시 있다. 학교 도서관에 가면 여러 나라와 문화에 대한 책을 많이 구비하고 있음을 본다.

학교에서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을 통해서 세상이 매우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체험한다. 유치원에 들어간지 얼마 안된 딸 아이가 일본 친구에게 배운 일본어로 숫자를 읊고 다니는 것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레 피부색이나 국적이나 문화나 언어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법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체득하는 것 같다.

7. 다양성을 중요시한다

앞 항목의 다민족, 다문화 환경에서 올 수 있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다양성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평균적인 무리와 다른 사람들, 우리 한국식으로 얘기하면 모자라는 사람들을 그냥 나와 조금 다른 사람으로 인정해 주는 것. 바로 그것이 또한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교육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한 아이가 있다. 몸은 제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조금 큰 편인데 정서적인 면에서 또래 아이에 비해 조금 느린 아이다. 말이 어눌해 자기 의사 표현이 어려우니 때로는 힘을 먼저 쓰고 그러다보니 고집스러워 보이는 그 아이는 만일 한국에 있었다면 말 그대로 왕따에 학교에서 기피하는 학생이 되었을 지 모른다. 두어살위의 그 아이의 형에게 물어봤더니 아무렇지 않게 자기 동생은 그저 특별할 뿐이라고 한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느릴뿐이라고. 나는 그 두 마디 대답을 잊지 못한다. 정말 그 아이는 조금 느릴뿐이었다. 천천히 학교에 적응하고 다른 아이들이 배우는 것을 조금 느리지만 차근차근 습득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다른 어른들과 비교하여 전혀 부족함 없이 자기의 몫을 다하리라는 데에 의심이 없다. 학교에서의, 또한 개별 학생의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인식은 몸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다르지 않다.

평균적인 무리와 다르거나 뒤쳐지는 아이를 모질이라 부르며 괴롭히고 교실의 골치덩어리로 분류하여 어떤 방법으로든 평균적인 무리와 분리시키려고 하는 교육은 미래가 없다. 장애가 있거나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만들고 그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회는 장애라는 다양성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하지 못한다.

8. 수학과 과학을 강조한다

앞서 읽기/말하기/쓰기를 강조한다고 했는데 그것이 모든 과목을 꿰뚫는 교육의 주요 포인트라고 한다면, 수학과 과학은 오바마 대통령부터 나서서 미국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주위에 널린 과학박물관 또는 체험학습관들, 기업, 정부 또는 NGO에서 개최하는 각종 과학 관련된 대회, 학교에서의 과학 실험 프로젝트 등 정말로 수학과 과학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투자를 한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얘들의 수학, 과학 실력은 쫌 허접(?)스럽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한국에서 영어에 퍼붓는 정성과 그 열매에 대한 상관관계가 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 ^^; 아직은 좀 더 오려 살면서 지켜볼 일이지만, 미국이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전 세계의 난다 긴다하는 학생들이 유학을 오고 미국에 눌러 그대로 눌러앉기 때문이 아닐까?

9. 청소는 청소원이 한다

미국 학교에 와서 놀라는 것 하나가 학생들이 청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교는 물론이거니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청소는 청소원들이 한다. 어떤 면에서는 학생들이 교실과 제자리를 지저분하게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학업 이외에 신경쓸 일을 줄여주고 청소원들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조직의 구성원은 조직을 위해 굳은 일도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는 반면 미국은 업무분장이 확실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정확히 해내면 된다는 프로 의식을 길러준다고 하면 너무 확대해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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